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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시대 ㅣ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는 격동의 현대사를 언급하는 것은 나의 능력의 부족함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겠다. 하지만 배경을 이해할 정도만 되어도 이 책은 어느 여자의 어느 인생에나 있을 법한 소녀적 추억을 회상하기에 더없이 소중한 기회를 준다.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의 유명한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라고 한다. 1960년대초, 공산당원이었던 아버지때문에 프라하에 5년동안 머무르면서 알게된 그리스인 리차, 루마니아인 아냐, 유고슬라비아인 야스나를 거의 30년만에 찾아나서는 내용이다. 30년전에 알았던 몇가지 특징만으로 친구들을 찾아나서는 설렘이 글을 읽는 내내 전해진다.
재밌는 부분은 어린 나이에도 애국심이라는 것이 오히려 어른보다 강하게 표출되는 에피소드들이다. 다른 문화를 접하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나의 문화의 소중함을 더 알아 가게 되는 것일까. 자연적 배경일뿐인 푸른 하늘 조차도 아이에겐 자랑거리가 될수 있었으니 말이다. 마치 어렸을 때 우리나라가 사계절인것이 축복인줄 알았던 나의 순수했던(?) 마음과 조금 비슷한 듯도 하다.
한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되어있는가는 늘 나의 마음을 가슴벅차게 혹은 가슴아프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다음에 크면 뭐가 될꺼니 라고 묻는지도 모르겠다. 공부를 지지리도 못하던 아이 리차는 놀랍게도 의사가 되어있었고, 그림을 잘그렸던 야스나는 예술가가 되어있지 않았다. 꿈을 실현하고 아니고를 떠나 누구나의 인생은 소중하고 사연이 있고 그런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친구를 찾게되는 과정이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대화로 구성된 부분은 물론 저자가 그때를 회상해서 재구성해낸 것일테지만 그 상황을 실제로 보고 있는 듯하다. 예전 주소를 가지고 수소문을 해서 친구를 찾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마치 추리소설(?)처럼 책장을 빨리 넘기게 해준다.
인터넷 시대가 된 요즘 조금만 검색해보면 어렸을 적 친구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쉽게 알아낼수 있다. 아, 이렇게 낭만없는 시대라니. 기억속의 소녀들은 이제 다 커서 어른이 되고도 남았는데 아직도 나의 마음속에는 그들이 그 시절 그 모습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굳이 누군가의 소식을 찾아보려고 애쓰지 않는다. 30년후에도 애타게 찾고 싶은 친구들을 가진 마리가 부럽고 그런 추억들을 가진 그녀들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