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에 대한 제작과정과 후반작업 그리고 영화관 상영이후의 온갖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이 책 은근 흥미진진하다. 다큐멘터리적이면서도 어떤 영웅담을 듣는것 같은 그런 흥분이 느껴진달까? 사이코 영화에 참여했던 배우와 스텝과 편집에 참여한 사람들의 생생한 그때의 이야기는 [사이코]라는 영화가 서스펜스 스릴러의 걸작이 될 수 밖에 없었음을 여실히 증명하기도 한다. 물론 알프레드 히치콕이라는 영화감독의 면모를 낱낱이 밝혀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다만 아쉬운 한가지는 히치콕과 [사이코]관련 사진이 한장도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1957년 시체를 파헤치고 살인을 저질러 자신의 집 헛간에 인체와 장기를 수집했던 전대미문의 살인마 에드 긴이 구속되는 기사를 본 로버트 블록은 이 사건을 모티브로 [사이코]라는 소설을 쓴다. 그 소설이 마침 새로운 영화를 구상하던 히치콕의 눈에 들어 영화로 제작하게 되는데 그 시절 찍었던 영화들이 흥행하지 못하던 히치콕에게 영화사는 투자를 거부했으며 어느 누구도 그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히치콕이 자비를 들여 30여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아마도 불우한 환경 자체가 히치콕의 자존심에 불을 지핀것 같기도 하다.

 

 

영화 배우 캐스팅에서부터 조명, 분장, 무대, 촬영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소소한 부분적인것들까지 히치콕 감독은 허투루 넘기지 않았으며 스토리보드를 완벽하게 짜고 버려지는 필름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벽하게 연습한후 촬영에 임했다. 그당시 영화에 참여했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히치콕이 자신의 영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어느정도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수 있으며 촬영장비 또한 그리 발달하지 않은 때에 획기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놀랍고 편집후 맘에 들지 않는 장면은 재촬영할정도로 꼼꼼하고 완벽하게 영화를 만들어 낸다.

 

 

편집후 후반작업에 있어 영화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검열에 걸릴만한 것을 일부러 집어 넣어 '이걸 뺄테니 대신 저건 넣겠다'는 식의 작전을 펼쳤으며 홍보에 있어서도 예고장면을 두가지 방식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시사회를 하지 않는등 철저하게 영화를 베일에 쌓이게 만들어 평론가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또한 영화관 상영에 있어서 영화 시작후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고 영화가 끝나고 절대로 결말을 이야기 하지 않도록 당부하는등 철저하게 방어막을 치고 드디어 영화가 상영되자 예상치 못한 흥행을 불러 일으킨다.

 

 

'오싹한 일이 벌어질것 같은 아슬아슬한 느낌이 계속 이어진다. 관객들도 그것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었다. 관객 전체가 어떤 암묵적인 공포 협약이라도 맺어 똘똘 뭉친 듯한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관객다운 관객이었다. 대부분의 연극과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객들처럼 단순한 개개인들의 집합이 아니었다. ---p291

 

 

영화이론가 윌리엄 페터치의 영화평을 듣다보니 히치콕이 [사이코]라는 영화를 찍기로 결정한 그 순간부터 이미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늘 관객의 입장을 염두에 두고 관객의 시각과 청각과 촉각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파고들어 디테일하게 영화를 찍었던 히치콕의 그 열정이 온전히 영화속에 녹아 들어 [사이코]라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혼연일체를 이룰 수 밖에 없게 한듯 하다. 책을 읽으며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에피스드를 알고보니 다시 영화를 보게 되면 또다른 시각으로 보아질듯 하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히치콕]이 2013년 3월 개봉한다니 그 또한 기다려진다.

 

 

[사이코]영화를 떠올리면 바이올린 소리와 같은 끽끽 거리는 소리가 먼저 떠오르고 또 내내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 드는데다 살인마가 언제쯤 살인을 저지르게 될지 몰라 초조해지며 샤워장에서의 살인이 인상적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그런 장면들의 숨은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펼쳐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