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등단이후 30년을 맞는 공지영 작가의 새장편소설 해리! 5년간 사건의 현장속에서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두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한 여자와 신부를 모티브로 선한 얼굴로 악을 행하는 사람들의 실상을 파헤치려 한다. 소설 도가니처럼 무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분명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그런 사정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

아이를 무기삼고 살아온 배경을 무기삼아 장애인 단체를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개인 sns 를 통해 온갖 거짓말로 모금을 하는 해리와 백진우신부! 무진의 순박한 사람들을 농락하고 철저히 이용해 먹는 그들의 행태는 1권의 이야기에 이어 2권에서도 이어진다. 한이나는 백진우와 이해리에게 고발당하고도 절대 물러서지 않고 그들의 실상을 밝히고자 하는데 그녀를 변호하게 된 강철 변호사와 갖가지 일들을 겪게 된다. 그는 탄광촌에서 자란 386세대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변하지 않는 세태에 실망해 뉴질랜드로 이민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나를 만나 그녀의 아픈 상처를 통감하고 솔직함에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고백을 하기에 이른다. 더럽고 불쾌한 사건을 파헤치는 그 속에서 자연스러운 러브라인을 그려보이며 종교에 대한 실망과 슬픔을 사람과의 사랑으로 승화시키려 하는 작가의 작전?

학창시절 친구였던 해리가 신부와 짝짝궁이 되어 붙어먹는가 하면 무진의 순박한 사람들을 봉침이라는 명목으로 올가미를 씌워 부려먹고 울거먹고 장애 단체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고 성에 차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버리는등의 온갖 만행을 저지른 사실들을 전해들으며 이것이 바로 지옥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데다 늘 혼자몸으로 아이 셋을 키우며 봉사하며 산다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동정을 사고 아이와 장애인을 위한답시고 모금을 해서 돈을 빼돌리는등 심지어 늘 모금의 명목으로 삼아왔던 자식들은 남의 손에 맡긴채 방치하고 학대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안개에 가려진 무진이라는 도시처럼 선한 얼굴을 하고 악을 행하는 그리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을 돕는 사람들의 행태는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알수가 없다.

글속에서 가끔 ‘사람은 결코 변하는 법이 없다, 다만 그 사람을 보는 눈이 잘못되었을 뿐‘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누구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데 왜 누구에게는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걸까? 성품이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들은 대개 어떤 사람이 잘못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개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악인들은 그런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이용해 악의 그물을 드리워 그들을 조종하며 산다. 그저 나쁜 것을 보면 나쁘다고 소리치면 되는데 나쁜것을 눈감아 주고 덮어주고 애써 외면해주려 드는 사람들의 그 심리! 종교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만 종교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니 나쁠수도 있다. 그 와중에도 분명 멀쩡하고 선한 사람들은 존재한다. 우리가 어떤 인물이 될것인지는 우리 자신이 결정하는 법! 해리와 같은 사람을 동정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의 잘못을 나쁘다 말하지 못한채 덮어주고 숨겨주는 그들이 될것인지 주변의 잘못된 것들을 알아채고 그것들을 나쁘다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될것인지! 이토록 믿기 어려운 처참한 상황에서 그들 무리에 섞이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고 정의를 똑바로 바라보며 나대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해리와 백신부의 결말이 썩 명쾌하고 맘에 들지는 않지만 작가는 그들을 통해 지금도 현재진행중인 사회의 숨겨진 악을 고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만든다. 특이하게도 sns의 형태를 소설속에 도입해 어쩐지 시대를 앞서가는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들은 침묵할지 몰라도 우리는 나쁜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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