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나이 때는 하루에 꼭 한 쪽이나 두 쪽의 일기를 써야 잠들 수 있었어.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길이가 점점 줄어들었고 요즘에는 그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손님을 만났는지 같은 내용을 짧게 메모하는 수준이야. 오늘이 어제와 다르고 또 내일과도 다를 거라는 근거를 적어두는 거지. 기록하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같은 날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한꺼번에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거든.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답신 / 최은영>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일주일은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 달은, 일 년은? 기록하지 않으면 통계 내지 않으면 속절없이 늙어버렸다는 허탈감을 극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기록하고 통계를 내고 추세를 살피는 거 같다. 잠은 얼마나 자는지, 영화는 몇 편을 보는지, 책은 몇 권을 읽는지, 돈은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음식을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심지어 요즘은 스크림타임도 살펴본다. 어떤 앱을 몇 분 정도 사용하는지. 아무리 궁리를 하고 계산을 해보아도 하루 치의 체력과 시간은 부족하거나 빠듯해서 무얼 하나 더 할 수 여력이 없다. 


24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책, 영화, 음악, 팟캐스트, 유튜브 등)가 너무 많아서 인 거 같다. 분별, 분별, 분별, 우선순위, 우선순위, 우선순위.


제일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고 이것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 2024년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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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6장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과 7장 산만함에 불을 지피다를 읽으면서 나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같잖네. 진짜. 


헤이, 보이, 트리스탄아, 니 과대망상이다 닥쳐라

트리스탄 왈. "바로 이 제어실이 10억 명의 생각과 감정을 결정해요. 공상 과학 소설처럼 들리겠지만 이런 곳이 지금도 실제로 존재해요. 제가 이걸 아는 건, 저도 그런 제어실 중 한곳에서 일했기 때문이에요."

(중략)

트리스탄 왈. 어떻게 하면 20억 명의 마음을 윤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20억 명의 주의력을 윤리적으로 조직할 수 있을까요?


아이폰을 공동 개발한 토니 파텔은 이렇게 말했다. "종종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뭘 내보낸 거지?" 그는 자신이 "사람들의 뇌를 날려버리고 재설정"할 수 있는 "핵폭탄" 생산에 일조한 것은 아닐지 우려했다.


트리스탄과 아자는 이 모든 효과가 합쳐져 일종의 "인류 퇴화"를 낳고 있다고 믿는다. 아자는 말했다. "저는 우리가 스스로를 역설계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두개골을 열어서 우리를 제어하는 실을 찾은 다음, 그걸로 우리가 가진 마리오네트 인형의 실을 당기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중략)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특히 7장에서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인해 브라질에서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한다.


'트리스탄' 같은 놈이 제일 위험하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는 자살폭탄테러도 할 놈이다. 더 나아가 집단학살도 할 수 있는 놈이다. 이 미친놈아, 그 누구도 20억 명의 마음을 윤리적으로 설득할 수 없으며, 설득하면 안 된다. 그건 예수도 못한 일이다. 어떻게 저런 히틀러나 폴 포트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지? 


고작 구글이 그들의 모든 이용자의 감정과 생각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스키너가 따로 없네, 인간을 기계처럼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인간은 사소한 이유에서도 변덕을 부릴 수 있는데? 


20년 사이에 일어나는 퇴화나 진화도 있나? 누가 보면 구글이나 페북이 몇 만년 있었는 줄 알겠네. 선거도 아주 복합적인 이유로 보우소나루가 된 거겠지. 전적으로 페북과 유튜브 루머 때문이겠냐?? 니네들의 발명품이 그렇게 까지 대단하니? 전기 공급이 잠시라도 되지 않으면 작동하지 못하는 기계 나부랭이가! 데이터 센터 박살 나면 원점 아니냐.


세상이 사이비교주와 광신도들로만 가득 찼다고 생각하는 거냐 뭐냐. 

구글직원들은 교주고, 이용자들은 다 신도인가. 

도랏나 진짜.


이래서 내가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는 요즘도 마크 저커버를 보면 에리카 올라브라이트한테 차여서 분함에 징징대는 애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살짝 맛이간 너드들이라면 충분히 우리가 20억명의 생각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라는 과대망상을 할 법 하거든. 


용산 집무실이라는 자신의 유니버스에 갇혀서 현실 직시 못하는 윤씨나 실리콘밸리(맞나?)에 갇혀서 자신의 개발한 장난감만 물고 빨면서 그 장난감이 보여주는 '통계'만 믿고 사는 엔지니어들..망상 환자!


다시 돌고 돌아 라캉. 대타자가 어떻게 되면 자신이 20억 명의 생각을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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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 근근이 사는 게 좋다.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하면 무한맵보다는 유한맵이 재미있달까. OTT 영화서비스에 비유하면 기간제한이 없으면 찜만 해두고 보지 않게 되는데, 0월 0일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게 되면 당장 클릭해서 감상하는 것 같은 한정제가 주는 동기유발이 좋달까?


얼마 전까지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 구독 2개월을 해 봤다. 구독 마감 하루 전 날에 구독 해지(구독 해지 날짜를 아는 이유는 종이 다이어리 월간 페이지에 써두었기 때문이고, 나는 매일 다이어이를 보고, 쓰고 하기 때문)했다. 요즘은 다시 사파리로 유튜브에 접속해서 내게 필요한 영상을 본다. 보는 건 정해져 있다. 빅씨스, 정희원, 백상현, 오지은임이랑 정도다. 사람들은(임이랑도) 프리미엄 사용하고 나면 광고를 견딜 수 없게 된다고 하던데, 난 아니었다. 광고에 낭비되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꼭 필요한 유튜브만 보고 창을 끄게 된다. 유튜브앱이 아닌 사파리로 유튜브를 보는 건 좀 더 불편하기 때문에 유튜브 무한 플레이를 하지 않게 된다. 


나는 생활에 약간의 불편이 있는 게 좋다. 그 불편을 처리하는 행위에서 삶의 동력을 얻는달까? 홈네트워크 앱을 사용하지 않고, 내 손으로 전자기기의 전원을 끄고 켜는 것. 나는 스마트폰으로 천장조명을 끄고 켜는 걸 싫어한다.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전등을 끄는 행위가 귀찮다는 그 따위 정신상태로는 이 험난한 세상에서 생존하기 힘들 거라고 장담한다. 사소하고 하찮은 귀찮은 행동을 하기 싫은 마음 상태 그 자체가 몰입을 못하는 상태, 집중 못하는 상태로 진입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본 적도 많이 가져본 적도 없지만(어쩌면 그래서 돈의 참맛을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한정된 수입에서 가계부를 쓰면서 지출을 조절하는 것이 재미있다. 충동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보다는 나의 과거 행적을 통계내고 미래를 예상하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할 때 쾌감을 느낀다. 충동적으로 즉흥적으로 욕구를 채울 때는 쾌감이 크지 않다. 올해는 옷 구매 0원이 목표인데, 이 목표를 아직 실천 중이다. 이 목표의 실천은 내가 샤넬이나 디올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의 귀금속을 살 때의 쾌감보다 더 큰 쾌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내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다. 평균 8시간 수면 유지!! 깊은 수면과 렘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것. 밤에 잠을 충분히 잘 자려면 아침에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일어나야 하고, 낮 동안 머리와 몸을 최대치로 가동하면 된다. 낮 동안 몸을 충분히 움직이면 밤에 깊은 수면을 잘 수 있고, 낮 동안 질 좋은 두뇌 활동을 하면(즉 몰입과 집중활동, 나의 경우는 일기 쓰기, 책 읽기, 영화감상, 업무) 충분한 렘수면을 할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얕은 수면으로는 뇌와 몸이 충전될 수가 없다. 


삶의 중심에 질 좋은 충분한 수면을 놓게 되면, 집중력을 도둑맞을 일도 없고(스마트폰 중독이 될 수가 없다), 필요 이상의 많은 돈을 바라지도 않게 된다(일단 잠을 8시간 자면 돈을 소비할 시간도 별로 없다), 질 좋은 수면을 위해서 낮 동안 몸을 많이 움직이려 하게 되고, 의미없이 스마트폰을 멍하니 보고 있는 행동도 자제하게 된다. 


밤에 충분한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고, 그래서 미루는 법이 없게 된다. 그릇의 개수에 비유해 보자. 식기가 많으면 설거지를 미루게 되지만, 식기가 몇 개 없다면 설거지를 미룰 수가 없는 법. 


흔히 사람들은 욕망은 소금물 같아서 채우면 채울수록 더 갈증이 나게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도 않다. 8년째 이사하지 않고 살고 있는 이 집의 수납공간이 내가 최대치라고 정한 만큼 채워졌고,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사지 않는다. 심지어 책도(이건 집 옆에 도서관이 생긴 탓도 있고, 그동안 구입한 책을 다 읽지 못한 탓도 있다). 더 사려면 기존 물건들을 버려야 하는데 딱히 버리고 싶은 것도 없고. 


왜 나는 근근이, 부족한 듯, 좀 불편한 듯 사는 데서 삶의 동력을 얻는 걸까? 모든 게 편리하고 쉽고 충분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그저 늘어져있고만 싶어 진다, 그 상황이 딱히 재미있지도 않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강한 상대를 만날 때는 백호 능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비해, 만년 벤치 연습생을 마크할 때는 승부욕이 솟지 않아서 백호의 수비에 구멍이 생기는 것과 유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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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하는 가장 단순하고 흔한 형태의 몰입 중 하나가 독서이며, 다른 형태의 몰입과 마찬가지로 독서 역시 끊임없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문화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 독서는 자신이 경험하는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차분하고 침착하게 인생의 긴 시간을 한 가지 주제에 바치고, 그 주제가 우리의 정신에 스며들게 한다. 독서는 지난 400년간 가장 깊이 있는 인류 사상의 대부분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도구였다. 그리고 이 경험은 현재 나랑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2006년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을 읽었다. 그 당시 나는 운전면허가 없었는데, 이 책에서 몰입경험 1위가 운전이어서 운전 중에 발생하는 몰입이 어떤 건지 알고 싶어서 운전면허를 따볼까 잠시 생각했었다. 운전을 하고 있는 지금, 운전할 때 발생하는 몰입이 크다는 거 인정. 하지만 내 경우 더 큰 몰입은 바느질이다! 특히 옷소매 단이 뜯어져서 바느질을 할 때 정말 엄청난 몰입을 하게 된다. 요한 하리 씨에게 바느질이나 손뜨개(코바늘 대바늘로 모자나 장갑 가방을 만들 수 있다, 뜨개질이 하고 싶어서 초등학생 때 엄마한테 배우고 나머지는 책 사서 독학으로 함, 근데 어깨랑 목이 아파서 오래 전에 그만 둠)를 추천한다. 바느질 혹은 뜨개질 혹은 산나물 채취(특히 야생 고사리 채취!!!)를 해봤다면 몰입행위의 하나로써의 독서를 저토록 찬양하지 않았을 것. 지난 400년 간 문맹이 훨씬 많았을 시대였는데, 지난 400년간이 문맹률 0였다는 식의 저 무지. 


평생에 읽은 책이 <이승만 평전>과 서갑숙 <나도 때론 포르노그래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와 부산일보 읽는 것이 전부인 나의 부친은 뭔가?? 독서라는 고오급 몰입은 못해본 사람인가? 하지만 반대로 아빠는 평생 스마트폰을 사용해 본 적이 없기에 필자 같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험도 해 본 적이 없을 듯. 폰=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해서 문자도 절대 확인 안 함. 저장된 전화번호 아니면 받지 않음 ㅋㅋㅋ 엄마는 현재를 사는데(아이폰, 아이패드, 해외여행, 지금도 국민학교 동창들과 동유럽 여행 중) 아빠는 2000년을 살고 있다. 2G 폰, 유선 tv, 종편, 텃밭 농사, 산냥이들 사료주기(폭우가 내려도 텃밭에 가서 산냥이들 사료 줌).


책 읽기 중 소설 읽기를 제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의 4장을 읽어내는데 엄청난 인내가 필요했다. 독서를 신성화하는 이런 견해 진짜 밥맛없다. 이래서 내가 남들한테 책 읽는 티를 안 내는 것이다. 차라리 명품 좋아하는 허영녀로 보이는 게 낫다. 웃긴다. 긴 텍스트를 읽는 것이 지상 최고의 집중력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인의 오만이 웃긴다! 독서보다 더 강한, 더 본질적인 몰입을 주는 활동이 얼마나 많은데! 


작년에 이 책이 인기였을 때도 딱히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나에겐 또 하나의 다이어트책일 것이 뻔하기 때문. 절반 쯤 읽은 지금 '역시 다이어트책이었다.' 라고 생각함. 다이어트책에서 말하는 살찌는 이론이 내 몸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 뭔 짓을 해도 식욕이나 식탐이 생기지 않음. 오레오 쿠키 오리지널 2개 먹으면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음. 그래서 나에겐 먹다 남은 과자를 보관하는 과자통이 있다. 스벅 조각케익도 4번 정도 나눠 먹는다. 즉 4일 정도. 너무 달기 때문에 몇 입 먹고 나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다는 게 도대체 뭔지 모름.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하염없이 스크롤하지도 않고, 인스타에서 영상 1,2개만 봐도 정신이 혼미해져서 질려버림. 소셜(페북, 트위터)는 애초에 하지도 남의 것을 보지도 않음. 인스타는 정보확인용으로 가입함. 씨네21, 영화의전당.필름클럽 등. 주로 영화 관련. 


핸드폰을 두고 식사를 하러 나갔다. 돌아오니 사람들이 내 이메일과 문자에 답하기 시작하고 있었고, 나도 모르게 살짝 내 존재를 확인받는 느낌이 들었다. 몇 주 뒤 소셜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고,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왜 소셜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받아야 할까? 나는 온라인에서 소셜하게 하는 게 귀찮고 성가신데. 특히 좋아요하트에 별 감흥이 없어서, 남에게도 잘 하지 않는다. 좋아요=신생아 모로반사 같은 거라고 생각함.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는 게 좋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으니까. 옷으로 비유하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때는 내가 입고 싶은대로 마음껏 입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옷을 입을 때마다 사람들이 관심을 주면...그게 피곤해서 평범(?)하게 입으려고 하는 거 같다. 나는 역관종...


빠른 속도는 곧 적은 이해를 뜻한다. 다시 과학자들은 전문 속독가들을 연구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명백히 낫긴 하지만 결과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정보를 흡수하는 속도에 최대한도가 존재하며, 그 벽을 부수려고 하면 그저 정보를 이해하는 뇌의 능력이 파괴될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나는 책을 읽을 때 한 글자 한 글자 소리 내어 읽듯이 읽는다.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작게 소리를 내어서 읽는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내가 교수라도 된 듯이 나에게 설명을 해 본다. 러시아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 이름의 첫 한 두 글자만 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라.스.콜.리.니.코.프. 다 읽는다. 매번. 늘. <왕좌의 게임>을 읽을 때는 계속해서 지도를 다시 보면서 소설을 읽었다. 늘 속독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역시 내 의심이 옳았다. 속독=드라마 2배속으로 보기. 드라마나 영화를 2배속으로 보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또는 16부작 드라마의 4시간 요약본 보기. 음악감상도 미리 듣기 1분만 하거나 2배속으로 하지 그러니? 내가 속독을 의심하는 이유는 속독을 하는 사람과 책에 대해서 대화를 해보면 그 사람이 책에 대해서 기억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별로 없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장면, 여러 문장에 대한 내 감상이나 경험과 연결이어서 말할 거리가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내가 주로 듣는 말은 "기억력이 정말 좋다" 는 것...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장악한 기술은 인간 정신의 작동 방식에 대한 B.F. 스키너의 관점에 기초한다. 임의적 봅상을 간절히 열망하게끔 생명체를 훈련시킬 수 있다는 스키너의 통찰이 우리의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 다수가 보상을 얻기 위해 기괴한 춤을 추도록 훈련된 새장 속 새들과 비슥하며, 그러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그러한 행동을 선택했다고 믿는다.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내가 스키너의 딸(스키너는 자신을 딸들을 대상으로 실험함, 스키너 읽다가 구역질 나서 때려치운 기억)이었다면 스키너는 자신의 가설 증명에 실패했을 것이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타인의 보상에 별 관심 없음. 정적 강화든 부적 강화든 개무시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했을 것임. 심지어 나는 정적 강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신용카드가 혜택으로 나를 구속하는 걸 싫어하고, 안 씀. 내 행동반경을 신용카드 혜택이 구속하는 거 진짜 개극혐이다. 신세계 유니버스 같은 거 절대 가입 못하지. 그들이 정한 유니버스에 갇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니까. 


잠을 적게 잘수록 세상은 모든 면에서 더 흐릿해진다. 집중력이 나빠지고, 깊이 사고하고 관련성을 찾아내는 능력도 줄어들고, 기억력도 감소한다.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가끔 보면 깊은 수면=숙면이라고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숙면은 한다면 4-5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한다. 흠...그럼 렘수면은 언제?? 깊은 수면, 얕은 수면, 렘수면의 절대치 시간이라는 게 있는데... 나는 공부 대신 잠을, 돈 대신 잠을 선택했다. 잠을 자는 것은 지고의 쾌락이다. 실컷 잘 자고 일어났을 때의 기분은 1억 원을 주고도 못 사는 것!! 나랑 한 번이라도 같이 자본 사람이라면  내가 잠 천재라는 걸 다 인정한다. 밤 10시 전후로 "잠 온다" 하면서 침대에 기어들어가고 좀 이따 보면 이미 잠들어 있다고. 밤이 되면 잠은 어김없이 쏟아지고 난 순식간에 잠에 빠져든다. 나의 허접한 미밴드의 분석에 의하면 깊은 수면과 렘수면이 매우 우수!!(6인 입원실 보호자 침상에서도 잘 자서 나를 깨우기 위해 동생은 물티슈통을 나에게 던져서 깨울 정도)


ps. 내가 왜 이 책에서 언급하는 스마트폰 중독이 되지 않았는지 이 책을 통해서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1)나는 정보를 놓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특히 금전적)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약간의 손해는 사실 더 큰 이득이다라는 게 내 생각! 2)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전혀 '소셜'하지 않는 나의 성격. 타인의 인정과 비난은 다 헛소리. 


ps2. 이 책의 저자 요한 하리는 너무 호들갑 징징. 누가 보면 전쟁고아라도 된 줄 알겠네. 너는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게 아니라 아니라 집중력을 잃었을 뿐이야, 인마. 그만 징징대. 징징댈 시간에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학살에 대한 기사나 써라. 직업이 기자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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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훌륭한 플롯에 빠지면 매우 특별한 만족감을 느끼는데, 이 때문에 현실 세계의 의무로 인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게 되면 짜증이 난다.


나는 수백 개의 플롯을 분석한 뒤에 LOCK 체계라는 기본원리를 개발했다. LOCK 체계는 주인공Lead, 목표Objective, 대결Confronttion, 완승KO의 머리글자에서 땄다.


탄탄한 플롯의 출발점은 흥미로운 주인공임을 기억해야 한다.


탄탄한 플롯은 주인공에게 단 하나의 절실한 목표를 제공한다. 이것이 '이야기의 중심 질문'을 형성한다. 주인공이 목표를 실현하게 될까?


독자들이 이야기의 중심 질문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목표가 주인공의 행복에 필수적인 것이라야 한다. 주인공이 그것을 얻지 못하면(혹은 벗어나지 못하면), 설상가상으로 삶에 엄청난 타격을 입어야 한다. 


중요한 목표를 가진 주인공이 적수와 대결하여 이야기를 끝까지 끌어간다.


등장인물이 납득할 만큼 어려움을 껶지 않는다면, 플롯은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들 문학 소설은 '등장인물이 끌어가는 소설', 대중소설은 '플롯이 끌어가는 소설'로 정의한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플롯과 구조 / 제임스 스콧 벨>



여동생은 "뉴스 좀 봐."라고 했지만, 나는 뉴스를 보지 않는다. 왜냐 용산에 사는 윤씨가 보기 싫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받기 싫으니까! 스트레스받으면 암수치 오르니까!! 윤씨는 나에겐 1급 발암물질 중 하나다. 나로서는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은 생존전략 그 차제이다!! 그러니 내가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라고 욕하지 마라. 생존이 먼저다!!! 


그래서 나는 대파우파좌파도 뭔지 몰랐다. 채상병 사건이 뭔지, 명품백은 또 뭔지도 몰랐다. 


그랬는데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현존 영웅서사를 진행 중인 그분이 나타나셨다!!!!!!!!(듄2의 스틸가에 빙의해 봄) 사전투표에서 그 번호에 도장을 찍었을 때도 나만 몰랐다, ㅋㅋ 이미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매우 높은 상태였다는 것을. 난 그저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덜 싫은 쪽(혹은 싫은 쪽을 망하게 하고 싶다는 열망)에 투표는 하는 현대의 흔한 시민1. 


내가 생각하는 조국에 대한 처벌은 음주운전단속에 걸렸을 뿐인데 사형받는 격이랄까. 원숭이 엉덩이=백두산이 되는 말꼬리잡기 놀이같은 판결.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이니 넌 사람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고 그러니 사형이다 식. 이런 논리라면 최소한 전현직 국회의원과 전현직 장관 중에 음주전과 있는 사람은 전부 사형시켜야 한다. 음주로 인해 재산 또는 인명피해를 낸 놈은 삼대를 멸해야 하고, 그의 조상은 파묘해야 함. 공. 정. 하. 게!


정치 영화 시나리오 이렇게 쓰면 너무 뻔하고 단순해서 바로 탈락할 거 같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되면 진짜 재미있을 듯!

조국이 신파(또는 영웅서사)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면 

조국은 감옥에 가야 하고, 이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윤씨는 탄핵(또는 유령대통령), 김씨는 감빵, 출소한 조국은 대선 후보가 되고(더 쉽게 가면 첫 대선에서 당선되고), 검찰 개혁은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는. 뭐 이런 서사.

 

이런 영웅서사가 완성되어야 하는데...


ps. 석, 동훈의 서사도 검색해 봤다. 이 둘은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주인공으로서의 서사가 없다, 대신 빌런 악역으로서의 서사는 차고 넘침. 영화<듄2>에 비유하면 석=하코넨 남작(외모 싱크로 100%), 동훈= 하코넨 조카 로타( 이 역시 외모 싱크로 100%, 가발이라고 한다) 로타는 듄2에서 강렬하게 나타나 순식간에 제거되는 됨. 

노무현=레토 아트레스(폴의 부), 문재인=레이디 제시카(폴의 모), 조국혁신당 비례1번 박은정=거니(건희 아님!), 추미애=베네 게서리트 대장(샬롯 램플링, 잘 보면 추미애랑 샬롯 램플링이랑 근엄한 눈빛 똑같다! 베네 게서리트가 친폴인지 반폴인지 사실 모르지만, 베네 게서리트는 수 천년 동안 '폴' 메이킹 작업을 한 집단 아닌가!!)


ps2. 조국이 대법 판결을 끝으로 감옥 가고 국회의원 직 상실하게 되면 영웅의 비극은 완성되고 이 비극으로부터 역전이 시작된다!(이것은 3막 구조를 가진 이야기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 이 시점부터는 이성적 정치의 역역이 아닌 감정적 신파 또는 맹신으로 치닫는다. 왜냐 인간은 로봇이 아닌 살과 피를 가진 한 마리 짐승에 지나지 않으므로. 인간(나 포함)은 신파를 좋아하고, 비극적 영웅서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ps3. 이쯤 되니 나는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를 자처하게 됨. 조국혁신당의 총선결과에 놀라자빠질뻔한 나는 조국과 동훈, 석 사이에서 발생한 일들을 검색해보고 나서 여동생에게 이렇게 흥미진진했었단 말이가!! 와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했고, 여동생은 정치가 제일 잼나지! 드디어 뉴스를 보겠군 했다. 


ps4. 폴 무아딥 우슬= 조국 조국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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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1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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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1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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