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를 걷는 느낌 창비청소년문학 59
김윤영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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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유전자는 저를 조롱할까요?'


보통 아이들은 하지 않는 이런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열살 여자아이 루나! 양자물리학이 어쩌고 천체가 어쩌고 하며 어려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잠이 오지 않을땐 주기율표를 외우는 루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흔히 자폐아라 일컫는 아이다. 누군가와의 신체 접촉을 무척 싫어하고 줄을 맞추지 않는 것들에 불안감을 느끼며 틱장애를 일으키는 루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매일매일을 천문대와 병원을 오가며 보내게 된다. 


'너무너무 그리우면 지칠수도 있나요? 왜 500미터 달리기를 한 기분일까요?' --- 221


40년간 핵 융합 물리학자로 지내면서 운 좋게도 달나라에까지 가게 된 루나의 아빠는 달위를 걸으며 미래를 보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와 자신이 겪었던 그런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채 그는 물리학을 그만두고 방사능으로 인해 지구가 오염되고 있는 사실을 고발하는 환경운동가가 되어 그는 그렇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괴로운일을 겪어야 할 딸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해 메시지를 남기게 되는데 그의 예감대로 지금 그는 사고로 인해 3년째 의식불명이다. 


아빠의 달착륙 이야기와 루나와의 현재 이야기들이 오락가락 하게 되는 이 소설을 처음 읽을때는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냥 단순한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다 처음 아빠의 달 착륙 이야기가 현실감이 없어서인지 글을 읽는데 좀 애를 먹었지만 점 점 루나가 아빠를 그리워하며 아빠와의 시간을 추억하는 이야기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또래 친구들과의 진지하지만 웃음을 주는 이야기를 읽게 되면서 세 아이의 캐릭터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되돌려 읽게 되는 소설이라니!  


늘 같은 시각 똑같은 간격으로 걸어오는 세 아이들을 맞이하는 천문대 수위 아저씨가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쓰여진 이야기가 참 흥미롭고 사고로 팔다리를 잃고 의수와 의족으로 살아가는 베드로 아저씨는 어쨌든 루나와 동질감을 느끼는 존재로 루나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해주고 루나와 친구가 되어 준다. 다른 사람들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 아이에게 친절한 천문대 수위아저씨와 루나가 받은 암호와 같은 의문의 편지 한통을 너무도 쉽게 해독해 주는가 하면 아이들과 함께 모험을 감행함에 있어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베드로 아저씨는 참 선한 이미지로 아이들에게 부끄럽기만 한 어른만 있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다. 


'괴로운 기억의 총량은 줄어드는 법이라고, 에너지는 원래 그런 법이라고, 인간은 그래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p10


아빠만 생각하면 슬픔이 차올라 차마 눈물을 흘리지는 못하지만 그만큼의 무게가 등을 내리 눌러 거북이 등이 되어가는 것만 같은 루나가 늘 가지고 있던 죄책감을 털어 내게 되면서 눈물 대신 콧물을 흘리게 되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 한편으로 눈물샘을 자극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웃음이 나면서 울게 되는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게 만들기도 하는 장면들이 이 소설에는 종종 등장한다. 그래서 감동의 순간이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콧구멍에 젤리빈을 집어 넣고 루나를 즐겁게 해주던 아빠, 루나를 위해 연을 날려주던 아빠는 루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어쩌면 우연같은 일이지만 그것이 기적같은 일을 불러올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 소설은 우리의 하루하루가 기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참 감동적인 책이다. 세계의 이곳 저곳에서 방사능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높아지는 지금 이시점에 한번쯤 그 심각성을 짚어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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