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없다 - 바른통일에 대한 생각과 담론
남주홍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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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바른 통일에 대한 생각과 담론... 좋은 타이틀이다.

저자는 지금 한반도 안보상황이 다른 어느때보다도 유동적인 상태에 놓여 있기에 안보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라며 애국의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누구나 애국하는 방식은 자유니까... 사람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이런 류의 책들도 읽어볼만 하다.

이 책 이후에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는 책을 쓴 박관용이나 '굿바이 김정일'의 김종서가 이 책을 발판으로 북한 붕괴 이후를 준비하자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책의 완성도 면에서도 그 책들 보다 못하고 재미도 덜한 것 같다. 혹시 이 분야 책을 원한다면 고려해 보시라..

독일의 통일을 '실패한 통일'이라고 규정한데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빠른 통일에 집착하는 참여 정부와 그에 부응하는 단체에게 바른 통일을 제안하는 세련된 언어유희를 보여준다. 분단 60년 이후에 찾아온 햇볕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 사람이 분단 60년을 되돌리려는 남북화해의 10년을 우려하는 이 사람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 되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눈물이 나왔다. 슬픔 아닌 그냥 넘치는 웃음을 못이기는 눈물 말이다.
 

 
2008.2.27.-경향신문 만평 

남주홍은 말한다. 동서 냉전의 종식과 함께 찾아온 한반도의 해빙무드는 남북간에 화해와 협력이라는 환희를 낳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것은 환상이었노라고... 책을 쓸 당시 한미동맹의 분열현상을 우려하며, 1년후에 다가올 대선에서 좌·우 세력간 충돌이 발생하여 사상전으로 정체성 혼란과 체제적 도전 현상까지 초래된다면 반미감정과 반한감정이 시너지(?)를 불러 일으켜 일대의 안보위기 사항이 야기될지 모른다는 우려... 국민의 정부시절 6.15 공동선언을 "대남 통일전선 전략용 공작문서"라고 비판했던 사람이 하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부도 날 수 밖에 없는 약속어음"이라고 독설을 퍼붓던 사람이 하는 말이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하지만 저자는 북한체제의 붕괴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뉘앙스를 여기저기서 보여주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면 우리가 흡수통일을 할 수 있다는 낭만주의자는 아닐까? 이런 한콘(한국 네오콘) 선두주자가 통일부 장관 내정자라니... 

저자의 통일부 장관 내정은 당시 여론에 밀려 들어갔지만 이 개념없는 정권이 두렵다. 늘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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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부터의 편지
마크 트웨인 지음, 윤영돈 옮김 / 베가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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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허클베리핀의 작가 마크 트웨인, 그의 아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고 한다.
애처가였던 마크 트웨인은 자신의 원고가 완성되면 아내의 교정과 감수로 도움을 받은 후에 출판사로 넘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부의 역할이 참 멋스러운 좋은 파트너의 관계였으리라 생각된다.
애처가인 마크 트웨인도 아내가 죽은 다음에 자유는 있었을 것이다. 더 이상 그녀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독실한 신자인 아내를 의식해서 어찌 이처럼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겠는가? 

천지 창조의 하나님을 우습게 생각했던 사탄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른 천사들의 고자질로 인해 천상에서 지구로 쫓겨난 사탄이 지구에서의 경험을 가브리엘과 미카엘에게 서간문의 형식으로 보낸다. 지구의 천 년이 천국의 하루이기에 그 경험이 지구의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사탄이 괜히 사탄일까. 사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탄답게 창조주와 인간, 지구에 대한 독설을 쏟아낸다.
기본 소재는 성경이고... 성경과 지구인들의 신에 대한 믿음에 냉소를 보내는 사탄의 메시지는 나름대로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인간들이 상상하는 천국...
인간 최고의 쾌락인 섹스가 빠지고, 그저 밍숭맹숭하게 기도나 하며 노래하는 따분하고 지루한 곳... 바로 그곳이 지구인들이 생각하는 천국이라는 냉소...

애초에 아담과 이브는 벌거벗음과 염치를 모르는 세계에서 시작했고 그것은 순수한 정신의 세계였는데, 그 후손들이 정숙함의 세계를 추구하면서 오염된 정신이 깃들고 기독교인 어머니의 첫번째 의무가 자녀들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것이라 말한다.

인간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언제나 그 기도를 듣고 계신다고 여깁니다.
참으로 황당하지 않습니까?

사탄의 편지를 통해 전해오는 마크 트웨인의 섬뜩한 종교비판...

지구인들은 스스로들 천국에 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사들을 먹여 살려주는데 발벗고 나선 바보들이라는 이야기들이 적나라하게 편지에 적혀 있다.

간단한 일러스트와 함께 그런 편지가 간단하게 11장 이 책에 담겨 있다.

기독교인이 읽으면 열받을만 하지만... 버트런트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와 같은 류의 책보다 훨씬 풍자적인 이 소설은 읽기 편안한 책이다. 

서울을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던 권력자에겐 짜증날만한 책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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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긍정 - NEVER SAY NEVER
김성환 지음 / 지식노마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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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TV 광고의 상당 부분이 대출 광고와 보험 광고이다.
돈이 최고라는 관점에서 하나의 악의 세계가 보험과 대출 사업을 통해 형성되고 있는 현실은 분명 가슴 아프다. 이 책의 광고 카피처럼 "그와 함께 일하면 누구나 억대 연봉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접근 방식은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정말 이 책이 맘에 드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관점에서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일반인들 보다도 세일즈맨들에게는 필독서라고 생각된다. 근래 읽은 김성오 약사의 '육일약국 갑시다'에 버금가는 배울 점이 있는 책인 것 같다.
특출날 것 없는 평범한 보험 세일즈맨 김성환이 젊은 나이에 메트라이프 STAR MGA 대표로 성공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읽어 내노라면 즐겁고, 앞으로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그런 각오가 생겼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언제부턴가 보험 아줌마들의 시대가 지나 가고, 깔끔한 매너의 고학력 보험세일즈맨의 시대가 도래하여 정착된지 오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특정직업을 가진 한 개인의 성공 담임과 동시에 누구나 그처럼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절대 긍정적인 삶의 방식을 잘 정리한 책이다. 모든 자기 개발서가 그러하듯이 경제적인 성공을 성공이라 정의했을 때 이 책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천박한 자본주의를 설파하는 그런 책도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연애하는 마음으로 세일즈 하라는 정신에 100% 공감한다. 떠나가는 연인도 최선을 다해서 잡아 낼 수 있는 열정으로 세일즈 한다면 어찌 성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식대로 받아들이자면 물은 섭씨100도에서 끓어 승천(?)한다. 99℃의 온도나 10℃의 온도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차이가 없다. 즉,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이 물의 끓는 온도로 마음에 다가왔다.

특별한 설명 없이 몇 번 언급되는 MDRT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대충 들어보니 업계 상위권을 의미하는 Million Dollar Round Table이란 의미인 것 같았다. 저자가 세일즈 입문 6개월만에 최고에 오른 사람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타이틀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데, 이 건 사실 보험업계의 특성상 고객의 피 빨아 먹는 듯한 느낌이라 거부감이 드는 이야기인데 이러한 것들로 나는 보험 업계의 성격들을 많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 나름대로 소득은 있었다. 예문에도 나오듯이 저자는 돈의 단위를 일반인과 달리 조금 크게 잡는 듯한 이질감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프로는 자신감을 앞세우고 아마추어는 자존심을 앞세운다는 말도 멋졌고, 자신의 위기를 빗대어 건강의 소중함을 강조한 것도 내가 박수를 보내고 싶은 저자의 매력인 것 같다.

나도 얼른 억대 연봉자가 될거야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손대는 어리석은 독자는 없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절대 긍정적으로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보면 살다보면 99℃를 넘어 언제가 끓어 올라 승천하는 물방울이 되리라.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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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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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에 의해 쓰여진 아프리카를 위한 영문 소설...
그러나 마냥 아프리카를 예찬하지는 않는 자기 반성의 소설로 2007년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Turning and turning in the widening gyre 돌고 돌아 더욱 넓은 동심원을 그려 나가
The falcon cannot hear the falconer; 매는 주인의 말을 들을 수 없고,
Things fall apart; the center cannot hold;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중심은 힘을 잃어,
Mere anarchy is loosed upon the world, 그저 혼돈만이 세상에 풀어 헤쳐진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詩 '재림'(再臨; The Second coming)의 도입 부분이다. 세상의 종말을 예언하는 이 시의 세번째 행은 이 소설의 제목이 되었다. 아프리카의 영웅적인 한 사나이 앞에 놓인 개인사를 통해 그의 부족이 서구인들에게 굴복해 가는 과정을 그들의 정서와 시선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 내 눈을 사로잡은 매력적으로 문장은 37쪽에 있는 다음과 같은 그네들의 속담이다.

"왕의 입을 보면, 한때 (그가) 어머니의 젖을 빨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

무능한 아버지를 둔 탓에 궁핍하고 불우했던 오콩코가 입지전적인 성공을 성취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무오피아의 한 노인이 이야기한다.
이렇게 성공한 영웅적인 모습의 오콩코에게는 또 다른 모습도 존재한다. 그는 다혈질의 성격에 남성우월주의자로 부인에게 폭력을 서슴치 않았으며 자신의 잘못이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타인을 희생 시키는 다소 비겁한 면이 있는 것이다. 자신이 나약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인질로 잡혀와 가족처럼 살아온 소년 이케메푸나를 자신의 도끼로 내려치는 장면 등이 그렇다. 그 사건 이후로 스스로 나약해진 자신에게 묻는다. '언제 이렇게 덜덜 떠는 늙은 여자가 되었는가? 전쟁의 무훈으로 아홉 마을에 그 이름을 떨친 나였는데. 내가 전쟁에서 다섯을 죽였는데 거기에 어린 아이 하나를 더한 것으로 이렇게 산산 조각이 날 수 있는가? 오콩코, 넌 이제 여자가 되었구나.' (80쪽) 오콩코의 양면성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그런 독백의 순간이다.

오콩코는 부족의 한 노인 장례식장에서 어린 소년(죽은 노인의 아들)을 죽이는 실수를 범한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으나 그는 마을에서 추방 당한다.  그것은 대지의 여신에 대한 범죄였고 7년간 유배를 떠나야 하는 전통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부족의 일원들은 오콩코가 자신의 외가로 유배를 떠난 후 바로 그의 집을 불 태우고, 담을 허물고 가축들을 죽였다. 오콩코에 대한 적대감이 아니라 그들의 신앙이었다.
오콩코의 친구 오비에리카는 친구의 일을 슬퍼한다. 그 자신도 대지의 여신의 뜻에 따라 자신의 쌍둥이 아들들을 악령의 숲에 내다버린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을...
부족의 촌장이 되는 것에만 집착하던 오콩코에게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으로 비교적 내용이 많은 소설의 1부가 끝난다.

음반타의 외가로 유배를 와서 지내는 동안 우첸두의 보살핌을 받는 오콩코가족... 도중에 우첸두의 막내 아들 결혼식 장면은 이 소설이 얼마나 아프리카적인 풍습을 기록으로 잘 남겨주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신랑의 누나가 신부에게 결혼 약속 후 순결하게 지냈는가를 묻는 장면과 명확하게 따지는 부족들... 신부의 다짐을 받고, 신부가 가져온 암탉을 넘겨 받아 목을 예리한 칼로 잘라 바로 그 닭의 피를 가문의 지팡이에 발라 맹세를 하는 풍습 등은 뭉클한 감동이 있다.

"자식이 아버지에 속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자식을 때리면 자식은 어머니 집으로 피하지. 모든 일이 무사하고 삶에 고달플 때 사람은 아버지의 땅에 속한다. 하지만 슬프고 고통스러울 때는 어머니의 땅에서 위안을 찾는다. 어머니는 이럴 때 너를 보호한다. 어머니가 거기에 묻히신 게지. 이것이 어머니가 가장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오콩코 자네가 어머니의 고향에 와서 무거운 표정으로 위로 받기를 거절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조심 하게나.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신 분들을 화나게 할 것이네. 자네의 임무는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고 일곱 해 후엔 그들을 아버지의 땅르로 데려가는 것이네. 하지만 자네가 슬픔과 낙당 속에서 죽는다면, 그들 모두 객지에서 죽게 될 것이네." (159쪽)

이 또한 외가의 어른인 노인 우첸두가 풀이 죽어 지내는 오콩코를 위로 하기 위해 들려주는 지혜로운 말로 이 소설의 소재가 매력적인 이유이다.

오콩코의 장남 은워예는 기독교로 개종한다. 그 배경에는 자신이 친형처럼 따르던 이케메푸나를 죽인 아버지에 대한 반감도 한 몫 했다. 오콩코 또한 그런 아들을 아들로서 인정하지 않으려 애 쓰고, 그럴수록 딸 에진마에 대한 편애를 보인다. 오콩코와 둘째 부인 에퀴피 사이에 태어난 사랑스러운 딸 에진마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자치 하며, 아버지는 그런 딸을 아들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늘 아쉬워 한다. 에진마는 늘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으로 보답한다.

7년의 세월을 보내고 아버지의 땅 우무오피아으로 돌아오는 오콩코에게 고향은 옛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부족은 도마뱀과 같다. 꼬리를 잃으면 곧 다른 꼬리가 자란다'는 그들의 속담처럼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고, 그의 귀향은 부족민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선교사 브라운은 단지 침략한 백인의 모습만으로 보여지지 않고 나름대로 부족의 전통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부족의 전통과 조상을 모욕하는 행동은 기독교로 개종한 몇몇 부족민들에게서 나타난다. 마치 친일파들에 의해 더욱 파괴되었던 우리의 일제시대가 잇었던 것처럼 치누아 아체베도 자기 부족들의 책임도 있음을 냉정하게 소설 속에 담아냈다.

브라운에 이어 새로 부임한 스미스 체제 하에서 마치 독립 투사의 모습으로 오콩코는 부족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노력을 하고, 교회를 불 사르는 등의 행동을 통해 행복감에 젖어 든다. 그렇게 자신이 뭔가 이루고 있다는 신념에서 오는 행복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백인 치안 판사와의 협상 자리에서 억울하게 체포된 오콩코와 마을 지도자들은 그들의 조롱 속에서 분노의 며칠을 보내고,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보석금에 해당하는 조가비를 지불하고서야 풀려 난다.

풀려난 오콩코는 다시 한 번 독립 투사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군중 집회가 있던 날, 자신과 부족들을 모욕했던 전령의 목을 도끼로 내리쳐 살해한 것이다. 그렇게 오콩코는 마지막 자존심을 보여준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들 부족 남자의 일생은 자신의 조상에 점점 가까이 가는 일련의 통과의례였던 것이다. 오콩코는 떠났지만 부족들의 가슴에 남는 영웅이 된다. 하지만 영웅은 영웅일 뿐 영국인들의 머리 속에는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들이 드디어 평정되는 순간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모든 것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고, 오콩코의 영웅적인 죽음처럼 아체베의 글이 부족의 전설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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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잡아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솔 벨로우 지음, 양현미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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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궁지에 몰렸을 때 떠오르는 라틴어 Carpe Diem!!!
그리고, 그것을 영어로 번역하면 Seize the day이다. 순간을 즐겨라! 이 순간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라 정도의 뜻으로 알던 것인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오늘을 잡아라'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오늘을 잡아라... 나의 선입관 때문에 이 제목이 괜히 좀 어색했다.

실패자의 인생을 살면서, 막막한 현실 앞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주인공은 심성이 착하지만 물질문명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무시 당하며 늘 좌절한다. 착하고 늘 당하기만 하는 토미에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아버지 조차도 그의 재기조차 의심하고 그런 아들을 부끄러워 한다. 잃어버린 신용보다 더욱 고통스럽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은 토미의 잃어버린 자신감이다. 그것이 토미뿐 아니라 '실패자'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통이다.

아버지에게도 늘 무시 당하던 윌헬름(=토미)이 마지막으로 의존했던 탬킨 박사에게 마지막 재산을 전부 사기당한 뒤에 탬킨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장례 행렬에 말려들어 어떤 교회에 도달한다. 토미는 교회의 낯선 시신 앞에 통곡을 한다. 감정의 폭발로 억눌려 있던 절망과 불안의 분출인 것이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것은 현실이지만 토미가 추구하는 삶은 이기적이지 않고 보편적이며 인류애이다. 토미의 그의 이러한 삶의 방식은 바로 그 낯선 시신 앞에서 그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 고통받은 인생의 과거에 대한 속죄와 그의 새로운 삶을 암시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과거는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미래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지.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114쪽을 중심으로 이 책에 몇 차례 펼쳐지는 이 멋진 문장은 고통일 수도 있다. 사기꾼이 주인공을 위로하며 쓴 이 멋진 문장에 무너지는 우리의 중인공, 하지만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담담한 시선으로 심오한 희망의 철학이 읽혀지고 있다. 솔 벨로는 이 작품으로 미국 문학의 위상을 높였으며 위대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될 수 있었다.

Carpe Diem!! Seize th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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