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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사람들의 대중심리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나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이고(물론, 나의 모든 일상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남들이 다 열광하는 것에 무관심한 일부 현상들) '선거'와 '소통'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소비'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알아보고싶어서였다.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의 의문에 확실한 대답을 던져 준 책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나의 별은 나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의미에서 준 별이다.
이 책은 소비심리를 다룬 책이다. 소비심리탐구란 "일상생활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소비현상을 탐색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소비행동을 통해 그들의 감춰진 심리를 추리하면서 그 사람의 속마음, 진짜 마음을 알아보는 과정"(p.13) 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비심리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소비행위와 소비심리만 있지, "정작 소비행위의 주체가 되는 한국인의 행동, 한국인의 심리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p.53)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이론을 가져와서 대입하기만 하였지, 정작 우리 사회에 통용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소비심리만 그러할까? 미국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을 우리 사회로 바로 주입시킨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닐지 싶다.
그렇다면, 콕 찝어 한국인의 소비심리를 알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이제는 소비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를 맞고 있다. (사실 이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물건이 좋고 가격이 싸다고해서 모든 사람이 해당 물건을 구입하지는 않는다. 같은 물건이라도 소비자와 그들이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므로 마케터들은 소비자를 특성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p.87참고) 소비자의 심리적 특성에 따라 소비자를 구분하는 'VALS'는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한 것이다. 같은 전자제품을 두고도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가 서로 다른 용도로 많이 사용하듯,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인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에서 히트친 제품이 한국에서 히트하지 말라는 법은 없고 한국에서 히트친 제품이 일본에서 히트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보편성에 호소하는 한편, 차별화되고 특화된 마케팅이 더해지면 더 쉬워진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통계의 허점도 보여준다. 숫자로 정리된 통계가 때로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소비자는 다양하고 욕구는 변덕스럽다. 소비자의 진짜 마음을 읽어내려면 기존의 단순한 설문이나 인터뷰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마음 읽기 방식"(p.138-144)이 필요하다.
책의 2부로 넘어가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한국인의 소비심리를 짐작해볼 수 있다. 나의 관심사가 집중된 건 3부 대통령과 루이비통이다. 주류와 비주류에 대한 이야기에는 상당히 공감을 하였다. 그런데 이것도 소비심리와 관련이 있나? 있다. 주류가 지닌 기업적 사고와 비주류가 지닌 기업적 사고가 다르기 때문이고, 그렇게해서 결과로 나타나는 제품이나 판매, 소비 현상도 다르기 때문이다. 거기에 디지털 신인류라 불리는 현대인들을 저자는 여섯가지 유형으로 다시 나눈다. 디지털 모더니스트, 디지털 시크, 디지털 컨서버티브, 디지털 부머, 디지털 루덴스, 네오르네상스. 이들은 같은 제품을 두고도 다르게 반응한다. 그런데 한가지 마케팅으로 그들 모두를 잡을 수 있을까? 그래서 타깃팅이 필요하다.
명품소비 역시 8가지로 나누어진다. 자극자족형, 판타지형, 격조형, 과시형, 생활형, 무조건형, 자아표출형, 아바타형. 이 중에서도 자아표출형은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낸 유형이라고 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통과 선거에 대한 부분은, 이상하게도 어색하다. 마치 이게 왜 여기 붙어있나하고 여길 정도로 이질적이다. 물론 '시장에 나온 상품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것을 선택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는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