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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메르헨 문지아이들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지음,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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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온 지 몇 해된 이 책은 그림 형제의 이야기들 101편을 모아놓았다. 무게가 묵직한데다 가격 또한 묵직하지만, 거의 원형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모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개 내가 알고 있는 그림 이야기들은 어린이용으로 순화한 것들이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잔인하고 혹독한 세계상일지라도 어린이들에게 의미가 있다는 논리에 따라 원전을 중요시한 책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몇몇 이야기에 한정될 뿐 이렇게 한꺼번에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 번역도 말끔하고 곳곳에 배치된 삽화는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주의적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옛날 옛날, 소원이 이루어지던 때에……"로 시작해서 황금열쇠를 발견한 가난한 소년이 상자의 뚜껑을 활짝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야기로 마친다. 상자 안에 어떤 값진 것이 들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기다려야만 한다. 책 속에 어떤 이야기,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을지는 책을 열고 읽어 보아야만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서…
 

사족 하나 : 책을 읽는 내내 2006년에 나온 영화 『그림 형제』가 생각났다. 영화의 마지막은 별로였고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지만 그림형제를 사기꾼으로 그린 건 꽤 재미있었다. 게다가 그 사기꾼 형제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 히스 레저가 나왔었네….

사족 둘 :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이 책을 사야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아이와 저녁 밥상에서 하나씩 이야기하기 좋을 만큼 짧은 이야기들이거니와 자기가 아는 이야기의 다른 버전이라 상당히 관심 있어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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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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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향된 독서 취향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에, 남들은 무얼 읽을까 기웃거리다 골라든 책, 『저녁의 구애』. 책 뒤쪽의 문학평론가께서는 온갖 미사여구를 이용하여 이 책과 작가 편혜영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설명하여 주었지만 내게도 나름대로의 감상을 쓸 권리가 있을 테니 시작해 보자.
 

  이 책은 아시다시피 단편집이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로 통한다. 반복되는 일상과 지지부진한 현실, 무언가 일어날 것 같지만 결코 일어날 수도 없고 변하지도 않는 곳. 사람들은 소모되어 가고, 홀로인 채로 살고 있다.
 

  내가 퍼즐의 어떤 조각인지도 모르고, 시키는 일만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사이클로 살아가는 무한반복의 일상이 이 책의 주제이고, 나머지는 변주다. 작가는 이러한 삶을 통조림 속의 삶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한 삶을 직면하고 평소에는 먹을 수 없지만 비상시만 유용한, 통조림 같은 여자에게 구애를 한다거나, 일상의 많은 것들을 통조림으로 만드는 사람들. 반복의 일상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 심각한 사건이 일어날 듯, 일어날 듯 하면서도 지지부진하게 끝나는 일상들. 허무하다.
살인과 사고가 난무하는 추리 소설들과 모험으로 가득 찬 판타지 소설들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야기가 되다만 느낌으로,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답답하다. 그들은 그저 순응할 뿐이다. 여기서 나는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가 떠올랐다.

 

  『모래의 여자』는 말 그대로 모래 속에 떨어진 주인공이 현실에 순응해 가는 이야기이다. 오래 전에 읽은 이 책은 그 이후로도 반복되는 삶과 처리해야 하는 자잘한 일상이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는 모래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어쩌다 흘러들어간 모래 구덩이 속에서 그 모래를 치우기 위해 하루의 고된 노동을 해야 하고, 달아날 길도 없이 막혀버린 삶, 모래를 치우지 않으면 당장 모래에 파묻혀 버릴 삶 말이다. 여기의 주인공은 그래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쳐보지만 결국은 실패. 달아날 길이 생겼을 때는 달아날 의지를 잃고 현실에 안주하고 만다. 물론 원인은 아이. 좀 진부하지만 대개의 현실이 그러하니까.
 

 

 

『저녁의 구애』와 『모래의 여자』의 공통점이라면 막혀버린 현실, 답답하고 반복되는 일상, 그러나 도망갈 수 없고 결국에는 순응하게 되는 삶이다. 차이라면 『모래의 여자』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작은 변화라도 모색―탈출하기 위해 노력한다거나,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 생긴다거나 하는―하고 있는데 비해 『저녁의 구애』에서는 오직 순환만이 강조될 뿐 어떤 변화도 없다. 그것이 더 끔찍하다.

『모래의 여자』에서도 그렇지만, 『저녁의 구애』에서의 여성의 모습은 너무 한심하기만 해서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솔직하게 말해서 싫다. 무기력한 삶을 사는 주인공들을 더욱 팍팍하게만 하는 여성들. 물론 단편이기에 그들의 이야기까지 담아 낼 수 없다거나 또는 그들의 삶이 주인공들의 삶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한 순환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 한 권을 가득 채운 그들을 보는 일은 고역이었다.

『저녁의 구애』는 좋게 말해 현대인의 팍팍하고 무의미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시니컬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이 봄날의 화사함에 어울리는 책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나 혼자 이 팍팍한 일상을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어 그나마 작은 위안이라도 받고 싶을 때, 그럴 때에 필요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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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버스 2014-02-1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아베 코보의 소설 <모래의 여자>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 공연되어 정보 공유합니다. 소설을 읽으신 분들께는 더욱 흥미로운 연극이 될 것 같아 댓글 남겨요.
공연정보는 한국공연예술센터 홈페이지 (www.hanpac.or.kr)에서 "모래의 여자"를 검색하시면 확인가능합니다.

연극 <모래의 여자>
2014.02.18-2014.02.23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2만원
예매 바로가기 http://www.hanpac.or.kr/hanpac/program.do?tran=play_info_view&playNo=140129154121243
 
명성황후 - 조선왕조에 핀 마지막 불꽃 역사를 만든 여왕 리더십 10
김은희 지음, 박경권.Top Space 그림 / 북스(VOOXS)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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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무리 팩션이라지만 역사왜곡이 너무 심하다. 아이들이 착각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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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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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지진 소식에서 ‘센다이’라는 지명을 듣고 처음 떠올린 생각은 “어, 그곳, 마왕에 나왔던…”이었다. 내게 센다이는 그런 곳이었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도시, 도쿄를 떠나 자신이 사랑하는 이와테산과 가깝다는 이유로 살고 있는 곳.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다른 소설 “골든 슬럼버”의 무대가 되었던 도시. 그래서 언제나 궁금하던 곳이다.
  물론 소설에서 실존하는 도시는 그저 배경에 불과할 따름일지도 모른다. 물론 “마왕”에서도 그렇다. 작은 소도시로 자연과 교감할 수 있고 또 도시의 사람들 속에 묻힐 수 있는 곳. 조용한 작은 도시.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이야기.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가 애인 클라라와 함께 총살당하고 광장에 시체가 공개되었을 때, 군중들은 그들에게 침 뱉고 조롱하며 그 시체를 거꾸로 매달았다. 그러자 클라라의 치마가 뒤집혀 속옷이 훤히 다 보이게 되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즐거워하며 흥분했다. 그 때 한사람이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치마를 올려주고 자신의 허리띠로 묶어서 뒤집히지 않게 해줬다. 준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공포심이나 주변 분위기에 지지 않는’ 그런 사람 말이다. 이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나 또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내게 물어보았다. 나의 바람은 ‘그렇게 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이지만, 현실의 나는 가능할지? 그런 극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지만 그것이 저런 상황에나 생각해야 하는 일일까?
 

  파시즘이란, 선동에 무비판적으로 동참하는 것일 게다. 때로는 그 주장에 동조하고, 때로는 무관심하며, 때로는 손해 볼까 다칠까 두려워하며 그 흐름에 몸을 맡긴다. 슈베르트 가곡 “마왕”에서처럼 별거 아니라 무시하는 사이에, 모르는 사이에 나를 사로잡아 소중한 것을 앗아간다. 파시즘은 거대한 힘이 되어 사회와 삶을 휘어잡는다. 지금의 사회를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거대한 신자유주의와 무한 경쟁이라는 선동, 주류라는 흐름에서 튀어나가지도 못하고 익사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 그 거친 물살은 한 개인이 어찌하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세어서 휩쓸리는 수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형제는 그 흐름에 쓸려가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서. 겨우 그걸로 마왕과 맡서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공포심이나 주변의 분위기에 지고 싶지 않아. 형은……”
“형은 지지 않았어. 달아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도 지고 싶지 않아.”
“무진장 큰 규모의 홍수가 났을 때, 그래도 나는 물에 휩쓸려가지 않고 언제까지고 꿈쩍도 않고 서 있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어.”
― 315쪽

  이번 일본 지진과 해일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살아계신 분들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합니다. ―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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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개정2판 창비아동문고 4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창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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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상실.
  아버지는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고, 카알은 아파서 오래 살지 못할 병에 걸렸다. 동화 속 왕자님과 같은 형 요나탄만이 카알의 친구다. 형이 이야기해준 죽음 후의 모험을 나라 낭기열라만이 카알의 희망이다. 집에 불이 난 날, 요나탄은 카알을 구하고 자신은 죽는다. 가엷은 엄마는 이제 곧 카알마저 잃는다. 그 먹먹함, 그 무거움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2. 잠깐의 행복과 모험.
 낭기열라에서 형을 만나지 못할까 두려워하던 카알, 작은 스코르빤은 다행히 그곳에서 다시 요나탄을 만나 행복해 한다. 건강해진 몸으로 말 달리고, 수영도 하며 즐겁기만 하다. 밝고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그 낭기열라에도 슬픔과 욕망은 있었다. ‘들장미 골짜기’를 압제자 텡일로부터 구하기 위해 요나탄은 떠나야만 했다.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라고. 자신의 용기를 끌어내는 말, 현실의 어려움을 견디는 말을 남기고서. 그 말에 기대어 카알은 형을 찾아 떠난다. 두려움에 떨며 포기하고 싶어 하면서도 위험과 배신이라는 함정을 건너서 형을 만난다.
 

3. 죽음.
  형을 도와 텡일을 물리치는 모험을 완수한 카일, 그러나 괴물 캬틀라의 불길에 몸이 닿은 사자왕 요나탄의 몸은 굳어간다. 작은 스코르빤, 작은 카알은 사자왕이 되어야 한다. 자기 안의 모든 용기와 힘을 끌어내어 요나탄과 함께 낭떠러지에서 떨어져야만 한다, 죽기 위해서. 낭길리마에 가기 위해서. 다른 방법은 없다. 몸이 돌처럼 굳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가는 요나탄과 혼자 남겨질 카알. 작은 카알에게 모험은 두렵고 무섭다. 언제나 구원자였고 인도자였던 형을 이제 스스로 구원해야 한다. 
 

4. 용기.
  마침내, 카알은 사자왕이 되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두려워하며 망설이지만, 마침내 카알은 낭길리마의 햇살을 보았다. 
 

5. 그리고 나는…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가볍고 즐거운 모험 이야기를 기대하고 펼친 이 책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어린 아이에게조차 삶은 무겁고 무시무시한 것인가 보다. 카알과 요나탄이 지나가야 하는 길은 어느 한 순간도 쉽지 않았다. 특히 카알은, 작은 스코르빤은 언제나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며 자신을 의심하며 길을 간다. 그러나 카알은 멈추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 스스로의 용기를 찾아냈다.
  이 책 이후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는 언제나 현실에 맞서기 위한 환상과 모험, 그리고 용기를 이야기 한다. 딸에게 권하기 위해 산 이 책은 나를 울리고, 용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내가 가진 한계에 우울해지는 나, 종종 길이 너무 멀다고 주저앉아 울고만 싶어지는 나는 작은 스코르빤이 사자왕 카알로 성장하듯이 작은 용기를 다시 가슴에 품게 되었다.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내 아이가 카알처럼 자기 안의 용기를 발견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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