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이죠." 베로가 덧붙였다. 그녀의 매섭고 까만 눈에 드러난 자부심을 보자 나는 목이 메었다. 내 직업을…… 음…… 직업으로 취급해준 사람은 여태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내가 하는 일을 감싸주거나 뿌듯해 하거나 자랑하지 않았다. 책상 뒤에서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집주인님. 당신 명의의 집이라고 함부로 쳐들어올 권리는 없습니다. 임대차 계약서, 특히 4조 b항을 읽어보셔야겠네요. 세입자에게 이 집에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미리 고지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다음에도 이 집에 예고 없이 침입하시면, 원치 않는 광경을 보실지도 모릅니다.""원치 않는 광경?"‘설마 시체는 아니겠지. 제발 시체라고는 하지 마.’"핀레이 씨가 최근에 교제하기 시작한 섹시한 속옷 모델이라든지."
그의 등 뒤 주방 입구에 베로가 나타났다. 그녀는 팔을 내밀어 그의 손에서 열쇠 뭉치를 빼앗더니 우리 집 열쇠를 빼내기 시작했다. 입을 떡 벌린 스티븐 앞에서 그녀는 보란 듯이 열쇠를 뽑아 들었다. 그러더니 화장실로 다가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열쇠를 기저귀 휴지통에 떨어뜨렸다. 베로가 손잡이를 돌려 스티븐이 가진 하나뿐인 열쇠를 똥 기저귀 틈에 묻어버리자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나한테 맡겨요." 베로가 내 코앞에서 애런의 열쇠 꾸러미를 흔들었다. "어디서 났어요?" "조금 전에 저 사람 벨트에서 빠졌어요. 눈치 못 챈 거 같아요." 그녀가 재크를 내 품에 안겼다. "휴게실 앞에서 만나요." "언제요?" "두고 보면 알아요."
돈다발을 바라보던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편집자가 나를 자른다 쳐도 출판사에 빚진 계약금은 갚을 길이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