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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다 - 한국 영화로 탐험하는 근현대사
강성률 지음 / 살림터 / 2010년 9월
평점 :
정성일씨의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제목에 비해 <영화는 역사다>라는 제목은 한결 단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또한 영화의 무한 네트워크 기능을 배제한, 즉 어디에나 연결 가능한 고리를 오로지 역사라는 고리에만 국한시킨 의지를 보여주는 제목이다. 그리하여 언제나 약간은 몽상적인 이유로 영화를 좋아해 온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솔직히 전자의 책이 더 호감을 유발하는 제목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나만의 영화에 대한 해석 방법이 어떻든간에, '영화가 역사'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므로 단정적인 제목, 거기에 부제로 '한국 영화로 탐험하는 근현대사'로 더욱 구체적이고 협소한 자리로 들어가는 이 책의 소박한 접근방법 자체만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런 접근방법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어떤 영화가 한국사에서의 특정 시기만을 놓고 집중적으로 그리는데 그 기본 목적이 있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양식이나 콘텐츠를 보다 흥미롭게 구성하는 것이 일반대중의 몰입도를 높이고 예술적 성과도 높이 평가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의 구성이나 기술 양식은 지나치게 평이하고 담담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행간을 잘 살펴보면 강성률씨가 어떤 지점에서 유독 영화 현실을 안타까워 하고 어떤 영화에 특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보다 역동적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 같은 재미난 글을 써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비단 이 책을 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본인의 지속적인 공부와 연구를 통하여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그 자료의 당위성을 확인하며 변해가는 사회 속 영화산업의 추이까지 염두에 두고 찬찬하게 영화 속 역사를 짚어내는 꼼꼼함은 인정하지만, 영화를 '공부로' 여기지는 않으면서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진 다수의 독자들(그러니까 나 같은 평인)에게 어필할 만큼의 재미가 더해주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채워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책이 유의미한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책장을 열었더라도 몰랐던, 그러나 꽤 중요한 영화사를 알게 되면서 그것이 오래 전 처음 영화가 시작되었던 1900년대 초 이래 어느 한 순간도 시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적이 없었음을, 3S로 이용되던 군사정권 때 뿐 아니라지금 2010년 가을에도 분명히 영화는 그 역할을 하고 있고 해야 하며, 그것을 보는 우리는 이런 한국영화사를 알고 있음으로 해서 적어도 영화를 시대가 주는 아픔을 외면하는 오락 수단으로만 대하지는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원래도 그걸 알았던 사람은 각성, 몰랐던 사람은 깨달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