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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평점 :
"좀더 제대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거였는데."
도오루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다카코가 돌아본다.
"손해봤어. 청춘을 즐겼어야 하는 건데."
"뭐야,그건?"
"푸념."
지금은 아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청춘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푸념을 하던 시기는 그야말로 청춘중의 청춘의 시기였던 이십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도오루처럼 말하고 다녔으니.. 그 후에도 물론 나는 대학시절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는 푸념을 여지없이 반복했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절은 청춘.. 아름답다는 형용사가 잘 어울리지만 웬지 모르게 나는 그 시절이 한없이 외로웠었다. 이 소설속에 나오는 다카코와 도오루처럼 그런 좋은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서 인지 늘 꽁꽁얼어붙은 마음은 어느 사람에게도 쉽게 내어주지 못해서 나는 늘 혼자였던것 같다. 차라리 지금의 조금은 편안해진 내 자신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고등학교학생들이 수학여행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80km라는 거리를 밤새 걸으며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보행제를 통해 누군가에게나 있었던(또는 있을) 청춘의 아름다운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초반에 각 반의 기념사진에 이름모를 소년의 모습이 찍혀있었을때 이거 추리소설인가라는 생각을 잠깐 생각했었는데 나의 추측은 전혀 빗나갔고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이복남매인 도오루와 다카코가 보행제라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밤이라는 배경은 낮과는 달리 사람들을 좀더 솔직하게 해주는 것 같다. 밤을 새워 얘기를 하다보면 그 친구와 더 친해졌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책은 그런 소소한 기억들을 불러내어 준다.
청춘, 생각만 해도 가슴설레는 시절.. 나는 그 시절을 이미 무덤덤하게 지내왔지만 앞으로 그 시기를 거칠친구들은 좀더 열정적으로 보내서 나중에 푸념하지 않도록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