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자아의 연속성이 끊어져 있단 걸 발견하는 일은 참담하다.

 

몇 년 전 써놓은 일기의 탁월한 부분들이,

돌아와 자신을 상처입히게 되리라 생각해 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시를 읽고 읽고 읽어서

입을 열면 시인들 이름이 불쑥 튀어나오던 해였다.

아는 시인도 몇 없지만 그랬다.

 

그 때 몸이 안 좋았는데,

우연히도 그 때 쓴 것을 찾아보니

한 점으로 가닿았던 시기는 그 때였단 걸 한참 지나 알게되었다.

아파서 그랬거나, 그리하여 아팠거나 하였다.

 

 

 

 

 

 

 

오전에 글을 조금 썼다.

 

 

단 한 문장도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숨죽여 응시하던 자신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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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쌍기를 다시 보고 있다. 월광보합은 봤고, 선리기연 곧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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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2-22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토끼님 정말 책을 많이 읽으셔요!!!!

2015-02-2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리기연 나도 봐야겠다. 이 글 본 김에.^^

김토끼 2015-03-01 00:06   좋아요 0 | URL
저도 어서어서 ㅎㅎ
 

제가 대학에 들어갔을 무렵 알라딘이 막 생겨서 정말 신나게 드나들었어요. 요새는 방문이 좀 뜸하지만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놀러갈 곳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정말 많은 분들의 글을 읽고, 그 분들이 추천한 책을 사고 그랬는데 벌써 10년이라니 세월이 아득하네요. 20주년에도 30주년에도 이런 글을 쓸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늘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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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친구와 통화하면서 문득 이런 질문을 받았다. 

"(무슨 말인가 열심히 하다가) 그런데 넌 왜 그렇게 영어에 열심인 거야?"

순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에 할 말이 없었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지금 잘 기억 나지 않는다.

아마도 영어로 뭔가 읽거나 쓰거나 말할 때 느끼는 희열때문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 후 여러차례 그 질문을 떠올렸는데 딱 들어맞는 대답은 구하기 힘들었다.

 

막연히 그냥 외국어는 해야될 것 같아서, 라는 생각에 토익책을 붙들고 학원에 다닌 것이 약 3년 전이었다.

올 봄에도 영어회화학원 1년치를 쿨하게 끊었다.

매일은 못 가도 일주일에 최소 2번은 갔는데, 이번 달 들어 한 달 연기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격증 공부였지만 더 심리적인 이유를 말하자면 학원에 가는 일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침반을 듣기 시작했는데 거의 매일 1:1 수업이다.

수강생이 나뿐이라 영어로 말할 기회가 많으니 좋겠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 않다.

말하자면 무지 외롭다. 선생님과 나의 관계가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 같은 관계가 아니므로 1:1 수업은 한없이 쳐진다.

한 명이라도 우연히 나오면 반가워서 바짓단이라도 붙잡고 싶어진다.

그제서야 학원이 오직 학업을 위해서만 가는 것이 아닌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달은 점은 학생이나 선생이나 한 쪽이 엄청난 텐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니 선생 쪽이 그렇게 해주는 것이 좋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교육에도 스타일이 있는 것이고, 나도 고집스럽게 텐션 제로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지 않은가.

 

학원은 학원이고 다시 영어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보는데 역시 답이 없다가

오늘 산책하면서 팟캣으로 김남주 번역가가 라디오에 나온 것을 들으며 그 이유를 조금 알았다.

한 달 전에 그녀의 역자 후기를 모은 <나의 프랑스식 서재>를 샀던 기억과 함께

로맹 가리, 프랑수아즈 사강의 이름 옆에 나란했던 그녀의 이름이 떠올랐다.

라디오 음성으로 전해오는 김남주 번역가의 목소리가 유난히 귀에 쏙쏙 들어왔던 것은

나긋나긋한 톤도 그렇지만, 모국어로 말할 때의 파릇파릇하고 싱싱한 언어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이성적인 언어라고 한다. 무슨 국제회의 같은 곳에서는

소통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프랑스어를 공식언어로 채택한다. 사물도 성별을 구별하여 쓰니 더 할 말이 없다.

그런 프랑스어를 번역을 하는 사람이니 자신의 표현에 대해 정확해지려고 얼마나 노력해왔겠는가.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고 싱싱한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내가 꿈꿔오던 것이다.

그리고 외국어에 열심인 사람 중에는 모국어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다.

내 주변에서도 영어나 기타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언어 구사력이 더욱 정확하다고 할까.

나에게 왜 영어 공부하느냐 물었던 친구도 꽤 예리하고 적절하게 말하는 편이다.

더 살아있는 언어, 적확하고 발랄한 언어로 말하고 싶은 의지가 해도 해도 늘지 않는 외국어를 공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요 며칠 말한대로 자격증 공부한다고 컴퓨터 용어만 봤더니 왠지 마음이 허전하다.

얼른 끝내고 내가 사랑하는/할 것들에 시간을 쏟고 싶다. 물론 그 중에는 영어도 포함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아마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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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교수님을 만났다.

학교 다닐 때 나는 교수님을 잘 찾아가는 학생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교수님 방에 가면 평소에 교수님을 잘 찾아가는 사람인 듯 착각하게 된다.

교수님들 방은 각기 다른데 한 가지 공통점이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책. 그게 내가 착각을 하는 이유일까.

 

어쨌든 어제는 결코 그 방에 함께 가리라 한 번 상상한 적 없는 친구와,

그것도 그 친구와 결코 찾아뵈리라 생각지 못한 교수님을 찾아갔다.

그런데 너무 재밌었다.

교수님은 책이 쌓여서 서로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테이블에

우리 둘과 마주 앉으시고 선물로 받은 건강음료를 건네시고

빡빡-담배도 피우시고-

나는 그 와중에 교수님 책 좀 주세요 ㅠ 하고 책구걸하고

결국 두 권있던 소설책 한 권을 얻어가지고 왔다.

그리고 교수님이 

꼭 유명해져야 된다고 

농담60 진담 40의 느낌으로 우리를 배웅하셨다.

친구는 이미 유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아니 너 이렇게 유명한 사람과 다니는 거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대답이..'저 얘 안 유명할 때부터 알았는데요 ㅠ'

그래, 뭐, 유메나한 히또가 저는 될 수 없지만

그래도 글을 계속 쓰지 않을까요.

그리고 교수님 평론도 이달 내로 읽을 게요-

(그냥 그때 아 진짜 좋아요! 하고 거짓말하는 게 나았을까..

여하간 솔직하게 안 읽었는데요..이래버려서;;;) 

 

교수님은 전날 술을 많이 드셔서

죽을 드시러 가시고

나는 친구가 부대찌개 사줘서 먹고

치즈사리 우동사리도 넣어서 먹고

오는 길에는 밀크티를 먹고

친구는 아메리카노

그리고 홧팅홧팅하는 분위기로 마무리하며 헤어졌다-

(그녀의 초록색 목도리가 급 눈에 선하네-)

(서로에게 주문 걸기: 잘 될 것이다아-라고)

 

 

에-

오늘 오전에

그동안 쓰고 있던 것을

일차 퇴고 했다.

안 그래도 그런 말 했는데

'이번에 다시 쓰려고 보니 나 왜 안 되는 줄 알겠더라,

아마 이것도 몇 년 후에 보면 또 그런 생각하겠지'

완벽해지지는 않겠지.

그래도 다른 거 하면서도 계속 써야지.

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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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1-12-1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메나한 히또 되고 싶어요.
뭐, 사실 별로 상관 없지만.
유명한 친구가 있는 기분은 어떨까요?
전, 제 주변에 아무도 잘 나가지 않아서 너무너무 속상해요.
그리고 오늘은 안 유명한 친구와 당구쳐서 이겼어요.
전 소중하니까요 ㅋ

김토끼 2011-12-15 15:32   좋아요 0 | URL
친구가 유명하니 제 가치가 올라가요-
그렇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아 ;;
저 이번 여름에 포켓볼 배웠는데 새벽 한 시에 배워서 완전 정신없었음
저도 참 소중한데 말이죠..ㅎ

poptrash 2011-12-1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 보니 달려라 토끼 빌려 놓고 아직 읽지도 않았는데 책은 연체가 되었고 도서관은 2월까지 휴관을 해버렸네요. 김토끼 님은 달려라 토끼 읽으셨어요? 혹시 김토끼 님은 달리기 잘 해요?

김토끼 2011-12-15 15:35   좋아요 0 | URL
안 믿으실지 모르지만
한 3개월동안 아침마다 조깅 40분 한 적 있었는데..
빨리 달리는 것과 오래 달리는 것 중 선택을 하라면
빨리 달리는 건 몰라도 오래 달리는 것은 그래도 못하지 않는 것 같아요.

도서관이 2월까지 휴관?(공사하나요?)
웃겨버리는군요-ㅎ

김토끼 2014-12-05 13:24   좋아요 0 | URL
아.. 요즘 달려라 토끼를 보고 있습니다.. 3년이 지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