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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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열치열이 있다. 이번에 출간한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소설이 약간은 한여름 더위에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더위를 잊게 해주는 이 여름에 딱 어울리는 단편소설이랄까?

개와 하모니카! 개와 늑대의 시간, 노을 지는 저녁 무렵 개 한마리를 곁에 두고 발아래 연못을 향해 하모니카를 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책 제목! 누군가는 그리운 이를 추억하고 누군가는 사랑이 떠나가는 순간에 가슴 아파하고 누군가는 서로의 마음이 어긋나는 순간을 애닳아하고 누군가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그런 순간들의 짤막한 이야기들! 한편 한편 읽어 내려가면서 에쿠니 가오리의 짤막하지만 함께 하면서도 여전히 고독하고 쓸쓸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딱히 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심하다거나 지루한 것도 아니고 그저 온몸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p72

각자의 사연을 안고 공항에 도착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낯선 나라로의 여행을 위해 설레어하며 나섰던 공항을 떠올리게 된다. 각양각색의 사람들틈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하는 궁금증과 작가가 풀어 낸 다양한 사람들속에 내가 섞여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개와 하모니카! 5년 넘게 사귄 애인에게 이별 선고를 받게 되는 가정이 있는 남자의 애인을 잊지 못하면서도 안도하게 되는 침실! 그리고 늦여름 해질녘의 시나의 약간은 섬뜩한듯 하면서 어린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에서는 글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추억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구슬처럼 둥글고 사랑스럽고 확실한 감촉을 지니고 있어서, 그녀는 언제든 그것을 꺼내어 바라보았다가 손바닥에 얹어보았다가 하며 질리지 않고 놀 수 있었다. - p109

언제부터인지 소풍을 즐기는 아내를 따라 소풍을 나서면서 자신이 아내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피크닉! 박꽃에 반해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너무 사랑한 나머지 구속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 유가오는 로맨스소설인가 했는데 한여름 공포소설을 방불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두 남녀가 주고 받는 문장이 참으로 애틋하며 고전적이어서 느낌이 참 좋다. 알란테주로 여행을 떠나 온 두 연인이 머물게 된 숙박에서의 에피소드는 뭔가 색다르고 특별하다, 두 연인이 우리가 생각한 그런 연인이 아닌것처럼!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상황묘사와 추억을 소환하는 듯한 문장들,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글에는 애틋하고 그리운 무언가가 가득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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