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밀레니엄이라는 소설은 처음엔 강렬한 표지로 다가왔다. 그 표지는 소설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 디자인이었지만 아마도 많이 팔리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게다. 이번에 나온 책의 표지는 리스베트의 뒷모습이 세련되어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이 책을 기억하고 다시 읽기를 하는 건 표지 때문이 아니다. "밀레니엄"은 잘 된 추리소설이면서 사회소설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실종된 또는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여자를 찾는 이야기와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금융가 베뇌스트룀의 부정부패를 쫓는 과정이 함께 엮여있으며 독특한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소개한다. 사라진 여인 하리에트를 찾는 중에 사건은 커지고 심각해지면서 주인공들을 극단의 위협으로 몰아가고, 그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재미있어서 800쪽 가까이 하는 책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이야기는 장르 소설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내게 생각할 거리를 주었던 것은 은퇴한 기업 총수 헨리크 반예르의 기업가 정신. 공장의 문을 닫고 노동자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을 미안하게 느끼는 그의 대사에서 신선함을 느꼈다고 한다면 나를 누군가는 빨갱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영의 어려움을 우선의 노동자 해고로 풀려고 하는 사회에서 살다보면 노동자 해고가 마지막 선택이 되는 이런 한줄의 문장만으로도 감동하게 되는 게다. 더불어 사회의 불의를 파헤치는 집념의 기자 미카엘을 멋지기만 하고. 그들의 자유로운 성생활은 낯설지만 그 또한 한 개인의 삶의 방식으로 인정받는 것을 보면서 사회적 합의와 자유로움이 우리와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며 법을 지킨다면 자신의 자유를 억압받지 않을 자유. 상상만해도 부럽다. 

 

  두 번째 "밀레니엄 : 휘발류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이번에는  "밀레니엄 :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라고 제목이 바뀌었다.)에서는 전편에서 독특했던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전작과 비슷하게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수사물과 비슷한 느낌이고,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은 더욱 구체적이다. 잡지 『밀레니엄』에 싣기 위한 기획기사는 성매매를 한 유명 인사들에 대한 르포다. 그 기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 혐의를 쓰고 용의자로 쫓기는 리스베트와 진실을 찾기 위해 애쓰는 미카엘의 활약이 재미있다. 마지막 리스베트가 죽어가는 장면에서 슬퍼하며 아직 나오지 않았던 "밀레니엄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이 언제 출간되는지 인터넷을 뒤졌더랬다.  

 

 

 

 

  무려 반 년이나 기다려서 만난 "밀레니엄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밀레니엄 : 벌집을 발로 찬 소녀)은 두 번째 이야기와 이어진다. 죽어가던 리스베트가 성공적인 수술로 살아나 살인범으로 재판을 받기까지의 이야기와 리스베트를 괴롭히던 배후의 세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리스베트는 감금되어있는 상황에서도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미카엘은 리스베트의 자유와 배후세력을 밝히기 위한 밀레니엄 발행을 위해 애쓴다. 자신들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한 여자 아이를 정신병자로 몰고, 사회무능력자로 몰아 감금하고 통제하던 인간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은 스릴 넘치는 첩보물이다. 이들과 리스베트의 법정 싸움은 통쾌한 법정 드라마이기도 하다.  

여기에 가미된 이야기는 역시나 사회문제. 아동 노동의 부도덕함을 알고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묵인하는 기업가와 기업의 이야기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잔인해지는 자본주의의 단면이다. 아이들조차 생존을 위해 극한의 상황에서 노동해야만 하는 사회. 그러나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의 모습이 성숙해보인다.

아동 포르노 사진을 컴퓨터에 가지고만 있어도 강력하게 처벌받는 사회는 내게 꿈의 나라 같기만 하다. 성폭행을 해도 경찰은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합의하라며 피해자의 연락처를 주는 나라, 반성하고있다는 제스처만으로도 집행유예를 받는 나라, 성폭행당한 것은 피해자의 잘못이라는 공공연한 취급. 어린 아이를 성폭행해도 겨우 몇 년의 징역형에 감형까지 허락하는 이 사회. 이런 것들이 일상의 신문을 도배하는 이 나라에서 아동 포르노 사진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경력과 인생을 바꿀한만 강력한 범죄행위가 되고 처벌 받는다는 것이 너무도 부러웠다. 

아마도 이야기 속의 스웨덴 사회는 실제의 스웨덴 사회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의 그 사회는 모순과 잘못된 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스템에 의한 정화가 가능해보였다. 시스템이 공정해 보인다는 말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언론 또한 비판의 기능을 잃지 않은...

'사회적 지탄을 많이 받았기에' 집행유예라는 판결을 보면, 이미 무너진 것처럼 보였던 시스템은 절망적이다. 이미 나는 귀족과 평민이라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 게다. 더 이상 평등사회인 척하는 가식도 없이... 학생시절 배우던 역사 교과서에는 국가의 문란과 멸망의 징조로 귀족들의 문란함을 들고 있다. '귀족'들이 평민의 딸을 강제로 취하고, 평민을 폭행하고, 불법으로 재산을 불려도 처벌받지 않는 그런 사회 말이다. 나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 것이 좋다. 귀족과 평민으로 나뉘지 않는 대한민국 말이다. 하지만 방사능을 두려워 하는 것만으로 '사회 전복 세력'이 되는 것이라면,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책귀신 시리즈의 첫번째 책!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옛날옛적 이야기 속에서만 주인공일 것같은 도깨비가 주인공이고, 책을 읽게 되는 과정도 재미있어서 자꾸만 웃게 된다. 나도 "책 읽는 도깨비 도서관"에 가고 싶다. 거기서 도깨비를 만난다면 악수와 사인을 받고싶다. 그런데 냄새는 싫을 것 같아... 그래도 예절바르게 괜찮은 척 해야지!

   

 전편에 나온 세종대왕과 책 좋아하는 온달이 함께 나온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재미를 더 한다.  이 책 이후로 우리집 어린이, 책 읽을 때 불러도 모르는 척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자기도 온달이랑 충녕처럼 책을 좋아한다나 뭐라나... 그래도 엄마가 부르면 대답 좀 하란 말이다!!!   

 

                       

 바둑이라는 녀석이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다니! 그것도 망태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이 시리즈의 좋은 점은 옛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주인공들이 나온다는 거다. 도깨비에 망태귀신에, 이름도 고전적인 철수와 바둑이까지... 사전 먹고 말하게 되는 바둑이는 교과서 또는 사전을 찢어 먹으면 기억이 잘된다나 하는 속설을 생각나게 해서 재미있다. 망태귀신에게 잡혀가서 책 밖에 없는 환경에서야 책을 읽게 되는 아이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그래도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집에 무사히 돌아 갔으니 다행!   

  

 

 

      

 내게 이 책은 전편들보다 재미가 덜했지만, 우리집 어린이에게는 재미에 차이가 없었던 듯하다. 무인도 생존기라는 모험담이어서 그런가보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책 제목이 참 좋다. "마음이 딴딴해지는 19가지 이야기", "2박 3일 무인도에서 수제비 끓여먹기" 같은 것들... '마음이 딴딴해지는 이야기'라니,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같지 않은가? 솔봉이는 무인도에서 돌아와서 나머지 14가지 이야기를 모두 읽었을까? 내게도 이야기 해준다면 좋을텐데... 솔봉이가 열심히 돈을 모아서 언젠가는 '아기엄마섬'을 살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 나도 초대해줄거지? 우리 같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