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김정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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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새롭게 출간한 펭귄클래식판 '오만과 편견'은 한정판으로 발간했고, 표지가 빨간 꽃무늬 천의 하드커버로 되어 있어 소장 가치가 있다. 책을 들기만 해도 신입생때 몇 권 가슴에 끼고 다닐때의 우월했던 감정이 떠오른다. 얼마전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를 보면서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표지에 끌려 한정판이라는 유혹으로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상당한 재산을 소유한 독신의 남자는 아내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다들 인정하는 진리입니다. 이러한 진리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으므로, 이런 남자가 어떤 동네에 이사를 오면, 그 남자가 무슨 마음을 먹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해도, 동네 사람들은 그 남자를 자기 딸 자식이 차지하기에 마땅한 재산으로 여깁니다.

 

소설 '오만과 편견'은 고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역사적, 시대적 배경이 없다. 대부분의 고전은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안나 카레니나' 처럼 시대적 상황과 어우러져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베넷가 자녀의 결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의 생몰 연대를 참고하면 18세기 말인데 이 즈음 영국은 평온한 일상이 이어진듯 하다. 베넷 부인의 최대 목표는 좋은 집안, 돈 많은 집안에 자녀를 결혼시키는 것이다. 베넷가 딸들의 일상은 공부하느라 찌들기 보다는 그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파티에 참석하고 친척집으로 장기간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나도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단순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만족도 높은 삶을 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엘리자베스처럼 부르조아 계급에 태어나야 하는 전제가 따르겠지만.

 

다섯명의 딸은 제인과 엘리자베스, 메리와 캐서린, 리디아로 양분된다. 제인과 엘리자베스가 외모도 아름답고, 지적 수준도 있는데 반해 메리는 오로지 책만 읽거나 캐서린과 리디아는 남자와 외모에만 관심있는 우둔한 아이들로 묘사된다. 베넷씨와 베넷씨의 아내는 상반되는 성격으로 베넷씨가 교양을 갖춘 온화한 아버지라면 부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푼수 아줌마다.

 

베넷 씨는 재기 발랄함과 냉소적인 기질, 내성적인 기질, 충동적인 기질이 묘하게 뒤섞인 인물이라 23년을 같이 산 아내도 베넷 씨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내의 머릿속을 이해하기는 비교적 쉬웠습니다. 베넷 씨의 아내는 머리도 나쁘고, 아는 것도 없고, 변덕스러운 여자였습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자기가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평생의 일은 딸들 시집보내기였고, 평생의 낙은 이웃집에 놀러 다니면서 소문 퍼뜨리기였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다. 엘리자베스의 소탈함과 활달함, 다아시의 오만함 뒤에 보이는 판단력과 학식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기폭제가 된다. 연인 관계의 시작은 나의 부족한 면을 상대가 갖고 있을때 시작된다. 옆지기와 처음 만났을때 '태백산맥', '장길산', '토지'를 읽었다는 말에 반해 밤 12시까지 책 이야기를 하며 결국 헤어질때는 손까지 잡았던 그때가 떠오른다. 나보다 똑똑하다는 선망이 결혼까지 이어지게 했다. 베넷 부인의 푼수 기질과 남자 꽁무니만 쫓아 다니는 동생들의 방탕한 행실은 결혼에 걸림돌이 되지만, 다아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무너지면서 해피앤딩의 결말이 된다.

 

'오만과 편견'은 우아하면서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이다. 자칫 통속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랑이 주제이지만 여류 소설가의 섬세함이 묻어있는 등장인물의 세세한 성격 변화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경어로 번역된 문체는 신선함과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어 읽는내내 행복했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이렇게 했을텐데 하는 감정 몰입이 되어 마치 소설속 주인공으로 빠져드는 느낌도 들었다.  

 

곧 대학생이 될 딸은 이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해야 하지만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는 준비없이 시작하기 보다는 관련 책을 읽어 넓은 시야와 유연한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이 책 외에도 서두에서 언급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 '사랑의 기술'을 추천했다.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딸은 요즘 그동안 보지 못한 TV와 스마트폰에서 떠날줄을 모르며 가끔 베르나르의 '개미'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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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4-11-1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따님이 이번에 수능 봤지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세실 2014-11-20 17:37   좋아요 0 | URL
넵 감사합니다.
벌써 발표 났어요. 약한 곳에 합격해서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프레이야 2014-11-25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과 편견, 표지부터 사랑스러워요. 펭귄클래식^^

세실 2014-11-25 14:41   좋아요 0 | URL
그쵸? 헝겊이라 감촉도 부드러워요^^ 지난주 집 책장 정리하다보니 민음사 오만과 편견도 있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