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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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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착하다'라는 말의 뜻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우리가 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은 바르고 상냥하다는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착하다는 말을 사람뿐만 아니라 각종 물건들에도 붙이다보니 상냥하다보다는 바르다의 의미를 추출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라.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이란다. 뭐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말도 있으니 착하다는 형용사를 거짓말에 못붙일 이유도 없건만, 반어적인 느낌을 준다.

 

이 책에서는 세상의 부정이, 어떤 큰 잘못이나 악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즉,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저지르는 작은 부정들 역시 부정은 부정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작은 부정에 대해 너무나 관대하다. '이 정도는 괜찮아' 라는 자기합리화의 과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애초에 '부정'은 티끌만큼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누구나 작은 부정을 저지르고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 자신을, 우리 친구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자기합리화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여러가지 실례와 실험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죄' 혹은 '부정'이라는 생각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이 중에서 특히 '이익충돌'에 대해 다룬 장을 관심있게 읽었다. 왜냐하면, 신간평가단을 비롯하여 제품을 무료로 제공받은 상태에서 평을 쓰거나 추천하는 글을 쓰는 일이 많아졌고, 이제는 이것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주제기도 하지만, 책이든 그 외의 제품이든간에 무료로 제공받은 다음 과연 나쁜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몇년전이지만 나는 그것을 빌미삼아 '나쁜 사람' 취급을 받은 적도 있다. 하물며 내가 썼던 과거의 글까지 모두 저장해놨다며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려본 적도 있다. 지금 그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참 억울했었다.

 

그때 내가 했던 생각,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생각은 내 느낌 그대로 전달할 뿐이지 뭔가를 제공받았기 때문에 긍정적인 글로 포장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이익충돌'의 장을 읽다보면, 의사들이 제약회사로부터 약 혹은 어떤 대가를 받은 후 그 약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금융권이나 정치로비스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은 소비자로서 이익충돌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제공자를 찾아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가 이 한권의 책을 공짜로 얻어서 읽었기때문에, 이 책은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면 내가 한 말은 모두 거짓일까? 그와는 달리 어떤 책은 읽다가 덮어버릴 수도 있고,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워서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참 쉽게 읽힌다, 내용이 좋다고 쓸 수 있을까?

 

내가 쓴 글이 거짓이 아님을, 그래도 솔직하게 쓴 글임을 믿게 하는 길은 평소에 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 혹은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더 많은 진정성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사람들이 저지르는 부정은 경제적인 이익에 따르기보다 이 정도는 괜찮을거야라는 도덕적인 관점에서 부정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결국은 사람들이 '용인가능'한 정도의 부정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부정이 거듭되다보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가 했던 작은 거짓말들을 떠올렸다. 나 역시 착한 사람, 남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 작은 거짓말이, 나를 위한 것이었든, 타인을 위한 것이었든간에 우리는 그것이 거듭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작은 거짓말이 개인의 도덕성, 그리고 개인의 이미지를 조금씩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우리가 '사소하고 작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결코 사소하거나 작은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알게 된 사실은 나 역시 작은 거짓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라는 사실이고, 나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상이 이런 작은 거짓말들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이다.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원리원칙주의라고 비판을 받고 융통성이 없다는 험담을 들으면서까지 진실만을 추구할 자신도 없다. 다만,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알았으니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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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0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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