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너무 고요해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아이들이 아빠한테 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불안한 정적이었다. TV가 꺼져 있었다. 조명도 모두 꺼져 있었다.
옷장에는 트레이닝 바지와 티셔츠가 대부분이었기에 빳빳한 흰색 셔츠 옆에 내 하나뿐인 검은색 정장 바지가 다림질되어 단정히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베로가 나를 위해 세탁하고 다림질한 모양이었다.
토요일 아침 8시 30분에 초인종이 울리자 나는 사람 한 명은 우습게 죽이겠다 싶을 만큼 짜증이 치밀었다.
제가 고르는 걸 도와드릴게요. 그분의 매력 포인트는 뭔가요?"베로가 눈을 치떴다. "와, 어려운 질문이네요.""말조심해요."
"뭣 하러?" 내가 툴툴거렸다. "머그샷에 예쁘게 나오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