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헤라자드 1
아사다 지로 지음, 김석희 옮김 / 베틀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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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헤라자드.

조금 어색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미륵호가 그녀라니, 그건 좀 아닌 듯 하지만,
그래도 아사다 지로 답게 얽히고 얽힌 스토리 구성,
챕터 별로 시대를 넘나드는 다채로움.
그러면서도 한번에 쏙쏙 이해되는 명쾌함.

제 2차 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침략전쟁임을 말하지 않고
미국과 유럽에 점령된 동남아를 구하러 간다고 하였단다.
국민들을 그리 속이고 군인들을 전쟁으로 몰았단다.
사실인지 소설 속인지 모르겠지만 더할나위없이 일본답다.
언어와 문화부터 뺏는 일본을 보라,
정말 기획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한단 생각이 들 만큼이다.
자국민들에게조차 그렇게 소문을 뿌려 스스로 참가하게 할
명분을 세워줬다.

대의명분이라는 이름 하에 자국민을 방패로 삼아
모험을 거는 일본.
소설이든, 진짜든 아사다 지로가 설명한 일본의 모습이
진짜 일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들에게 몰입되어 마구마구 울컥하다가도
일본의 무서움에 치를 떨다가도
나라의 윗대가리들은 다 똑같아, 라고 생각하게 되다가도,
아사다 지로 정말 내 타입~ 하게 되다가도.

 걸작 셰헤라자드.
사람을 사랑한다는, 기본 방침이 변하지 않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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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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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 요시토모 바나나.


난 암리타와 NP를 읽기 전까지 하치의 마지막 연인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왜 인기있는지 알 수 없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암리타를 필두로 좀 다르구나, 하고 느끼고 있다.

그냥 얇은책, 을 목표로 골라온 책인데
오, 아주 괜찮다.


단편들의 모음으로 방금 읽은 괜찮은 단편은 하치하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게 된다면 꼭 이 책을 챙겨가리라.
이 책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책으로 구분해야겠다.
 

"이미 할머니가 된 그 사람들은 딸과 아들의 사진을 목에 걸고 있으면서도 두런두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 점이 오히려 현실감이 있었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시간의 경과이며, 슬픔의 색채였다.
 

슬픔이란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단지 엷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어 그것으로 위로 삼을 뿐이다. 저들의 슬픔에 비하면 나의 슬픔이란 이 얼마나 치졸한 것인가. 근거도 없고, 저들처럼 부조리함에 뿌리를 둔 것도 아니다. 그저 멍하게 지나간다. 다만 어느 쪽이 대단하게 깊다 할 수는 없다. 모두 공평하게 이 광장에 있다. 나는 상상했다 ... " 


p 123  하치 하니.

 

2000년에 씌여졌고
2005년에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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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3 0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8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이여, 안녕!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3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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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러니까 말야. 나는 지금부터 어둠 속에서 눈을 뜰 때마다 밤 사이에 '커다란 소리'를 들었는지 어떤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그렇게 해서 자신이 아직 이 쪽에 머물러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지...

 거기다 또 하나, 이건 잠이 깨고 나서의 일인데 지금 '숲의 집'에서 지내고 있자니까 시간의 진행이 빠르다고 느껴진다네. 그것도 일정 시간을 두고 깨닫는, 그런 것이 아니지. 바로 지금 시간이 가고 있다, 라고 실감하는 거야. 골짜기에서 지내던 어린 시절, 한밤중에 잠이 깨면 벽시계가 11시를 치곤 했지. 그러고 나서, 다시 한 번 잠이 들 때까지의 시간이, 정말이지 길고도 힘들었어. 

 하지만 지금, 그것도 잠이 깨어 있는 동안에 죽게 된다면, 나는 시계를 옆에 두고 다섯시간이고 여섯 시간이로 바늘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수 있지. 시간은 흐르니까..." 

 "그리고 '커다란 소리'가 몸의 안쪽으로부터 들려온다, 그런 건가?" 하고 시게루가 말했다. "나의 '파괴하는' 교본에서는 시한폭탄을 장치한 녀석이,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게 되지."


"폭탄으로 살해당하는 쪽에서는 ... 시게가 살상을 피하는 아이템을 교본에 넣지 않는다면 말야...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제는 없어. 외부와 내부에서 동시에,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울리지. 그런데 내 쪽은 말야, 자신의 유기체가 파괴되는 '커다란 소리'를 미리 알면서, 시계를 앞에 두고 기다리는 거라네. 시간은 간다! 라고 새삼스레 감탄하면서..."

 
p 433 


... 전쟁 후 이 나라엔 막대한 수의 실업자가 발생했어. 그 시절 그들을 남미로 이민 보냈었고. 우리가 20대 초반 무렵이었지. 이건 도미니카로 건너간 이민자들에게 할당된 벌판의 , 현재 사진이라네. 이렇게 돌덩이 투성이인... 어린 시절의 우리들이 던질 수 있는 크기가 아니지... 끔찍한 벌판이야. 


이런 땅은 일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더니 돌은 3년 지나면 비료가 된다고 외무성 관리가 말했다는구먼... 그런 말이 내가 우선적으로 모으고 있는 '징후'라네.
 

이런 식으로 기민이 되어버린 이들은 다시는 회복되지 않아. 망가져버린 채로 있지. 하지만 내가 '징후'로 발견하는 것은 아까 말한 것 같은 언어를 내뱉는 젊은 관료 역시, 망가진 채 회복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사실이야. '망가져 있는 인간의 언어' 라든가 '회복할 마음이 없는 인간의 언어'라고 항목을 붙여둔 부분들을 보면 시게도 나득할거야."

...

"모럴리스트식의 인간비평은 아직 망가져버리지는 않은... 회복할 마음도 있는, 그런 자를 향한 거지? 내가 '징후'에 적어놓은 것은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니야.

 인간이 회복될 것을 생각하지 않게 되어버리는, 그 분기점을 넘어선 건너편에서 나오는 언어라네. 아까 그 말은 50년 전 것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같은 언어들이 나오고 있어." 
 
p449 

자네는 내가 병문안을 갔던 병원에서, 젊은 나보코프가 베를린을 떠나기 직전에 쓴 소설의, 시 같은 결말을 번역한 적이 있다고 했지?"


"안녕, 나의 책이여! 죽어 마땅한 자의 눈처럼, 상상했던 눈도 언젠가 감겨야만 하리니."


"일단 쓰여진 인물은 계속 살아남지만 책을 쓴 인간은 사라져야만 한다고... 오네긴이라는 인물에 작자인 푸시킨이 대비되지. 


고기이 역시 자신이 쓴 책에게 작별을 고해야 할 나이야. 그런 주제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소설과는 또 다른 것을 쓰고 있어."
 ...

p457
 

 
회사가 멀어서 좋은 점은, 출근시간 40분 동안만 책을 읽어도 약 5일에 걸쳐 460페이지의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 물론 내일 반납해야 하는 책이기에 오늘 점심시간과
퇴근시간까지 할애해서 끝을 만났다.

 끝을 향해 갈수록, '사건'이 진행될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마음과
등장인물들이 혼란스러워할수록 혼란스러워지는 마음과
급기야 '회복될 수 없는 인간' 까지 읽고서는
더욱 거칠어진 마음까지.

고기이(내가 보기엔 작가)가 하고 있는 '징후찾기' 작업은
결국 인간의 종말, 회복될 수 없을 만큼 망가지는 인간 '종'의
종말의 '징후'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어버렸을 때
내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은 약간 동양적인 면이 강한 것 같지만,
인간은 스스로 다투고 죽이다 결국 멸망하게 될 것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핵보유를 반대하다 결국 소설에서처럼
내가 죽기전까지 핵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점점 인간의 성악설을 신뢰하게 된다.
인간은 약해서,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먼 미래를 보기 보다 가까운 이익에 고개를 숙인다.
본래 선했는가? 아니, 그 약함이 죄를 짓는 것이다.

이건 어찌보면 기독교 신앙과도 일맥상통하는지, 
가물가물한 기억에 그런 것 같은데 
그 약함으로 신을 믿고 의지한다, 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신을 믿음으로 죄를 짓지 않는가? 아니 오히려 신을 방패삼아 떳떳하게 군다.

서울시를 하나님께 상납하신 분을 봐도 그렇다. 마릴린맨슨을 닮은 외모를 빌미삼아
나는 모자른 사람, 그럼에도 성공했다 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며
본인의 꿋꿋한 의지를 실현시켜 달라고 기도하지 않겠는가?

국민들의 반대는 단지 하나님이 시험하시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한편 또 다른 반성은
나와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고 하여 그들을 악하다 평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인데
그 다른 가치를 추구함으로서 하게 되는 악행들을 보면
타인을 해치게 되는 행동들을 보면
역시 그 가치는 옳지 않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총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
오에겐자부로 말년의 이 3부작의 끝에서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3-2-1의 순서로 가볼까 하지만
도서관에 책이 있는 순서대로 읽게 될 것 같다.
 

아사다 지로 이후에 제대로 관심가는 작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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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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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주변에 대기업 사원이 없어서 대기업 이야긴 잘 모르지만
이 책을 보며 일본의 대기업 생활을 짐작한다.
전에 읽은 건지, 아니면 또 이런 비슷한 책이 있는건지 싶은데
아무튼. 생소하다.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데 그 중에
영업부 과장이었다가 승진을 위해 거쳐가는 인사이동,
총무과 과장으로 들리는 아저씨 이야기가 인상깊다.


영업부의 치열했던, 해외출장을 일년에 몇번씩 가는 삶이었다가
칼퇴근에 할일없는 총무과로 온 이 아저씨는
사내 매점 입점에 대한 총무과의 '눈감기'를 본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입점해있는대신, 총무과 직원들에게
때 되면 상품권을, 처음 온 과장에게는 뇌물을.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펄펄 뛰던 과장,
계약서도 다시 쓰자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사까지 만류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전임자는 소심한 마음에 전전긍긍 잠도 못잔다.
그 사이에 아내와의 갈등도 있고
결국 집에까지 쳐들어온 매점 사장에게 훈수를 한다.

 
관례와 원칙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저씨.
결국 모든건 당신이 혼자 잘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바탕 아내에게 훈수를 듣고만다.
왠지 대꾸할 말이 없어져 목욕이나 하러가는 아저씨의 뒷모습.
그 일본식 다다미 손님방과 그 아저씨의 뒷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2년만 있다가면 되는 그런 부서에서, 관례와 원칙이라는 그 계기로
삶을, 인생을,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
 

심각한 고민도 어처구니 없는 계기로 풀어지는 그런 것이
오쿠다 히데오 스토리의 매력이겠지만
사실 세상일 그런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회사에서 원칙과 관례라는 상반되는 가치에 대해
나는 어찌할 것인가 싶기도 하고.

꼭 뇌물 수수가 아니더라도 세상엔 참 그런일이 많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결국 혼자 잘났다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깔깔 유쾌하진 않지만 직장인이라면 대,중소기업을 떠나 모두가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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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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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할머니의 책은 처음이다.

이른바 '노년문학'이라 불리는 이 책을 지금 읽는게 맞는가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작가의 언제적 집필된 책이냐에 따라 스타일이 바뀌고 사고도 바뀌니까 말이다.

 

노년문학이라고 일컬어질만큼,
작가 본인의 이야기라고 일컬어질만큼
문학지들에 연재됐던 단편을 모은 이 책은
40대 후반부터 할머니까지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배경과 환경을 보면 분명 아, 할머니겠구나 싶은데
그 할머니의 독백을 잘 들어보면 주인공이 할머니라는 걸
깜빡 깜빡 잊을만큼 일반적(?)이다.
 

나도 모르게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에 깜짝 놀란 것은
너무나 당연히 할머니들도 오히려 젊은이들보다 더
놀랄만한 감수성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을 당연히 느끼실텐데
나는 마치 그때가 되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무덤덤해질 거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었나 보다.

일드 around 40로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할머니까지
나이든 여성의 이야기들을 보고, 읽고 있자니
왠지 정말 나이들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이 책은 왠지
옆에서 할머니가 이야기해 주는 인생사를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지극히 소시민들의 이야기. 내가 잘 몰랐던 그 시절의 이야기.
젊음과 꽃다움을 한 시절에 보내고
이제 휴식을, 안정을 준비하는 그런 시절의 마음가짐.

문득 그 시절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어떤 생각을 할지, 도 궁금해졌다.
인생살이 별거 아냐, 라고 말하게 될까.

세상살이 사회에 섞여 살다보면 많은 일들에 무덤덤해지고
또 그래야 우울증 안 걸리고 불면증 안 걸리고 살아갈 수 있어서
최대한 많은 일들에 무덤더해지고 있지만
나이 들면은, 꼭 소녀처럼 섬세해지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싶다.

소녀처럼, 웃음에 맑음이 밝음이 그리고 연륜이 묻어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다양한 '나이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펼쳐주고 계시는 박완서 할머니.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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