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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하마 후베르타의 여행 - 왜 하기 하마는 아프리카 대륙을 홀로 떠돌게 되었을까?
시슬리 반 스트라텐 지음, 이경아 그림, 유정화 옮김 / 파랑새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낮에 길을 걷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게 길은 가야할 방향이기도 하고 가게 만드는 표지판 같은 건데, 동물들은 그런 걸 어떻게 알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요. ^^ 동물들은 길이 없어 보이는 벌판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데, 그건 본성일까 아니면 어떤 이끌림일까요. 정말, 동물들은 어떻게 여행을 하는 것일까요.
<아기 하마 후베르타의 여행>을 통해 길에 대한 의문은 더욱 강해집니다. 1920년 후반에 여행을 시작한 이 아기 하마는 1600 킬로미터를 홀로 여행하였습니다. 무엇이 하마 후베르타를 길로 이끌었을까요. 달빛 아래 길을 걷고 있는 후베르타의 모습은 평온하면서도, 어쩐지 너무나 쓸쓸합니다. 어디를 향하는 것인지, 어째서 혼자인 것인지, 이 책은 실존하였던 아기 하마 후베르타의 이야기를 사실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남아프리카 대륙을 1600킬로미터나 횡단한 하마의 이야기는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무리 생활을 하는 하마가 홀로 여행을 하는 것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에 나타나는 하마의 이야기도, 그리고 이미 1920년대에는 하마가 거의 멸절 상태라는 것도 말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후베르타의 이야기는, 그가 밀렵으로 인해 어머니와 무리를 잃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돼지 고기와 비슷한 하마 고기를 얻고, 단단하고 질긴 하마 가죽을 얻기위해 하마를 무차별로 잡아들였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멸종시킨 동물들이, 식물들이 단지 하마에서 그칠까요. 아기 하마 후베르타는 인간에 의해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무리가 없는 하마는 혼자 살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린 하마일 경우에는요. 후베르타는 종종 인간의 터전에 나타나 사탕수수와 작물들을 먹어 치웁니다. 책 속의 농부들의 마음도 공감이 갑니다.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지만, 농사를 망치면 일년내내 먹고 살 것이 없다는 아프리카 가난한 부족민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또한 미어집니다. 종종, 인간은 같은 인간에게도 매몰차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 남아프리카처럼 소수의 백인이 대부분의 부를 가지고 다수의 흑인들이 가난을 강요당하는 상황은 더욱 그러합니다. 여기서도 아프리카 부족민들은 피해자입니다. 그들은 후베르타를 존경하고 아끼고 보살피려 노력하였습니다. 그런 후베르타를 죽인 것은 백인들의 총이었습니다.
백인들은 후베르타를 보기 위해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고 후베르타를 자극합니다. 막대기로 쿡쿡 쑤시는 것은 일상이지요. 후베르타를 동물원에 데려가기 위해, 후베르타를 잡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후베르타로서는 정말 성가셨을 것 같아요. 인간들에 의한 '여행'을 강요당한 것에도 모자라 그들의 놀잇감이 되라니요. 남아프리카에 후베르타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이런 행동들은 줄었고 후베르타는 자유의 상징으로 전세계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후베르타가 인간의 말을 안다면, 꽤나 웃음이 났을 것 같아요. 후베르타는 그저 생존할 뿐입니다. 후베르타 내부에 새겨진 로드맵을 따라 그저 걷고, 먹고, 쉬고, 자고 할 뿐입니다. 후베르타는 자유의 상징이 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인간일 뿐입니다. 인간은 너무나 이기적이라서, 동물들한테도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합니다. 자유의 상징이라기 보다는, 인간에 의한 피해자일 뿐입니다. 저라면 그랬을 것입니다! "날 그냥 내버려둬!"
후베르타도 저렇게 엄마의 사랑을 받던 아가였겠지요? 후베르타는 머리에 치명적인 총을 맞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맙니다. 후에 후베르타를 죽인 사람들은 자백을 했는데, 후베르타인 줄 모르고 죽였다, 가 그들의 변명이었습니다. 후베르타가 아니면 죽여도 되는 걸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후베르타가 안타까워 마음이 아프다가도 저같은 인간들이 미워 부끄러워지곤 했습니다. 아울러 동물원의 동물들도요. 세상 모든 존재가 소중하고 귀중한 것인데, 어찌하여 동물들을 강제로 동물원에 가둬두고 사람들의 유흥거리로 만들어 버릴까요. 아무리 잘해준다한들, 그들의 집과 그들의 어미만 할까요.
후베르타의 이야기를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원에 대한 생각, 인간의 정말 이기적인 관점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되돌아 볼 것이라 생각이었습니다. 아마, 후베르타에게 연민을 느끼고 동물원의 동물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느끼겠지요.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인간들도 다른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날들이 오지 않을까요? 아기 하마 후베르타처럼 인간에 의해 여행을 강요당하는 그런 일들이 또 발생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