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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행동경제학이라는 큰 틀에서 읽는다면, 나는 정말 끝까지 다 읽어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교양서라는 말이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가 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행동경제학에 대해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책에서 소개한 수많은 연구, 실험, 에피소드들을 그 자체로 이해하고 공감했다.
두 개의 시스템(시스템1과 시스템2), 휴리스틱과 편향, 과신, 선택, 두 자아 라는 작은 소제목 5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먼저 시스템1과 시스템2를 이해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스템1은 우리가 직관적이고 자동적으로 빠르게 반응하는 시스템이고. 시스템2는 복잡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정신활동이면서 통제적인 시스템이다.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FAST와 SLOW는 바로 이 두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빠르게 생각하는 시스템1과 통제적이고 게으른 시스템2.
보통의 생각과 행동은 주로 시스템1에서 일어나지만,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워질 때는 시스템2가 결정권을 갖는다. 생각을 하는 것, '사고과정'에 있어서 시스템1과 시스템2는 어느 하나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한다.
휴리스틱과 편향을 다룬 부분에서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통계오류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닻내림효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시스템2를 제대로 작동시켜야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특히 가용성폭포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가용성 폭포는 사건들의 자기자족적 self-sustaining인 사슬이다. 비교적 소소한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들에서부터 시작해서 대중의 공포와 정부의 대규모 조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슬이다. -중략- 이런 주기는 가끔은 걱정스런 소식들을 지속적으로 흘려보내려는 개인 혹은 조직들 때문에 의도적으로 가속도가 붙기도 한다. 이때 언론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갓거리들을 얻기 위해서 경쟁하다가 위험도가 점점 더 과장된다. 이처럼 점점 더 커지는 위험과 공포심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들은 별로 주목 받지 못한다. 위험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누구나 뭔가를 '악랄하게 은폐'히려는 사람으로 의심받는다.(p.207)
위의 글만 보면 대략 떠오르는 사건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와는 반대로도 생각한다. 아주 소소한 것을 위험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면, 반대로 아주 큰 문제인데도 은폐하고 축소하여 그 위험성을 알리지 않는 경우이다. 우리가 정보를 얻는 길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 정보가 통제되고 누군가 소수의 사람들만 공유한 채 독점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의심은 확산되는 법이다.
나는 솔직히 정치, 사회적인 이슈에 무감각한 편이다. 나와 직결되는 문제, 혹은 나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아니 내가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믿고 있던 사실들이 사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간 적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뭔가를 결정했다고 믿지만,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수많은 오류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일은 흔치 않은 것 같다. 책에서 예로 든 것과 사람들의 반응이 나와도 별반 다르지 않음에 (솔직히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그런 오류를 저지른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하면 비웃겠지?) 한편으로는 안심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수많은 오류를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믿은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어쨌든 직관에 의해 판단하는 것들은 물론이고 시스템2의 작용에 의해 통제받는 것들에 이르기까지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작용을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다. 지금은 약간은 알쏭달쏭한 개념때문에 정리가 정확히 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어떤 명제에 대해 판단할 때 조금은 더 합리적인 판단으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