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조명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단번에 산도르 마라이가 떠올랐다. 사실 독자로서, 한 사람의 많은 시간과 생각이 압축돼 있는 작품을 읽고 난 후 이런 식으로 서평을 시작하는 건 좀 미안한 일이다. 적절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를 읽으며 산도르 마라이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고 꽤 오래 읽지 않은 그의 작품을 열렬히 그리워하게 됐다.

각자의 독백 속에서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 혹은 새롭게 드러난 이야기들이 꼭 진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처음의 생각이나 믿음을 뒤집을 수밖에 없는 치밀한 서사 구조와 그것을 이야기하는 등장인물의 심연, 분명 작가 자신의 철학일 거라고 믿게 되는 각 캐릭터들만의 철학.

이런 방식은 내가 생각하는 알베르토 망구엘의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와 산도르 마라이의 많은 작품들의 공통점인데, 그래서인지 망구엘의 이번 작품에서 뒤로 갈수록 각자의 입장과 시각에서 다르게 회상되는 인물과 사건들, 또 숨겨진 이야기들이 그렇게 새롭지도 놀랍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았다.

현대소설들은, 영화도 그렇고, 왜 이렇게 일종의 ‘반전’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30년이나 지난 사건과 그 때의 인물들과 그 때의 감정들을 4명이나 되는 서로 다른 사람의 기억과 해석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면 이런 식의 ‘반전스토리’ 형식을 지니는 것이 자연스럽긴 하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런 점들이 식상하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추리소설이 아니라면, 인물의 자연스럽고 점진적인 변화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나 반전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이야기들에 더 마음을 주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모든 픽션들은, 왜 이렇게 매력적인 인물-그러니까 누가 봐도 매력적이라고 할 만한-에 탐닉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4명의 화자가 저마다 다르게 그리고 있는 인물, 주인공은 ‘알레한드로 베빌라쿠아’라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가장 첫 번째 환상 속 여자에게는 외면당했다거나 지나치게 엄격한 할머니의 가르침 속에서 외롭게 자랐다거나 하는 무시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런 약점들이 그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킨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태생적으로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서 매력적인 인물, 특히 예술가들에 이제 조금 신물이 난다.

때문에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4장의 고로스티사의 목소리였다. 이미 죽은 사람이라서 일까. 그의 목소리가 가장 담백하고 진실 되게 느껴졌다. 베빌라쿠아를 이야기하기 위해 베빌라쿠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놓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함으로써 그의 인생에서 그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야기했다는 점 역시 그의 이야기에 신뢰를 느끼게 했다.

모두가 거짓말쟁이라고 외치는 가운데, 나는 그가 연인에게 읊어준 시구들만이 오로지 진실 같다.  

 

나는 가슴이 열매들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는,
그러고는 네 위에 떨어져 내려
너를 비옥하게 해주는 그 여름이라네.  

- 마누엘 J. 카스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