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황홀한 꽃밭에서 그녀는 달콤한 혀끝에 몇 방울의 독을 담아 내 귀에 흘러부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간지러웠다. 꽃향기에 취한 내 잠은 너무나 깊어서 그녀의 다가오는 부드러운 발걸음을 듣지 못했다. 그녀의 분홍 꽃잎 같은 한 점의 혀, 그 끝에 흘러내리는 피 같은 독액, 그것은 점점, 떨어져 내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 뒤 눈은 빛을 잃었고 심장은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눈물만이 발끝을 적신다. 아, 어둠이다. 사람의 말 한 마디가 왜 이리 독하게 날 슬프게 하는가.(0402, 어느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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