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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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를 먹는 것에 비유하자면 이 책을 읽은 것은 거친 음식을 꼭꼭 씹어먹듯 읽었다 함이 맞을 듯하다. 이 소설에 비교하여 다른 소설을 읽은 것들은 마치 소화되기 좋도록 어느 정도 다져져 별로 힘들이지 않고 꿀떡꿀떡 읽었다고 해야할까. 이 소설의 첫만남은 그렇게 서걱서걱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 탄력을 받으니 문장의 맛, 리듬이 되살아나 사람들의 대화를 속으로 중얼거리게까지 하였다. 태어나 자라난 고향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야기 하나는 곧 인물 한 명인 샘이다. 특징적인 인물들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리얼한 삶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재밌고 아련하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이런 디자인의 시리즈들.. 범생이와 같은 외모에 읽을 구미는 별로 안주지만 하나씩 도전해봐야겠다. 이인성의 소설이 다음으로 눈에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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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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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이토록 지리멸렬한 삶을 바꾸고 싶은가. 이 책의 제목대로라면 이러한 욕망을 가진 자들이 이 책을 집어들 것이다. 하지만 근 십년 넘게 책을 열심히 읽어온 내가 내린 결론은 책이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해주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오히려 삶은 그 상태로 늘 그자리에 있어왔고 그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변했다고 할 수 있겠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내식대로 표현한다면 인생의 사사건건의 의미를 알게 해줬다는 것이다. 그렇다. 인생은 늘 있어왔다. 중고등학교를 다닐때도. 이팔청춘일때도. 생의 의미를 하나둘씩 깨달아가는 삼십대의 지금에도.. 여기에 그 의미를 알고 내 삶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데는 책의 역할이 지대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인생이 집약적으로 묘사되는 어느 책 한권에서 나는 사르트르가 말한 '인간의 대표자'가 되어 이야기속의 삶이 곧 내 삶 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일치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란 고질병"을 앓고 있는 우리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인간의 대표자"라는 사르트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기에 내가 겪었던 실패, 좌절, 수치스러움이 나만 겪는 치명적인 상처가 아니라 인간이기에 보편적으로 겪는 경험이라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만약 책 한권을 쓴다면 나는 이 책과 같은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읽은 책의 문장이 우리의 삶의 한 단편들과 연결되는 그런 희열을 한번 맛보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의 저자에게 시기어린 눈빛을 보냈지만 또 내가 모르던 책들을 연결시켜주었으니 이 보다 고맙기도 어려운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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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여행법 - 소설을 사랑하기에 그곳으로 떠나다
함정임 글.사진 / 예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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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함정임의 유럽묘지예술기행서(?)라는 에세이를 읽었던 게 생각나서 집어 들었다. 소설을 사랑하는 소설가... 따지고 보면 나는 요즘 인문과학서도 잘 읽지 않고(정확하게는 못 읽겠고) 결국엔 소설을 많이 읽고 있다. 한때 사랑했던 소설가 폴 오스터의 소설이후로 전작을 다 읽을 정도로 사랑하는 소설가는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르 클레지오의 재발견이랄까.. 그래서 <허기의 간주곡>과 다시 추억속으로 들어가고픈 마음에 폴 오스터의 <뉴욕3부작>을 주문했다. 아마도 <뉴욕3부작>인지 <빵 굽는 타자기>는 누군가에게 줘 버린 것으로 기억된다. 책 곳곳에 르 클레지오의 아름다운 문장에 대한 예찬이 나오는데 전에 <조서>를 읽으려다가 말았던 게 기억이 난다. 여행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여행을 가도 누군가와 함께 가기 때문에 여행을 가서 책을 읽은 기억은 별로 없다.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무겁기도 하고 해서 요즘 생각하는 것은 전자책이 그런 면에서 좋은 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러고보니 아프리카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이 없다. 알고 지내는 남아공 처자와 아프리카에 대해서 논해 보고 싶으나 아는 소설가도 없고, 짧은 영어로 인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나오는 장소중에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브룩클린! 내가 좋아하는 후드티에도 브룩클린이라 쓰여있지.. 말하자면 부산이나 서울 같은 지명이 옷에 써있는 셈인데, 나는 브룩클린이라는 발음이 웬지 모르게 좋다. 물론 폴 오스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끼지만 그 후드티를 겨울마다 꺼내 입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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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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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에는 눈에 띄는 세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총각 사키치가 돌봐주는 조스케, 얼렁뚱땅 관리인 헤이시로가 양자로 삼으려고 하는 꽃미남 유미노스케, 그리고 마사고로의 짱구...  특히 측량이 취미(?)인 유미노스케는 열세살의 나이지만 사건을 해결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하지만 똑똑한데 비해 몸은 아직 어린지 밤에는 이불에 실례를 하기도 하는 오줌싸개다. 마흔이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조카인 유미노스케를 양자로 삼으려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관심없는 헤이시로도 금새 아이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짱구는 정말 대단하다. 생김새는 짱구같은 모양인데 기억력이 굉장히 뛰어나 마사고로를 위해 모든 일을 줄줄이 기억한다. 한번 토해내면 경을 읽듯 리듬을 붙여 줄줄줄 읉어내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머릿속에 사건들을 입력할때는 눈알을 도로록 굴리며 기억하는 모습이 재밌다.

 나가야의 세입자들이 자꾸 떠나자 상실에 빠진 사키치에게 조스케가 위안이 된다. 아이를 돌본다는 것, 그건 책임을 지는 일이다. 책임은 때로 누군가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게 한다.

이 소설은 얼간이 헤이시로가 주인공이지만 어른들의 캐릭터 못지않게 아이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정녕 미래의 희망은 순수한 아이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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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암살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0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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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버지는, 글쎄, 하늘만이 그 가능성의 한계가 되겠지. 부자, 가난뱅이, 거지, 성자, 수십 개의 국가, 수십 개의 취소된 지도, 수백 개의 파괴된 마을들. 네 마음대로 고르렴. 그로부터 네가 물려받은 유산은 무한한 추론의 영역이다. 너는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단다. (2권, p.387)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고리같은 이 이야기를 무어라 말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명백하다. 소설속에서 아버지를 찾아, 다시 말하자면 자신의 탄생의 근원을 찾아가는 일은 아이리스, 로라의 두 자매의 인생사를 넘어 자식 에이미에게로 손녀 사브리나의 인생까지로 나아간다. 우리가 우리의 가정배경을 삭제한다면 나는 무한한 추론의 영역속에 있게 될까. 아니면 근본이 없기 때문에 더욱 흔들리게 될까.

소설은 세가지 이야기로 나뉜다. 책속의 책속의 책. 삼중구조가 서로 얽혀 끝으로 갈수록 한군데로 모아지며 비밀을 밝혀나간다. 아이리스는 소설의 말미에 말한다. 우리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거나, 우리가 하는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면 파멸할 것이라고, 말이다. 소설의 결과를 알고 다시 읽는다면 로라의 행동과 말이 아마도 다시 읽혀질 것이다. 이 책은 아주 더디 읽혔다. 감정묘사를 많이 해서 이기도 하고. 하지만 언제나 운명에 맞서는 자매들의 이야기는 재밌다. 이 소설을 읽고서는 나는 트위터에서 마거릿 애트우드를 팔로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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