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유쾌한 정신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 이야기
사이토 미치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삼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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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조리로 자신은 정신병이라는 병에 걸렸고, 절망 속에서 여전히 이 세상에 살아 있어야 하는가. 병을 안고 사는 인생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무카이야치 씨는 V. E. 프랭클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이 인생이 자신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이다.-281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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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즘과 젠더 - 비판총서 3
우에노 치즈코 지음 | 이선이 옮김 / 박종철출판사 / 1999년 12월
구판절판


이야기에 대한 물음은 언제나 이중성을 갖고 있다. 누가 이야기하는가라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문제와 누구를 향해 이야기하는가라는 듣는 사람의 문제이다. ‘피해자’의 ‘증언’을 누가 듣는 것인가. 듣는 귀가 없으면 아무도 그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누구를 향해 이야기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했을 때 이야기narrative는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공동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하는 사람은 같은 이야기를 녹음기처럼 반복하는 토킹 북talking book[맹인을 위해 책의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이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지금까지의 오럴 히스토리 연구를 보면 약자 입장에 놓인 사람은 강자인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 현장 또한 권력이 행사되는 임상 실험장이다. 약자의 이야기는 단 한 줄기로 구성되지 않는다. 종종 지배적인 이야기를 뒷받침하거나 보완하는 식의 이야기가 생겨나면 듣는 사람은 ‘현실’이 오로지 하나라고 착각한다. ‘또 하나의 현실’은 약자의 이야기 안에 있는 주저와 모순, 비일관성의 한복판에서 갈기갈기 찢긴 단편으로 나타난다. 여성사에서 이러한 오럴 히스토리의 비일관성이야말로 ‘지배적인 현실’에 균열을 나타내는 결정적인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뒤섞여 얽힌 이야기 현장에서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일관성 있는 이야기로 짜여졌다면 듣는 사람 또한 임상적인 현장에서 ‘상호 작용’하고 있는 것이 된다.-181쪽쪽

‘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젠더나 국적, 직업, 지위, 인종, 문화, 에스니시티 등 각양각색으로 존재하는 관계성의 집합이다. ‘나’는 그 어느 것도 피할 수 없지만 그 어느 하나만으로도 환원되지 않는다. ‘내’가 거절하는 것은 단일 카테고리의 특권화나 본질화이다. -205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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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6-01-22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그렇군요... 저도 독자층을 넓히고 싶은데, 그래도 기반이 되는 독자층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달라서 말이지요. 메일 주소는 부탁드려요. ㅠ.ㅠ 그리고, 고마워요.

숨은아이 2006-01-25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감사 감사!!
 
내셔널리즘과 젠더 - 비판총서 3
우에노 치즈코 지음 | 이선이 옮김 / 박종철출판사 / 1999년 12월
구판절판


‘공’문서란 ‘관(官)’에서 사태를 어떻게 ‘관리’했는가를 나타내는 자료이다. 그 유무를 물어 공문서가 없는 한 ‘사실’ 증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치자(治者)’ 입장으로 동일화된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159쪽쪽

당사자의 현실에서 벗어나 어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제3자의 입장에서 ‘판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실증 사학자들의 교만이다.
(중략)
‘문서 사료’란 권위에 의해 정통화된 사료, 지배 권력측 사료의 다른 이름이다. 지배 권력측이 자기의 범죄를 인멸하거나 정당화해야 할 만한 동기가 있다는 점에서 이 사료의 ‘신빙성’ 또한 물어야 할 것이다. -161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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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즘과 젠더 - 비판총서 3
우에노 치즈코 지음 | 이선이 옮김 / 박종철출판사 / 1999년 12월
구판절판


히코사카 마코토는 ‘남자는 그것을 참지 못한다’고 하는 식의 ‘남성 신화’를 비판해, 남성의 권력 지배를 과시하기 위해 강간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특히 전시 강간은 그러한 복수성(윤간)에 특징이 있으며 약자에 대한 공격을 통해 연대 의식을 확립하기 위한 ‘의식(儀式)’이라고 논한다. 사실 전시 강간이 종종 ‘관객’이 있는 곳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병사의 공격이 특히 여성의 성으로 향하는 것은 그것이 ‘적’ 남성에 대한 가장 상징적인 모욕이며 자기 힘의 과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간’은 상대국 남성에게 격렬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114쪽쪽

강제나 임의에 관계없이 ‘매춘’은 여성과 남성 사이의 ‘성과 금전의 교환’이 아니다. 성 산업으로서 ‘매매춘(賣買春)’은 파는 사람(업자나 경영자, 대개 남성)과 사는 사람(인 남성)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교환 행위이며, 거기서 여성은 교환 주체=당사자agent가 아니라 단지 객체=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상품에게는 손님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
(중략) ‘매춘’ 패러다임은 패러다임 자체 속에 여성의 ‘주체성’을 함의함으로써 남성을 면책하는 견해이다. (중략) ‘매춘’ 패러다임은 본인의 ‘의사’를 문제시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춘부’와 그 밖의 여성 사이를 나누는 ‘성의 이중 기준’을 떠받친다는 점에서 가부장제 코드의 변이라 할 수 있다.-119-120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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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리즘과 젠더 - 비판총서 3
우에노 치즈코 지음 | 이선이 옮김 / 박종철출판사 / 1999년 12월
구판절판


이 ‘과거의 잔재’, 즉 좀처럼 불식되지 않는 ‘유산’은 종종 ‘전통’이나 ‘민족성’이라는 말로 불리며, 그리하여 비역사적인 것으로 바뀌어 버린다. ‘전통’이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매직 카테고리, 카테고리의 블랙박스로서 ‘발명’된 것이다.-7쪽쪽

앤더슨의 용어를 빌리면 ‘국민 국가’는 균질적인 ‘국민’ 창출을 통해 ‘환상의 공동성’을 만들어 내며 그렇게 만들어진 ‘집단 정체성’은 ‘문화’나 ‘민족’ 개념의 핵심이다. 이 미완의 ‘국민화’ 프로젝트로부터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13쪽쪽

우연히 ‘인권 선언’으로 번역되고 있는 프랑스 혁명의 ‘인권 선언 l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은 글자 그대로 ‘남자 homme’ 및 ‘시민 citoyen’의 권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남자’와 ‘시민’에는 여성과 노동자가 배제되었다. 그러한 권리를 누리려면 ‘문명화 civiliser’된 ‘공민(公民)’의 자격이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인권’은 항상 어디까지가 ‘인간’의 범위인가라는 ‘경계의 정의’를 수반한다. (중략) 그리고 ‘경계의 재정의’를 둘러싸고 언제나 ‘2류 시민’들 사이에서는 누가 먼저 ‘문명화’되어야 하는가를 둘러싼 경쟁이 있다. -18-19쪽쪽

카테고리가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배타성을 지난 곳에서는 이러한 억압이 반드시 생겨난다. 그리고 ‘국민’이란 그러한 ‘배타적’인 카테고리의 전형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배타성을 더욱 가시화시킨 것이 전쟁이다. ‘국민’은 반드시 한 ‘국가’에 배타적으로 귀속할 것을 강요당한다. 이중 국적자나 적도 아군도 아닌,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는 인정받지 못한다.-91쪽쪽

성별 불문 전략은 언뜻 평등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생산과 전투를 짊어진 여성들은 ‘공적 영역’이 남성성을 기준으로 정의되어 있는 한 ‘이류 노동력’, ‘이류 전사’가 되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93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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