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마! 나 영어책이야 2
문덕 지음, 권윤주 그림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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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라디오에서 진행하는 문덕의 어휘대첩이라는 10분짜리 라디오 방송을 작년엔가 꽤 열심히 들었던 때가 있었다. 어휘를 쉽고 재밌게 설명해서 외울수 있도록 하는데 나처럼 과묵한(?) 사람도 문덕의 노래를 들으면 웃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 뭐든지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 책은 스노우캣으로 유명한 권윤주의 삽화와 함께 일상속에서 접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소개하기로는 영자신문을 읽을 수 있을 수준이라고 한다) 어휘들을 재밌는 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어휘를 무작정 외우는 것 보단 상황에 맞게 비슷한 어휘들을 함께 볼 수 있는 점이 장점이고 무엇보다 권윤주씨의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 그림을 보는 맛이 한층 책 읽는 것을 재밌게 해준다.

화장실이나 침대 머리맡에 두고 심심할 때 마다 보면 좋을 책이다. 오후8시쯤에 진행하는 문덕의 어휘대첩도 한번 들어보면 우울했던 마음이 싹 가실지도 모르니 영어를 재밌게 공부하고픈 사람은 한번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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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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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쉽게 한다. 하지만 그런 말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신문에나 나오는 그런 일들일 때 가능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범죄가 나 혹은 나의 가족과 관련이 있다면 더군다나 피해자라면 그런 상황에 대해 관대해질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살인 강도를 저지른 범죄자 가족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당하게 납득되는 이유도 없이 단지 범죄자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동생 나오키는 사회 속에서 온갖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직업을 구하는 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거부당하는 일도, 이웃들의 온갖 멸시와 따돌림을 당하는 이유도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낙인 때문인 것이다. 더욱 슬픈 것은 그 자신조차 그러한 대우에 이미 익숙해져서 체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너무나 부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 사회와 사람들의 시선이 참으로 냉정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웬일인가.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부당함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어렵게 취직한 전기회사의 사장님과의 조우에서 나오키는 사장에게 따끔한 충고를 듣게 된다. 범죄자의 가족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차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운명과 맞서 하나씩 관계란 것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말이다. 나오키의 사회에 대한 반감은 그저 한낫 투정에 불과한 것이란 말인가. 사장의 말이 정말 맞는 것일까. 나는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나오키의 현실이 너무나 가엽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사장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 증가되는 의혹은 나오키가 그런 사장의 말을 이해하고 운명과 정정당당하게 맞서기로 했지만 이제는 아내와 딸이 겪는 고통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형과 인연을 아예 끊겠다고 했을 때 였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면서 산 것에 대한 보상으로 나오키의 삶이 좀더 편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이없게도 이 책에서 나오키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형과 인연을 끊겠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무엇이 정답일까.

 

 소설의 마지막에는 나오키가 형이 있는 교도소에 위문 공연을 하러 간 것으로 끝맺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명쾌한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다. 형과는 인연을 끝겠다던 나오키였지만 아마도 가족이란 굴레를 쉽게 벗어 던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저자가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나는 이 소설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소중하면서도 가장 마음 아프게도 할 수 있는 가족, 가족 이라는 말을 한참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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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2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스파피필름 2007-01-2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지막에 울어버렸어요.. ㅠㅠ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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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쯤에 서울의 버스광고에 서른 한살, 사랑이 또 올 거 같니? 라는 문구를 보고 나도 모르게 뜨끔했던 적이 기억난다. 대체 저 문구는 뭐람.. 나 같은 서른 무렵의 미혼 여자를 우롱하기라도 하는 듯 나는 적이 마음이 불편했다. 서른 한살이면 이제 사랑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당치도 않는 다는 뜻인가, 꿈꾸고 있는 너 꿈깨라 라고 말하는 건가. 많고 많은 연령과 성별을 조합한 타겟들 중에 유독 삼십대 초반의 미혼여성이 제일 한심하다는 건지. 혹시 이런 과민반응은 자격지심에서 나온.? 안타까운건지 다행인건지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에 대한 환상은 커녕 드라마, 영화, 소설의 제목에 사랑이라는 단어나 내용이 사랑에 관련된 내용이면 내 취향이 아니군 하며 외면해 왔었다. 소설을 한달음에 읽고는 나의 도시가 전혀 달콤하지 않음만을 알아버린 것 같다. 이미 열정은 식다 못해 체념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 초월의 경지에 이른 대견스러운(?) 내 스스로의 모습만이 모니터에 비친다.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잘살고 있는 사람에게 독감주사를 일부러 놓은 꼴이랄까. 괜한 주사를 맞은 자리가 따끔한 것처럼 나는 나도 모르는 나의 고민들 속에서 전혀 달콤하지 않은 서울 한 귀퉁이에서 소설 속의 오은수처럼 갈피를 못 잡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 나 같은 사람이 한명 더 있구나 하는 위로가 책장을 덮은 지금 허공에 남아있다. 차라리 앞표지의 여자애 처럼 우산을 들고 하늘로 훨훨 날아가 버릴 수라도 있으면 좋겠다만.

 

나와 비슷하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정이현이라는 작가가 마흔 무렵에는 어떤 소설을 써줄지가 기대된다. 동년배라는 사실에 웬지 더 기대가 되는 것은 그녀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이 소설의 주독자층은 아무래도 오은수 또래의 여자들일까. 괜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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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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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주 우울한 것은 일종의 나의 기질이므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나의 기도에 대개는 신이 응답을 하지 않는 다고 늘 투덜거리고만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말한다. 기도에 신이 응답하거나 응답하지 않거나 과거나 미래에 머물지 말고 그 순간에 그 고통이 주는 의미, 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저 물 흐르는 대로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한겹 두겹 나를 가두었던 껍질들을 놓아버릴 수 있을 때 좀더 편안하고 인생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는 진리를 우리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깨달을 수 있나 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죽음이 확실하게 언제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없는 이 시점에 이런 책을 만난 것이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제 나 자신을 남들이 생각하는 틀 속에 혹은 내가 생각하는 틀 속에 가두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미 이삼년 전부터 하나씩 놓는 연습을 하던 터라 그렇게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가끔 이런 책을 통해서 마음을 다잡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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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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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제대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거였는데."
도오루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다카코가 돌아본다.
"손해봤어. 청춘을 즐겼어야 하는 건데."
"뭐야,그건?"
"푸념."

지금은 아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청춘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푸념을 하던 시기는 그야말로 청춘중의 청춘의 시기였던 이십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도오루처럼 말하고 다녔으니.. 그 후에도 물론 나는 대학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는 푸념을 여지없이 반복했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절은 청춘.. 아름답다는 형용사가 잘 어울리지만 웬지 모르게 나는 그 시절이 한없이 외로웠었다. 이 소설속에 나오는 다카코와 도오루처럼 그런 좋은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서 인지 늘 꽁꽁얼어붙은 마음은 어느 사람에게도 쉽게 내어주지 못해서 나는 늘 혼자였던것 같다.  차라리 지금의 조금은 편안해진 내 자신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고등학교학생들이 수학여행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80km라는 거리를 밤새 걸으며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보행제를 통해 누군가에게나 있었던(또는 있을) 청춘의 아름다운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초반에 각 반의 기념사진에 이름모를 소년의 모습이 찍혀있었을때 이거 추리소설인가라는 생각을 잠깐 생각했었는데 나의 추측은 전혀 빗나갔고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이복남매인 도오루와 다카코가 보행제라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밤이라는 배경은 낮과는 달리 사람들을 좀더 솔직하게 해주는 것 같다. 밤을 새워 얘기를 하다보면 그 친구와 더 친해졌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책은 그런 소소한 기억들을 불러내어 준다.

청춘, 생각만 해도 가슴설레는 시절.. 나는 그 시절을 이미 무덤덤하게 지내왔지만 앞으로 그 시기를 거칠친구들은  좀더 열정적으로 보내서 나중에 푸념하지 않도록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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