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봄볕이 좋아 아이 둘, 검둥 강아지와 함께 집근처 해변가를 자주 갔다 옵니다. 남해안이라 백로, 물떼새, 갈매기, 오리류 등 겨울 철새 무리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아마 5,6월이 되면 손톱만한 게와 그보다 조금 큰 치어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조금 책읽기를 게을리 해도 될 듯 그만큼 좋은 봄볕...2004.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호밀밭 2004-05-09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해안 쪽에 사시는군요. 집 근처에 바다가 있다니 너무 부럽네요. 전 게으를 이유가 없는데도 요즘 책을 오래 잡고 있지 못하네요.

초콜렛 2004-05-1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을 열고 나가면 바다가 보인답니다. 날이 좋아서 일주일에 두 세번은 아이들과 바다 근처에서 지내게 됩니다. 지금 한창 손톱만한 게와 치어가 우리 애들을 즐겁게 한답니다.
 

내 마음은 어디든 간다. 어떤 날은 종이박스 위에 졸고 있는 고양이의 수염 끝에, 어떤 날은 배추잎 끝 매달린 달팽이의 껍질에. 내 마음은 어디든 간다.  그 마음 나비되어 새 되어 바람이 되어 흘러흘러. 서른 두살이 가고 서른 세 살이 되어도 마냥 마냥 그렇게. 2003.12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누아 2004-03-2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 두 세살? 저와 비슷한 나이군요. 어르신들이 늙어도 마음은 똑같다고 하시는 말씀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이 서른에"라는 노래를 부르며 서른이 되면 내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해했던 스무 살이 어제 같아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나를 살아있게 하나 봅니다. 고양이의 수염 끝이나 달팽이의 껍질 같은 것 속에서.
 

그 황홀한 꽃밭에서 그녀는 달콤한 혀끝에 몇 방울의 독을 담아 내 귀에 흘러부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간지러웠다. 꽃향기에 취한 내 잠은 너무나 깊어서 그녀의 다가오는 부드러운 발걸음을 듣지 못했다. 그녀의 분홍 꽃잎 같은 한 점의 혀, 그 끝에 흘러내리는 피 같은 독액, 그것은 점점, 떨어져 내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 뒤 눈은 빛을 잃었고 심장은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눈물만이 발끝을 적신다. 아, 어둠이다. 사람의 말 한 마디가 왜 이리 독하게 날 슬프게 하는가.(0402, 어느날 밤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명절연휴와 시어머니의 수술 때문에 시댁에서 이주일정도 지내야 할 것 같네요. 그곳에는 컴이 없기 때문에 2월까지 서재 관리가 어려울 듯 합니다. 대신 책 몇 권을 들고 간답니다.

제 서재에 찾아주신 모든 분께 즐거운 설 연휴가 되기를 바라며, 또 아프신 어머님이 낫기를 바라며 몇 자 적습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콜렛 2004-02-1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어머니께서 퇴원하시던 날, 저녁 시아버지께서 급성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이번 일요일 새벽 5시에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날 문을 닫고 나가실 때 "아버님 잘 다녀오셨어요." 하니 "오냐~"하며 웃고 나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제 발인을 하고 내일 삼오제를 지냅니다. 지금은 잠시 pc방 들러 한달 남짓 비운 서재를 둘러봅니다. 즐거운 편지님의 새 코멘트도 이제 읽네요. 그리고 그 사이 방문하신 분도 많이 있네요.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즐거운 편지 2004-02-1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제야 봤네요~. 요즘 서재에 로긴도 안하고 잠깐씩 있다나가느라고...
시어머님 수술 뒤라 회복을 위해 옆에 계시나보다 생각했었는데 그런 큰일을 겪으셨군요.. 뭐라 위로드릴 말이... 원래 아픈 사람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힘들다더니 시아버님께서도 그러셨는지... 시어머님이 건강을 회복하시는데 신경 쓰실 일이 더 많으시겠군요. 두 아이들에게도 충격이었을 텐데.. 엄마는 아프지도 슬퍼할 겨를도 없지요~. 그래도 엄마들에겐 아이들이 가장 큰 힘이 되지요. 힘내세요~.


초콜렛 2004-02-20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한달간 못읽었던 책도 읽고 서평도 쓰고, 으라파차~ 기운 내기로 했답니다. 님의 서평을 읽으니 갑자기 사고 싶고 보고 싶은 그림책이 너무 많아져요. 고맙습니다.
 

저기 구덩이가 있다. 때론 얕고 때론 깊다. 얼마나 깊을까. 이번에는 눈짐작으로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 정확한 깊이는 빠져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흐린 진흙 구덩이, 그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내가 어찌 알겠는가. 어쩌면 뛰어넘다가 발만 더러울 수도, 어쩌면 피를 흘릴 수도 있다.

나는 내게 묻는다. 저걸 넘을 수 있어? 그래, 그건 감당할 수 있어. 그 정도면 목숨을 잃을 정도가 아냐. 그리고 가볍게 쉼호흡을 한다. 사실 조금 무섭다. 하지만 그건 참을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 나는 구덩이를 넘을 것이다. 늘 그래왔으므로. 앞으로도 구덩이를 넘을 것이다. 팔을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며, 최대한 기회를 옆보다가.

그리고 훌쩍 뛰어넘었다.

이번에도 역시 운이 좋다. 나는 늘 운이 좋은 편이다. 저번에도 발가락 하나만  주었을 뿐이다. 그 땐 날카로운 돌모서리에 발가락이 찢겼다. 날카로운 아픔보다 부어오른 발을 잡고 며칠을 앓던 풀숲의 밤이 더 무서웠다. 썩은 고기를 노리던 승냥이들의 울음소리가 더 무서웠다. 그러나 나는 살아남았다. 이렇게 내어줄 발가락이 아직 몇 개나 더 있다.   

때론 내가 어찌해 볼 수 없는, 그런 깊이의 구덩이를 만나곤 한다. 그 때는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리고 또 기다린다. 나는 성급하지 않다. 먼저 뛰어들어간 성급한 이들의 시체가 그 구덩이를 메울 때까지. 내가 잃어야 할 것이 목숨이 아닐 때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