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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글쓴이의 체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래서 더욱 사실적이다. 그리고, 격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울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주인공인 '하'는 엄마와, 세 오빠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빠도 있지만, 아빠는 징집된 이후 생사를 알지 못한다. 1975년 고양이해를 맞이하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체적으로는 운문이고, 형식으로는 일기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주인공 '하'의 마음을 따라가며 이 책을 읽었다.

 

1970년대의 베트남하면 월남전이 생각난다.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인 1975년은 내가 3살 때이다. 주인공인 '하'와 나는 7살 안팎의 차이가 난다. 결국은 동시대를 살아 온 셈이지만, '하'가 겪은 삶과 내가 겪은 삶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지금 이 책을 읽을 어린이들과는 너무나 다른 삶이다. 그렇지만, 정말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걸까?

 

'하'는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난민이 되었고, 미국에 와서 후원자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하'가 기억하는 베트남은 파파야 열매가 무성하게 열리는 아름다운 나라 베트남이지만, 미국인들의 눈에 비친 베트남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비참한 나라이다. '하'는 소설도 읽을 수 있고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유아들이 읽는 그림책조차 읽지 못하는 아이일 뿐이다. 나는 이것이 비단 그 시절의 '하'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국에 오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생각했다. 총과 대포가 울리는 전쟁은 아니지만, 경제전쟁(돈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혹은 중앙아시아에서 오는 외국인노동자들은 그 나라에서 의사고, 교사고, 변호사였지만 우리나라에 와서는 한국말 제대로 못하는 가난한 노동자로 전락한다. 어찌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하'의 일기를 통해 그들을 떠올렸다. 나는 혹시 핑크보이처럼,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어.

양축이 제각기

맹목적인 자기 신념만

떠들어대고 있으니!" (p.32)

 

하의 오빠인 꾸앙은 대학생이다. 전쟁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당화될 수 없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부자들은 유람선을 타고 나라를 떠나고, 대통령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다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을 치고, 군인은 나라를 버린다. 마지막 힘을 다해 베트남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겨우 미국에 정착하게 된 '하'의 가족들. 엄마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공부에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육에 매달렸듯이, '하'의 엄마도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육'을 선택한다. '하'는 학교에서, 그리고 동네에서 사람들의 무시와 놀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생활한다. 그래도 '하'의 생활이 지독하게 비참하거나, 견딜수 없는 수렁이나 나락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하'를 도와주는 카우보이 아저씨, 워싱턴 아줌마, 펨과 씨티반, 그리고 늘 '하'의 편이 되어주는 엄마와 오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로서 남의 나라에서 겪는 수모와 고통은 애나 어른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현실과 싸워나간다. '하'가 핑크보이와 맞서듯이, 엄마는 정육점 주인에게 NOW! 라는 한마디를 쏘아붙일 수 있을만큼 당당해진다.

 

'하'가 1년동안 겪은 일들을 군더더기 없는 운무체의 일기를 통해 읽어가다보면 나는 어느새 '하'의 마음을 읽고 짠해짐을 느낀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나와는 다른 상황의 친구를 이해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혹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야기로, 또 우리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이해하는 이야기로,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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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2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