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에는 트레이닝 바지와 티셔츠가 대부분이었기에 빳빳한 흰색 셔츠 옆에 내 하나뿐인 검은색 정장 바지가 다림질되어 단정히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베로가 나를 위해 세탁하고 다림질한 모양이었다.
토요일 아침 8시 30분에 초인종이 울리자 나는 사람 한 명은 우습게 죽이겠다 싶을 만큼 짜증이 치밀었다.
제가 고르는 걸 도와드릴게요. 그분의 매력 포인트는 뭔가요?"베로가 눈을 치떴다. "와, 어려운 질문이네요.""말조심해요."
"뭣 하러?" 내가 툴툴거렸다. "머그샷에 예쁘게 나오려고요?"
진짜, 그 사람 가만 안 두겠—."베로는 배꼽을 쥐고 소리 죽여 킬킬거렸다. "거봐요, 그럴 줄 알았다니까. 지금 당신 표정이 어떤지 봐야 하는데!"내 스웨터를 뭉쳐 그녀에게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