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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평점 :
이 책은 캐나다 현대사, 그중에서도 이누이트가 살고 있던 땅에 들어온 유럽인들이 그들을 지배하기 위해 서양문물을 퍼뜨리던 시절의 이야기다. (인디언들을 끔찍하게 학살하며 '개척'되었던 미국의 역사가 새삼 떠올랐다.)
주인공 올레마운은 배다른 언니 '로지'가 읽고 있는 책이 너무 궁금하다. 언니는 학교에서 서양식 이름을 얻었고, 영어로 된 책을 읽는다. 올레마운은 언니가 다니고 있는 '학교'라는 곳이 너무 궁금하다. 학교에 대해 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언니의 대답은 시큰둥할 뿐. 올레마운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부모님이 "학교는 네 모든 것을 빼앗아갈 거다"라고 아무리 주의를 줘도 올레마운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학교라는 곳, 거기서 배우게 될 새로운 문물에 대한 호기심에 대한 올레마운의 장밋빛 꿈은 어렵게 어렵게 허락을 받아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지속된다. 얇은 옷차림으로 땅바닥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눈으로 확인하고서도, 나는 착한 아이니까 얌전히 글을 배우게 될 거야, 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잘리고, 이누이트의 옷과 신발을 뺏기고 아이들은 서걱서걱한 교복과 스타킹, 얇은 잠옷을 받아든다. 꿈으로 부푼 올레마운이었지만, 침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이불을 가지고 침대 밑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고된 노동의 나날이 이어질 뿐, 배움의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올레마운은 파도에도 결코 부서지지 않는 바닷가의 돌멩이처럼 단단한 아이였고, 견디기 힘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것을 끝끝내 이뤄내고 마는 끈질기고 강인한 아이였다.
학교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자신이 원하던 배움을 손에 얻은 올레마운은 어렵게 어렵게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는 키가 껑충해진 딸을 처음에는 알아보지도 못한다. 아마도 수많은 올레마운이 이렇게 이누이트 사회에서 이도저도 아닌 낯선 존재로 살아가게 되었겠지...
변화의 물결은 너무나 거세고, 배움을 향한 호기심은 너무나 강해서, 올레마운의 동생들 또한 학교라는 곳에 가고 싶어한다. 끔찍한 학교를 겪어 보았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이유도 없지만 올레마운은 동생들과 함께 학교로 돌아간다. 이누이트가 얼마나 고집불통인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상처에 대한 회복력 또한 강하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가 새삼 생각났다. 19세기의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디언들은 잔인하게 몰살당했다. 20세기의 캐나다에서는 그런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럽 세력은 이누이트의 문화를 말살하고 서양문화를 심었으며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야 말았다. 지은이 마거릿 폰티악 펜턴처럼 자기 문화를 잊지 않은 이누이트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보존하고 전파해나가기를 바란다. 원래 그 땅의 주인은 유럽인들이 아니었고, 혹독한 자연을 견뎌내며 살아왔던 이누이트들이었음을 우리 모두가 기억할 수 있도록. <나쁜 학교>라는 책 덕택에 나도 이제 '캐나다' 하면 이누이트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었음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