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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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프랑소와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책이 생각나는 소설이다.

그당시 책 제목을 보며 '안녕'이라는 단어를 슬픔과 헤어지는 인사로 여겼었는데

책을 읽고서야 슬픔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의미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책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암울했던 시기를 거쳐야했던 그 시절과 작별을 고하며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한걸음을 내딛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듯 하다.

 

김일성이 죽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IMF가 터지는 등 사건 많은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소설은

그 배경만큼이나 사연도 많고 개성도 강한 세 아이들의 성장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집에 맡겨져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버거운 세미를 중심으로

아무 감정없이 습관적으로 '킁킁 씨팔, 미친년'등의 욕설을 내뱉는 친구 준모와

어떤것이건 보거나 들은것은 죄다 머리속에 기억하는 친구 지혜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

 

이야기는 어른이 되어 학원 강사가 된 지혜를 찾는 누군가로부터의 전화로 시작된다.

그리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김일성이 죽은 1994년 7월 두명의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세미가

부모의 이혼으로 한남동 부자 할머니 집에 얹혀 살아가게된 이야기와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할머니집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로 알게 모르게 상처받게 되는 이야기와

결국 혼자 남게 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것을 계기로 친구들과 비밀을 공유하게 되지만

제각각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마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지혜를 찾아온 누군가로 시작되는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뚜렛장애를 가진 준모를 옹호해주는 지혜와 세미라는 두 여자친구를 둔 준모는 행복했을까?

친구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우정을 가장해 늘 곁을 맴돌던 준모의 사랑은

결국 시작조차 해보지 못한채 그렇게 끝을 맺고 만다.

준모를 통해 우리는 그 시절 짝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졌던 기억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듣고 본 모든것을 다 기억하고 있지만 수능시험에서 떨어져 재수를 해야하는 지혜의 이야기에

대입 준비를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때를 다시 떠올려볼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아픈 청소년기를 버텨낸 모든 이들의 현재진행형 같은 이야기다.

자신의 욕을 알아듣지 못하는 낯선 나라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준모의 이야기도

학원 강사로 살아가는 지혜와 아이를 낳고 기르며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는 세미의 이야기도

청소년이라는 성장기를 거쳐 이제 세상에서의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소설은 끝이 나지만 앞으로의 생에게 손내밀며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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