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죽음
리사 오도넬 지음, 김지현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생태계 파괴로 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인간의 잘못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지구 환경에 위협이 되고 있는 벌들의 죽음.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이 소설이 도대체 벌들의 죽음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걸까?'하고 의구심을 가지게 되지만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벌들의 죽음에 관해서는 딱 한번 언급이 될뿐, 결코 그 이야기를 하는 자연과학이나 생물이야기를 다룬 그런 책이 아닌 정말로 지구가 멸망 할 거 같은 상황에 맞딱드린 두 자매와 이웃집 동성애자 레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마니와 넬리는 엄마 아빠를 뒤뜰에 묻는다. 부모의 시체를 맞닥뜨린 두 자매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것밖에 없다. 생일이 지나야 성인이 되어 동생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는 마니는 엄마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동생과 또(?) 생이별을 할 일이 막막하고 아득해 시체를 둘둘 말아 뒤뜰에 묻고는 멀리 여행을 떠난걸로 하기로 한다. 한겨울 꽁꽁 언 땅을 파내는 두 소녀를 생각하면 어쩐지 섬뜩하고 끔찍한 공포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데 네살 터울 두 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면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이웃집 동성애자 레니! 자신의 사랑하는 애인을 떠나 보내고 치욕적인 일을 겪은후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레니는 어느날부터 이웃집 부모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들의 행방을 추측해보던 레니는 어느순간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두 소녀를 돌보게 되는데 마니와 넬리가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생겼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껴야 하는건지 좀 헷갈리기는 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진심이었음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의 이름과 동생의 이름 부모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지고 불려지는지에 대한 너스레를 떨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마니, 어딘지 괴짜 같은 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그 뒤를 따라 목매달아 죽어버린 엄마까지 그저 모른척 뒤뜰에 묻지만 두 소녀의 불안불안한 마음은 늘 긴장감으로 가득하며 거짓말이 꼬리를 물게 된다. 그런데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정말 동생 넬리인걸까? 이야기 내내 진실을 밝히지 않고 온갖 추측만을 하게 만들면서 끝까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어쩔 수 없이 난잡하게 살아가고 있는 마니의 이야기는 이 세상 아이들이 정말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면 지구는 정말 망조가 들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조만간 멸망하고 말거 같은 이야기다. 하루하루 삶의 저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미래가 없을거 같은 암울한 아이들의 삶이란 그야말로 벌들의죽음 못지 않은 지구의 최대 재앙이며 인류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벌들의 죽음만큼 아니 그 이상 심각한 두자매의 삶과의 투쟁이야기가 절망적이고 슬프게 느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꽤나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웃으면서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숨과 눈물이 나는 이야기랄까?


그래도 다행인것은 지구 종말의 위기에 닥친것 같은 두 자매를 위해 애써주는 이웃 동성애자 레니가 있고 마약중개자 블라도가 있다는 사실이다. 어딘지 꺼림직한거 같은 그들이 두 자매를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는 어쨌든 아이들을 위하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껴야 하는데 왜 마음이 썩 편하지가 않은걸까? 동성애자나 마약중개자에 대한 편견때문일까? 그들 또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삶을 그렇게 꾸려 나갈수 밖에 없는 사연이 있으므로 어쨌거나 그 부모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 지금 불행에 처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애쓴다는데에만 중점을 두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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