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노, 열정을 디자인하다 - 최초의 알파걸, 최고의 패션 패셔니스타
노라 노 지음 / 황금나침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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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출판그룹이 이 따위의 책을 펴냈다는게 이해가 안되고...
내가 존경하는 작가 중에 한 사람인 박완서 선생님의 추천사가 붙어 있다는게 이해가 안되고...
역시나 합리적이고 멋스러운 노신사 이어령 선생님마저 추천했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책이다.
사회적 신뢰를 확보한 어른이라면 개인적 친분이 있더라도 추천사는 가려서 써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열정의 젊은이이던 내가 요새 열정이 많이 부족해진 것 같다면서 이 책을 선물했다. 열정을 키우라고 말이다. 열정, 아무 책이나 보고 키울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열정보다는 분노를 배웠다. 어떻게 이 따위 책이 우리나라 최고의 출판사를 통해 출판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편집인과 책임편집자들도 분명히 쪽 팔렸으리라...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이겠지? 만약 이 책을 편집하면서 부끄럽지 않았다면 출판계를 떠나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이런 허술한 책으로 독자들을 우롱하는가? 혹시나 뭔가 있을까 싶어 나름대로 꼼꼼하게 읽은 시간이 아깝다.

Fashion과 Passion을 말 장난하듯 버무린 잡문들...
자비 출판이라면 모를까 국내 최고의 출판사인 민음사 출판그룹 황금나침반이 선택할만한 책은 결코 아닌 듯 하다.

정말이지 부모 잘 만나고,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그녀의 삶에 질투가 날지언정 그녀가 살아간 흔적들에서 특별히 존경할만한 꺼리는 못찾겠다.

출판사의 역할이 뭔가? 그녀의 표현력이 부족했다면 보강해주고, 그녀의 글발이 약하면 대필 작가라도 제대로 붙여줘야 감동이 있지 않겠는가? 한 분야에서 성공한 나이 80줄의 할머니가 자기 인생을 회고하며 자랑거리들을 늘어 놓으면 어지간해서는 박수 쳐줄만 하지만 이 건 아니다. 이 책은 저자 보다도 무책임한 출판사에게 책임이 더 큰 것 같다.

이 책 읽을 시간에 차라리 드라마나 보는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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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진 2010-12-1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웬 열등감 덩어리의 리뷰인가...그 글들이 자랑으로 들렸다니. 샤넬 책을 읽어도 그렇게 보였겠군.
 
로미오와 줄리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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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문집을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었다.

나에게 다가오는 로미엣과 줄리엣의 명대사는 예나 지금이나 장미를 빗댄 다음 부분이다. 창가에서 로미오를 내려다 보는 줄리엣의 목소리..

 

그대의 이름만이 나의 적일 뿐이에요.
몬터규가 아니라도 그대는 그대이죠.
몬터규가 뭔데요? 손도 발도 아니고
팔이나 얼굴이나 사람 몸 가운데
어느 것도 아니에요. 오, 다른 이름 가지세요!
이름이 별건가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건
다른 어떤 말로도 같은 향기 날 겁니다.
로미오도 마찬가지. 로미오라 안불러도
호칭없이 소유했던 그 귀중한 완벽성을
유지할 거예요. 로미오, 그 이름을 벗어요.
그대와 상관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를 다 가지세요. (2막2장38행~48행)


 

일정한 수로 제한된 각 행들은 대개 3·4조 자수율을 원칙으로 약간씩 변형되기도 하는데, 읽는 순간 노래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원본의 산문은 그대로 산문으로 처리하고, 운문을 이렇게 잘 다듬어 놓으니 읽기도 편하고 민세문집을 통해 새로이 읽는 맛이 살아 났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다시 읽어도 기분 좋은 이야기...

캐플렛과 몬터규라는 두 라이벌 가문의 비극은 두 사람의 죽음으로 화해하게 되는 설정이 지금에야 유치한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의 사랑 이야기로써 특히, 집안의 반대로 상처받은 모든 연인들에게 영원한 위안이 되리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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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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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 할 수 없는 나무... 뿌리가 필요한 나무...

그 나무중에 한 그루가 되고 싶어지는 나의 변화가 감지되던 책...
어떤 책이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글은 감히 서평을 못 쓰겠다.


나는 국내 여행을 떠날 때,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를 한 번 더 읽게 된다.
내가 자란 이 땅의 역사와 뿌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감동을 그린 얇은 책이다.

진정성이 온몸에 물든 노학자 신영복이 이 땅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수많은 당신들에게 띄워 보낸 아름다운 엽서들이 이 나라의 아픈 역사와 민초들에게서 비롯된 감동의 관계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여행 가방에 부담없는 얇은 책이지만 매 순간 고민하게 만드는 깊은 철학이 있는 책이다. 역으로 이 책의 배경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며 반드시 책이 말하는 장소가 아닐지라도 여행의 목적과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해외로 나갈 때 신영복의 더불어숲을 한 번 더 읽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인류를 사랑하게 하는 감동이 거기에 있다.

이 책을 읽고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생각하며 세계를 누비는 한국 여행객들이 더 많아졌으면 싶다. 이 책과 함께 여행을 다녀 온다면 누구라도 더욱 성숙한 여행의 뒷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땅의 지도자들이 이런 책만 읽고 해외 순방길을 떠났더라면 나라꼴이 이다지도 아프지는 않았을텐데...

나는 앞으로도 신영복의 사언행일치가 빛을 발하는 멋진 두 권의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여기저기 여행을 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누군가에게 읽던 책을 선물하는 여유도 갖도록 해야겠다.

글로벌화 할 수 없는 나무... 뿌리가 필요한 나무...
그 나무중에 한 그루가 되고 싶어지는 나의 변화가 감지되던 책...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 

나는 다른 책들은 대충대충 서평을 쓰면서도 정말 신영복 선생님 책은 조심하는 편이다.



올 초에 북악산에서 찍은, 영원한 내 마음의 스승 신영복 선생님 모습...





3년 전 어느 일요일 오후, 신사동의 한 일식집에서 우리 부부를 위해 사인해 주신 책 나무야 나무야~
언젠가 이 책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면 더 멋진 서평을 남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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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
팔란티리 2020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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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너무 소홀했었다.

가끔은 월간지나 주간지를 통해 IT의 흐름을 읽었어야 했는데...

덕분에 이 책 하나로 최근의 인터넷 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좋은 소재를 잘 정리하려고 노력한 책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불필요한 내용이 너무 많아 알맹이에 비해 책이 좀 두꺼운 감이 없지 않았다.

이런 책은 보다 핵심을 추려내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네이버가 주축이 되어 만든 연구 모임인 '팔란티리 2020'(팔란티리=미래를 내다보는 돌 from 반지의 제왕)의 옴니버스식 작품인만큼 현재와 미래 사회의 어두운 면 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부각된 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세월 흐르는만큼 컴맹이 되어가는 나에게 자극이 된 책이다.

 

"나는 몇 개인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과연 몇 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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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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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 여름, 이화여대 ECC센터에서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는데,
자리가 만원이라 그 학교 신입생인 내 조카 미림양은 결국 강의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만원의 분위기만 전해 듣고보면 이어령 선생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작 그 강연을 들으려 했던 내 조카는 이어령 선생님을 잘 몰랐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어령 선생님이 강의실 입구에 나타났을 때, 데스크를 지키던 여학생이 "초대장 있으세요?"라고 물었다고 하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고, 이어령 선생님은 정작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인 젊은이들에게 그다지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 못하신 것 같다. ^^;

이 책은 대학교 신입생들이 새겨들으면 좋을 아홉가지의 매직카드를 주제로 하고 있다.
비단 대학교 신입생이 아닐지라도 삶의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듬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꽤나 유익한 책이다.

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출판사의 기획에 의해 탄생한 책이며 선생님의 주저함에도 불구하고 발행인의 의지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된 저작물이라는 것이 전해지는 이야기다.

항상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이어령 선생님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결코 나이를 속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아무래도 출판사 편집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구입한 이 책의 초판은 눈에 띄는 오류가 많았다. 출판사 실무진들은 그것이 선생님에 대한 결례라며 송구스럽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오류의 진정한 책임은 예전과 달리 고령으로 여러가지 한계에 직면한 저자에게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이 책을 폄하할 생각도 없다. 내 눈에 띄는 오류들은 재판에서 대부분 수정되었으며 어쩌면 하나의 가치있는 기록물리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추사 김정희를 김정호(41쪽)라고 했다든지 3장과 4장의 순서(62,86쪽)가 바뀐 것, 에필로그(289쪽)가 부록 뒤에 나온 점들은 애교로 봐줄 수 있으며 결코 불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바로 문제를 해결한 출판사 편집자들의 순발력은 오히려 칭찬해주고 싶다.

이 책은 아홉 가지의 주제로 '9UP'을 통해 아홉가지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창조적 사고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수동적인 기존의 사고 방식을 벗고, 의심하기, 삐딱하게 보기, 새롭게 보기, 뒤집어 보기, 다르게 보기’를 실천하라고 권장한다. 그 아홉가지는 다음과 같다.


up1 뜨고 날고
_카니자 삼각형에서 여러분은 분명 그 사이에 떠오르는 삼각형의 공백을 볼 것입니다. 꿈, 상상력, 창조 공간, 미래의 판타지―무엇이라 부르든 이 떠오르는 가상공간에서는 학과 간의 구분도 없고 인문학이니 사회과학이니 자연과학이니 하는 구별도 없습니다. 학과 사이의 높은 문지방도, 두터웠던 문과 이과의 벽도, 높은 가상공간의 하늘위에서 바라보면 모두가 개방되어 있지요.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만들어가야 할 ‘대학 2.0 시대’의 기반이요, 높이 날아 올라야 할 창조적 상상력의 하늘인 것입니다.

_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 좁은 골목에서는 오직 선두에 선 자만이 우승자가 됩니다. 잘해야 금은동 메달리스트만이 승리자의 시상대에 설 수 있지요. 하지만 하늘처럼 열린 공간에서는 모두가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날 수 있습니다. 360명이 360도의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360명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있지요. --- 첫번 째 매직카드, 「카니자 삼각형(Kanizsa Triangle)」중에서

up2 묻고 느끼고
_이지도어 아이작 라비는 원자시계의 개념을 최초로 발견한 물리학자로 1944년에 노벨상을 탔습니다. 그가 아무도 생각지 못한 핵의 자기 공명 기술을 개발해냈을 때 기자들이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느냐고 말이지요. 그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늘 이렇게 물으셨지요. ‘얘야 오늘 공부 시간에는 선생님에게 무슨 질문을 했니?’ 그것이 바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비결이지요.”

_묻는 말에 잘 대답한 덕분에, 그러니까 시험을 잘 치른 덕분에 여러분은 대학 입시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잘 들으세요. 이제부터는 여러분들이 물을 차례입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그래서 기성관념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대학생의 시작이며 젊은이의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입니다. --- 두번 째 매직카드, 「물음느낌표(Interrobang)」중에서

up3 헤매고 찾고
_40대를 흔히 ‘불혹(不惑)’의 나이라 칭합니다. 흔들림 없고 방황하지 않으며 어느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 견고함을 뜻하지요. 그런 40대에게는 yes냐 no냐 하는 선택의 문제만이 남게 됩니다. 20대의 여러분들에게는 may be라는 특권이 주어져 있습니다. 어느 하나를 택하여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기 보다는 방황하고 찾아 헤매면서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지탄의 대상도 아니며 좌절의 주홍글씨도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들의 30대와 40대를 더욱 유연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커다란 자산이 되어 줄 것입니다.

_실수나 우연을 통한 창조를 영어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하지요. 페니실린이 발명되어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그 많은 젊은이들의 운명을 바꿔놓기까지는 몇 번의 세렌디피티가 겹쳤고 이 사실을 알면 인간의 삶과 역사의 신비함에 할 말을 잊게 됩니다.

세렌디피티 1
리소자임은 생물의 침 속에 포함되어 있는 살균성 효소인데, 우연히도 플레밍 박사가 세균을 칠한 실험용 접시에 재채기를 했고, 며칠 뒤 침이 떨어진 자리에 세균의 콜로니가 파괴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세렌디피티 2
플레밍 박사가 페니실린을 발명하게 된 것 역시 조수가 실수로 열어 놓은 창으로 곰팡이 균이 날아들어와 박사의 세균 배양 접시에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파란 곰팡이 균이 떨어진 자리에 세균 콜로니가 말갛게 변해 있음을 발견하지요.

세렌디피티 3
플레밍 박사는 페니실린 발명 사실을 의학 연구지에 발표했지만 그것은 10년 동안 잊힌 채로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묵은 서류를 들추던 과학자들 눈에 띄었지요. 그들은 플로리Howard Florey와 체인Ernst Chain으로, 페니실린을 약제로 만드는 데 성공한 장본인이지요.

세렌디피티 4
그런데 마침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부상병 치료에 고심하던 군 당국에 페니실린에 관한 정보가 흘러들어가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됨으로써 페니실린은 그 진가를 발휘, 많은 부상병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세렌디피티 5
스코틀랜드 에어 록필드 지방의 가난한 농부가 늪에 빠진 소년을 구했습니다. 다음날 소년의 아버지가 찾아와 답례로 농부의 아이를 자기 아이와 똑같이 교육시켜주겠다고 약속했지요. 그리하여 플레밍 박사는 런던대학교 세인트 메리 병원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페니실린을 발견해 귀족 작위까지 받았지요. 그런데 우연하게도 농부가 구해준 아이가 장성하여 폐렴에 걸렸는데 플레밍 박사의 페니실린 덕분에 또 한번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을 구해낸 재상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경입니다. --- 세번 째 매직카드, 「개미의 동선(Ant's Trace)」중에서

up4 ‘나나’에서 ‘도도’
_선택한다는 것은 곧 한쪽으로는 쏠리고 다른 한쪽은 배제한다는 뜻입니다. 편향과 배제―그래서 우리의 현실은 늘 쏠림 현상을 일으키지요. 흑 아니면 백이라는 이항대립의 논리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시스템은 피가 흐르는 우리의 구체적인 삶과는 어쩔 수 없이 동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_O×의 선택형 시험문제에 익숙한 여러분은 두말 할 것 없이 ‘오리-토끼’ 어느 하나를 택하여 대답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무리도 아닙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12년 동안 정답은 오직 하나라고만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우게 될 가장 큰 공부는 “답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대학은 이미 나와 있는 답에서 하나를 고르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새로운 답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내는 창조정신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 네번 째 매직카드, 「오리-토끼(Duck-Rabbit Illusion)」중에서

up5 섞고 버무리고
_이미 알려져 있는 것들을 결합하여 지금까지 누구도 모르고 있던 새로운 효능과 가치를 창출하는 기법, 그리고 그 정신이 M 자 위의 화살표처럼 오늘의 젊음을 업그레이드하는 비밀 병기, 즉 매시 업입니다.

_이분법이 종언하고 그 경계가 무너진 곳에서 진정한 융합문화가 생겨납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인의 ‘노동=놀이’관을 한마디로 나타낸 “뽕도 따고 님도 보고”라는 속담입니다. 혹은 “쉬엄쉬엄 일하다”처럼 쉬는 것과 일하는 것이 같은 리듬 안에서 공존하지요. 이러한 노동=놀이를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대입하면 우화 자체가 해체되고 개미와 베짱이는 하나로 매시-업 됩니다. 그것이 바로 ‘개짱이’지요. 담장이 없는 벌판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내 젊음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한 여러분이 만드는 미래는 결코 새로울 수 없습니다. --- 다섯번 째 매직카드, 「매시 업(Mash Up)」중에서

up6 연필에서 벌집
_만약 연필 단면이 사각형이었다면 손가락으로 쥐고 쓰는 데 얼마나 불편했을 것인가. 그래서 연필 자루는 원통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원통형 연필 자루는 얼마나 구르기 쉬운가. 조금만 기울어도 연필은 책상에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것입니다. 잡기에 편한 원이냐? 구르지 않는 사각형이냐? 이렇듯 둥근 원과 네모 사이의 긴장 관계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연필의 여섯 모입니다. 정교하게 지어진 벌집도 자세히 보면 가장 안정적이고 균형적이라는 ‘육각형’이지요.

_지우개를 머리에 단 연필, 이것이 창조적 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형입니다. 연필처럼 유연한 사고여야 한다는 겁니다. 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잉크펜이나 볼펜 같은 경직된 사고형에서는 결코 창조적인 생각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고정관념을, 편견을, 그리고 일상성에 토대를 둔 도구적 사고를 지울 수 있는 하나의 지우개. 연필과 함께 붙어 있는 지우개. 이것이 앞으로 다가오는 젊은이들이 필요로 하게 될 새로운 사고의 틀일 것입니다. 쓰고 지우고, 지우고 또 쓰십시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지우개가 달린 연필로 사고해야 합니다. --- 여섯번 째 매직카드, 「연필의 단면도(Hexagon)」중에서

up7 ‘따로따로’ ‘서로서로’
_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가 바티칸 성당의 천장화를 그리고 있을 때의 이야깁니다. 라파엘로가 작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왕은 라파엘로가 딛고 서 있는 사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는 때마침 들어온 총리대신에게 이렇게 지시합니다. “이보게, 저 사다리 좀 잡아주게.” 그러자 총리대신이 황당해하며 “아니 폐하, 일국의 총리가 저런 그림 그리는 녀석의 사다리를 붙잡아주는 게 말이 됩니까?” 하고 불평했답니다. 그러자 왕이 “라파엘로의 목이라도 부러지면 저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이 지구상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자네 목이 부러지면 총리 할 사람은 지금도 줄을 섰네. 그러니 잔말 말고 사다리나 잡게!”라고 대답했답니다. 이것이 바로 ‘온리 원’의 힘인 것입니다.

_독창성은 남들이 당연시하는 것, 이미 해답이 나온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유행을 따르는 데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독창적 산물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사실 독창이라는 말부터가 우리는 물론이고 서양의 경우에서도 19세기까지 나쁜 의미, 특히 문학에서는 전통적인 운이나 양식을 제멋대로 고치는 것을 비난하는 뜻으로 사용해왔다고 합니다. 참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비난, 무시, 비웃음을 살 경우가 더 많지요. 그러기 때문에 절대적 고독을 넘어설 각오 없이는 독창성을 키워갈 수 없습니다. --- 일곱번 째 매직카드, 「빈칸 메우기(Blank)」중에서

up8 앎에서 삶으로
_바비 존스는 골프 천재입니다. 당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그의 기록은 아직도 깬 사람이 없을 정도지요. 그러면서도 그는 은퇴하는 날까지 아마추어 골퍼로 활동했습니다. 큰돈을 벌 수 있는데 왜 프로로 전향하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골프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골프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만약 그것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직업이 된다면 더 이상 골프를 사랑할 수 없게 될 거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_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학문에 있어서도 수단으로서의 프로페셔널이 된다면 거기에서 창조적인 가치가 태어나기는 힘들다는 점입니다. 역시 배움의 희열, 학문의 즐거움은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열정에서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그레이트 아마추어(Great Amateur)’란 말이 조금씩 퍼져가고 있습니다. --- --- 여덟번 째 매직카드, 「지(知)의 피라미드(Knowledge Pyramid)」중에서

up9 너의 별은 나의 별
_세계는 오늘날 하나가 되자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거꾸로 민족주의, 지역주의도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유럽연합과 유로화를 만들었고 이슬람은 이슬람끼리 뭉치지요. 점점 지구화가 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문화 때문에, 지역과 풍토 차이 때문에 지역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어가고 있는 거지요.

_오늘의 대학생들에게 가장 결핍된 것이 있다면 바로 로컬과 글로벌의 두 문화에 때한 쏠림현상이라는 겁니다. 할아버지는 로컬 문화, 아버지는 글로벌 문화에 젖어 있었다면 그 손자들인 젊은 여러분들의 문화는 글로벌과 로컬이 한데 균형과 조화를 이룬 ‘글로컬리즘’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로컬이나 글로벌의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보다 몇십 배 더 힘이 드는 일입니다. ---아홉번 째 매직카드, 「둥근 별 뿔난 별(Form of Stars)」중에서

 

 

360도로 제각기 뛰면 360명 모두가 일등이 되는 사회(169쪽)가 가능하다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어령 선생님, 앞으로도 더 건강해 지셔서 오랫동안 우리의 정신적 지주가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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