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실패 -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직접 겪은 전 부사장이 말한다
로렌스 G. 맥도날드 외 지음, 이현주 옮김 / 컬처앤스토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흔히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드라마속에서 있을 법한이야기가 현실에 나타나기 떄문이다.드라마에서라며 그냥 TV속 한 장면으로 흘려 보낼 일들이 현실속에서는 무서우 풍파를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 현실이 작년에 발생했으니 한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휘청케 했던 금융위기가 바로 그것인데 그 진원지가 바로 158년의 전통을 자랑하던 미국 4대 투자 은행중의 하나이던 리먼 브라더스 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집중 투자로 인해 리먼이 쓰러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실제 어떻게 리먼이 투자하다 실패했는지는 자세히 알려진바 없는데 이 책은 그 사실을 회사 내부의 증언을 통해 우리에게 생생히 들려주고 있다.

저자인 리먼 브라더스의 전직 부사장인 로렌스 G. 맥도날드로 책소개를 보면 리먼브라더스의 문화와 규칙, 그리고 조직원들의 회사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이 어떤 곳인지 알려준다.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왜 모기지 채권을 엄청난 규모로 매입했으며, 모기지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나아가 파생상품은 투자은행의 입장에서 어떤 성격인지를 설명하며, 파생상품을 매개로 한 세계화의 추악한 실상을 증언하면서 리먼브라더스 파산의 핵심으로 회장 딕 풀드와 그 추종자들의 잘못된 리더십을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나와있다.

상식의 실패에서 저자는 CEO가 무능하고 독단적이어서 회사를 파멸로 이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물론 저자가 리먼 파산의 주역을 지적하는 두 인물 딕 폴드와 조 그레고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겠지만 사실은 돈 잔치에 취해서 무수한 일을 벌인 리먼회사 전직원의 공동 책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저자 역시 리먼의 부사장으로써 이 돈잔치에 큰 몫을 얻었을 것이기에 그역시 다른이를 비난한 처지는 못된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인 상식의 실패가 의미하듯 리먼 파사는 상식의 부재-기본적인 상식만 있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책에도 나오지만 리먼 파산의 전초는 2004년 12월 말 미국 최대 국책 모기지업체의 하나인 패니매(Fannie Mae)가 리먼브러더스를 통해 총 50억 달러(약 6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서 부터였다.부동산시장의 폭발기였던 당시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좋은데도 불구하고 모기지업체가 수십억 달러의 급전이 필요하다니?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임에도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저자 역시 느낌이 이상하다고(?)여겼지만 회사내 승리의 웃음 소리에 되취되어 자신의 귀를 막았던 것이다.
여기에는 이들을 감시해야할 사회의 목탁인 언론도 한몫 단단히 거들었는데 미국의 모든 언론은 "대공황 이후로 미국의 집값이 5% 이상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던 것이다.언론이나 리먼 모두 우리 나라처럼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었고 한번 오른 부동산은 내리지 않는다는 믿음(부동산은 오르고 내린다는 아주 간단한 상식)을 가졌던 탓에 부실의 낌새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자본주의 가장 병폐중 하나인 월가의 금융가들과 탐욕스러운 욕심과 이들의 로비에 좌지우지된 클린턴 행정부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무능한 정책의 합작이 오늘날의 피해를 키운 것이다.
즉 2000년의 '상품선물현대화법(Commodity Futures Modernization Act)'- CFMA의 주요 목적은 신용부도 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 거래와 관련된 모든 규제를 풀자는 것-과 2003년에 미국 대형 은행들의은행들의 규제 철폐 요구에 밀려 '글라스-스티걸 법'- 1933년 대공황에 대한 반성으로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을 막은 법안- 폐기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금융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든 첫 요인이었다.
즉 자유 시장 원리하에서 기업이나 은행은 자율적 규제를 한다는 믿지 못할 상식에 의존해서 미국 정부는 이들의 탐욕스로운 생리를 애써 무시하고 스스로 이들을 규제할 근거를 없에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것이다.
이후 상황은 다 알다시피 리먼 사태이후 이런 금융가들에 대한 비판의 날이 거세어지고 이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경기가 다소 진정 국면에 이르자 금융가들은 규제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아직도 반성이 더 필요한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섬뜩했던 사실은 파산 직전 리먼이 인수 대상자중 하나가 우리의 산업은행이었다는 사실이다.한 페이지 정도 분량밖에 아니지만 선진 금융 기법-뭐 지금 논란이 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돈장난-을 배우기 위해 세계 유수의 투자 은행 인수를 추진하던 한국정부는 파산 직전의 리먼 인수에 적극 나섰다는 사실이다. 당시 행크 폴슨 재무장관이 리먼의 풀드에게 한국 산업 은행에 리먼을 팔라고 조언을 했지만 다행히도 무능하고 독재적인 풀드가 인수 가격이 싸다고 3차례나 거부하는 바람-한국 산업은행에선 실사결과 부채가 많아서 자신들이 거부했다고 한다.지나가던 소가 다 웃을일-에 인수가 무산된 점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많았던 리먼의 빚은 자그마치 6,600억 달러,현재 대한민국 일인당 빛이 4,170만원이라고 하는데 리먼을 인수했으면 개인 빚이 얼마나 더 늘었을지 앞이 다 깜깜하다.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도 상식의 실패가 거듭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세종시라던가 4대강이라든가 일반 필부의 상식으론 도전히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많은것이다.정말 이런 상식이 없는 이들이 대한 민국을 이끌어 가니 어찌보면 우리 앞날도 참 암담하기만 하다.
필히 우리 정치와 경제를 이끄는 이들이 읽어야될 필독서

by caspi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09-11-2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이 책이 번역되어 나왔을 때 우리나라 산업은행 관련 이야기가 있어서 아하 그랬구나...했지요.작년 아직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 모모 신문에서 리먼 브라더스에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기사를 써서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아무래도 경제면은, 특히 국제경제는 독자들이 안 읽는 지면이라서요.

카스피 2009-11-27 17:35   좋아요 0 | URL
넵,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했으면 우리에겐 핵 폭탄과 같은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버드나무 2010-01-0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상식의 실패"라는 책을 읽고 관련하여 포스팅을 하였는데요. 카스피님께서 적어주신 글이 참고가 되어 트랙백으로 보내드리려 했는데, 메뉴를 못 찾겠네요. 댓글을 먼저 남깁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