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틑날 출근하자 영업부 가와타니가 보이지 않았다. 병결이라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역시 독감이리라. 회사에서 가장 젊고 체력도 있는 가와타니가 쉰다는 사실은 사원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나는 거봐라,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가 집에서 푹 쉴 수 있기를 바랐다.
조만간 가와타니도 독감에 걸리리라 예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야마자키 씨의 옆자리였기 때문이다. 아마 마스크를 사라는 말도 줄기차게 들었을 것이다. 야마자키 씨가 선배니 남한테 팔기 전에 당신이나 쓰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야마자키 씨가 퍼뜨리는 바이러스를 직통으로 맞고 젊음으로 겨우겨우 버텨오다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소규모 팬데믹 / 쓰무라 기쿠코>
쓰무라 기쿠코의 단편집 <어쨌든 집으로 돌아갑니다>는 내 회사 책상 서랍에 부적처럼 들어 있는 책이다. 요즘 일본 문학계는 박력이 있는 소설이 없다, 전부 소녀소녀하다고 만연필을 부르잡고 눈물을 흘리는 마루야마 겐지 입장에서는 쓰무라 기쿠코가 맘에 들지 않겠지만(야 이 소녀야, 어디 일기 쓰니? 하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단편집이 좋고 돈 벌기 싫을 때마다 이직한 회사에서 받은 첫 월급을 과감히 투자해서 구입한 만연필 펠리카노 주니어를 꽉 잡고 의지를 다지는 도리카이 사치코를 떠올린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비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하는 일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이마의 3곳을 정해서(왼,중간,오) 3번 측정한다. 오늘도 정확히 36.5도다.
그러자 조노우치 씨는 역시 자전거로 통근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요, 많은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없으니 감염될 위험성이 낮은 거겠죠., 하고 태평하게 대답했다.
<소규모 팬데믹 / 쓰무라 기쿠코>
새삼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것과 공동주택(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것)에 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알게 되었다. 삶을 하찮게 여기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좀 우습기도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사소한 불찰에 의해 죽고 싶지 않다. 죽게 된다면 그 원인은 오직 살아온 세월에 의한 마모(장기가 낡아서 죽게 되는)거나, 내가 죽고 싶어서 선택하는 안락사였으면 한다. 바보가 퍼뜨린 바이러스에 의해서 죽고 싶진 않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단체로 뭔가를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회식, 결혹식, 장례식, 그리고 종교모임. 이번 코로나19를 통해서 사람들이 뭔가를 배울 수 있길 바래본다. 집단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좀 깨달았으면...제발 반찬그릇 공유하는 한식문화 좀 없어지길!!(진짜 싫다) 또한 동네 개나 고양이까지 초대하는 결혼식, 장례식 풍습도 없어지길. 이번 사건으로 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회사동료들도 각성 좀 했으면. 당신들이 신천지를 보는 그 심정이, 내가 당신들을 보는 그 심정임을 좀 알아주시길. 너네도 정말 답답하고 바보같고 집단생활에 매몰된 영장류처럼 보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