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Philosophy + Film
이왕주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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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다른 건 잘 기억을 못하는데 어떤 영화를 어느 극장에서 누구와 함께 봤는지는 거의 다 기억을 한다. <디 아더스>는 H와 지금은 없어진 신촌의 모극장에서 <집으로>는 L과 종로의 모극장에서 <중경삼림>은 비디오로도 여러번 집에서 봤었다. 우연히 집어든 이 책은 영화속에 녹아든 철학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같은 사람은 플라톤,니체, 후설, 하이데거가 이런 말을 했었다는 걸 알기까지 몇십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무지 몽매한 나에게 위대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설명해주니 이보다 감사한 일이 있을까. 물론 이런 류의 책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들을 봤다는 전제하에서 읽는 것이 더 이해가 잘된다. 이책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는 거의가 4,5년전 영화라 다행히도 그때 영화를 왕성하게 볼때라서 대부분이 아는 영화였다. 

<중경삼림>을 소개하는 내용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겨울이 왔으니, 봄도 곧 올것이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고통의 시간도 소중하게 여겨야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억인 과거와 기대인 미래에만 머물지 말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야겠다. 좋은 친구와 영화한편 보는 일, 커피 한잔 마시며 이런 좋은 책을 보는 일, 하루하루 감사하며 건강하게 보내고 싶다. 2007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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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0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안녕하세요? 저도 이 책 참 재미나게 읽었어요. 영화를 좋아하는데 철학적 소고를 해 보는 기회에서 의미있더군요. 철학의 대가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보기도 했구요. 중경삼림은 아직 못 본 영화에요. 언젠가 꼭 보고 싶은 영화에요^^

스파피필름 2007-01-0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혜경님 오랜만이에요.. ^^ 잘 지내시지요? <중경삼림> 오래된 영화인데.. 그 영화에 나오는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곤 하죠.. 나중에 시간되면 꼭 보세요..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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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다가 내가 처음 커피를 마신게 언제였을까 생각해보니 중1때 였던거 같다. 다른 학교도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는 교내에 커피자판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판기가 없었던게 나았을 것 같은데 어쨌든 나는 그 달달하면서 씁쓸하고 심지어 고소함(?)까지 느꼈던 밀크커피의 마약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급식우유로 커피우유도 못마시게 했던 엄마를 생각하면 흰우유를 마시고 따로 밀크커피를 마셨던 나는 참으로 영악했던 것일까.

이 책은 연대별로 우리나라의 커피역사에 대해서 가볍게 다루고 있다. 미군으로부터 커피란걸 처음 알게 되었을때 씁쓸한 그것이 뭔지 몰라서 냄비에 한가득 끓여 애들끼리 나눠마셨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통때문에 병원에 실려간 이야기를 읽다가 나도 모르고 웃음이 나왔다. 커피의 양을 늘이기 위해서 커피에 담배꽁초를 섞는가 하면 회충약으로 사용하기도 한 커피.. 

작년에 비싼 스***커피를 마시는 된장녀가 회자된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몇십년전에도 30원짜리 밥을 먹고 50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 대한 질타가 있었다고 하니 이런 사건(?)이 비단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보다.

커피 한잔 마시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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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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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학의 심리학관련 교양수업에서 한번은 들어보았을 심리학의 역사상 유명한 실험 열가지를 모아놓았다.당연히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읽혀질수 있고 각 꼭지가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내가 흥미롭게 읽은 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에 관한 부분이다. 놀랍게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을때 사건 직후 말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서술하더라는 내용이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설명한 것이 옳다고 모두 확실히 주장했다고 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것과 실제로 옳은 것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허술한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혹독한 고문으로 거짓자백하도록 할때 나중에는  실제로 자기가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상상해서 말하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머리속의 어딘가에서 실제로 경험하지도 않은 일을 재구성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일들앞에서 다소 무기력한 모습이 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인간에게 기억이란 무엇일까. 기억이란 나라는 존재의 확인이면서 인생의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들이 사실은 '실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된 '창조물'인가 하는 생각에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들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겪게 된다. 같은 현장에 있었는데 친구들의 기억과 내가 하는 기억이 다르다거나, 내가 그 상황에서 했던 말이 이거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확인했을때는 그게 아니었다거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같다. 이책에서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기억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기대는 과거의 학습을 토대로 형성하기 때문이란다. 과거 아니면 미래만을 생각하다 보니 정작 내가 존재하고 있는 현재는 충실히 살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렵겠지만 쓸데없는 혹은 좋지 못한 과거의 기억들은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이 기억을 재구성하도록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렇게 해서라도 즉, 진실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가 심하거나 남에게 해를 입히지만 않는다면 정신건강에는 좋을거라 생각한다. 심리학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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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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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총 11권으로 된 것을 사서 책장에 꽂아놓고는 애정어린 손길로 쓰다듬으며 언제고 기필코 다 잃고야 말리라는 다짐을 하곤 했었다. 안타깝게도 책장에 그 11권은 고스란히 세월의 먼지만을 뒤집어쓰고 있다. 1권을 어거지로 읽고 나서 2권 중반까지 읽었었는데 진도도 안나가고 도대체가 한문장이 어찌나 긴지 계속 읽어가다보면 주어가 뭐였는지를 잊어버리기 일 수 였으니 이것이 내가 다 한 노력이었다. 대신 여기저기서 인용된 프루스트의 이야기 혹은 그에 관한 일화라면 귀를 쫑긋하곤 하는 나의 모습이라니.

역시나 이런 맥락에서(?) 이책도 읽게 되었다. 정작 프루스트의 잃어비린 시간을 찾아서는 못읽고 그래도 책 표지는 만져보았다우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나의 생활방식(?)은 여러곳에서 드러나고 있었으니 예를 들어 영화자체를 좋아하기 보다는 영화를 함께 보기 위해 만나는 친구가 좋거나, 미술관에서의 그림감상 자체가 좋기 보다는 미술관 한켠에 딸린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거의 다 읽은 마당에 아마도 앞으로 쭈욱 그의 책들을 읽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의 관심의 영역은 도대체가 한계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의 책을 읽었을때 그렇게 까지 감동을 받지는 못하겠다. 그저 하나의 자극제가 되어 나는 이만큼 알고 있는데 너는 어떠니 하고 묻는 것 같아 스스로 조금 위축되다가 그래 나도 정복할테야(?)하는 의지를 돋우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프루스트가 인생을 현명하게 살기위해 제시하는 방법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이 책을 읽기 보다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하루 속히 완독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번 두 주먹을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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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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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는 격동의 현대사를 언급하는 것은 나의 능력의 부족함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겠다. 하지만 배경을 이해할 정도만 되어도 이 책은 어느 여자의 어느 인생에나 있을 법한 소녀적 추억을 회상하기에 더없이 소중한 기회를 준다.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의 유명한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라고 한다. 1960년대초, 공산당원이었던 아버지때문에 프라하에 5년동안 머무르면서 알게된 그리스인 리차, 루마니아인 아냐, 유고슬라비아인 야스나를 거의 30년만에 찾아나서는 내용이다. 30년전에 알았던 몇가지 특징만으로 친구들을 찾아나서는 설렘이 글을 읽는 내내 전해진다.

재밌는 부분은 어린 나이에도 애국심이라는 것이 오히려 어른보다 강하게 표출되는 에피소드들이다. 다른 문화를 접하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나의 문화의 소중함을 더 알아 가게 되는 것일까. 자연적 배경일뿐인 푸른 하늘 조차도 아이에겐 자랑거리가 될수 있었으니 말이다. 마치 어렸을 때 우리나라가 사계절인것이 축복인줄 알았던 나의 순수했던(?) 마음과 조금 비슷한 듯도 하다.

 한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되어있는가는 늘 나의 마음을 가슴벅차게 혹은 가슴아프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다음에 크면 뭐가 될꺼니 라고 묻는지도 모르겠다. 공부를 지지리도 못하던 아이 리차는 놀랍게도 의사가 되어있었고, 그림을 잘그렸던 야스나는 예술가가 되어있지 않았다. 꿈을 실현하고 아니고를 떠나 누구나의 인생은 소중하고 사연이 있고 그런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친구를 찾게되는 과정이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대화로 구성된 부분은 물론 저자가 그때를 회상해서 재구성해낸 것일테지만 그 상황을 실제로 보고 있는 듯하다. 예전 주소를 가지고 수소문을 해서 친구를 찾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마치 추리소설(?)처럼 책장을 빨리 넘기게 해준다.

인터넷 시대가 된 요즘 조금만 검색해보면 어렸을 적 친구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쉽게 알아낼수 있다. 아, 이렇게 낭만없는 시대라니. 기억속의 소녀들은 이제 다 커서 어른이 되고도 남았는데 아직도 나의 마음속에는 그들이 그 시절 그 모습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굳이 누군가의 소식을 찾아보려고 애쓰지 않는다. 30년후에도 애타게 찾고 싶은 친구들을 가진 마리가 부럽고 그런 추억들을 가진 그녀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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