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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빨간머리 앤
샤론 제닝스 지음, 김영선 옮김 / 소년한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그린게이블즈의 앤>>은 나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몇 개의 소설 중 하나이다.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니 그 시절 좋아했던 이야기들이 다시 떠오른다. 내가 처음 앤을 만난 건, 소설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후로 빨간 머리 앤을 찾아서 읽었고, 내가 본 애니메이션이 앤 이야기의 극히 일부였다는 사실을 알고 꽤 놀란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이 아니다. 나처럼, 혹은 어린 시절 빨간 머리 앤을 좋아했던 수많은 나의 친구들처럼, 앤을 좋아하는 '리'의 이야기이고, '리'에게 빨간머리 앤은 이웃에 새로 온 '카산드라 조바노비치'이다. 리는 카산드라 조바노비치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간다. 즉 이 책은 '리'가 써내려간 자기성장소설이다.


내가 빨간 머리 앤을 읽었을 때 앤은 앤 특유의 화법을 가지고 있었는데 리도 그렇다. 앤 셜리라는 이름 대신 코델리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원했던 것처럼 리는 리나라고 불리길 원한다. 그리고 앤처럼 쉴새없이 이야기를 한다.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보았던 그 앤과 리는 무척이나 닮아있다. 다만, 리는 자신이 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앤처럼 자신은 고아가 아니고 빨간 머리도 아니기 때문이었을까? 보통은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기 마련인데, 앤과 엄청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앤이기 보다는 '앤'과 같은 친구를 사귀고자 하였다. 마릴라 같은 엄마와 매튜 같은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리. 리를 이해해주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인 것도 닮아있다. 아빠가 매튜처럼 먼저 하늘나라로 가 버리는 것도 그렇다.


리는 카산드라 조바노비치와 앤과 다이애나 같은 단짝친구가 되기를 원하였다. 사실 단짝 친구라는 건, 지금부터 너와 나는 단짝친구가 되는거야 라고 말로 정의내리고 지금부터 시작!!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리의 행동에 웃음이 났지만, 우리집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면 리와 똑같은 점이 보인다. 나도 어렸을 때 늘 같이 놀았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게 늘 3명이어서 문제가 되곤 했는데, 짝수가 홀수보다는 편리한 점이 많다.


카산드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드러내놓지 않는다. 카산드라는 여기저기 친척집을 떠돌며 생활을 했고, 어느 누구의 자식도, 어느 가정의 일원도 되지 못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리는 고아였던 앤의 삶을 동경하지만, 정작 '고아'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가 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바로 그게 아닐까?


열두살의 리와 카산드라, 그리고 리의 단짝친구였다가 서로 으르렁 대는 사이가 되어버린 캐시. 캐시가 눈치 채 버린 리의 비밀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 허허 웃어버렸다. 하지만 캐시에게 늘 여자들의 사진이나 그림을 보여주었던 그 아저씨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리는 상상의 앤이었고, 카산드라는 현실의 앤이었다. 글을 쓰면서 리는 자신이 되고 싶었던 앤이 되어가고, 카산드라를 만나 다른 이의 삶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고아가 아니지만 고아인 것처럼 살 수 밖에 없었던 카산드라는 리를 만나, 연극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노력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라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앤의 이야기를 읽었거나 잘 알고 있다면, 리와 카산드라의 이야기가 훨씬 더 잘 이해가 될 것 같다. 앤의 이야기가 씌여진 지 100년이 넘었지만, 어쩌면 이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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