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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 세계은행 총재 김용의 마음 습관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2년 5월
평점 :
요즘은 세계적인 기구의 수장으로 일하거나, 세계적인 대회에서 커다란 성과를 올리거나,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며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 대한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이 뛰어난 인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아니 나는 이 좁은 사회 안에서조차 제대로 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힘들기만 하다. 이럴 때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그들이 나와는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성공을 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읽음으로써 나 역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총재인 김용을 백지연이 인터뷰하고 쓴 책이 이 책이다. 그의 행적과 성과들을 보면서 ‘존경과 귀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당연할진대, 나는 그를 삐딱하게 보고 있었다. 그는 부모님이 이루어놓은 경제적인 안정과, 부모님이 갖추고 있던 전문지식과 학문의 덕을 톡톡히 본 사람이었고, 유용한 도구로서의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힐 수 있었으니까. 물론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나는 이런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 내 아이를 그렇게 훌륭한 인물로 키울 자신은 더더욱 없다. 나는 김용의 부모님과 같은 상황이 아니니까. 아쉽게도 나는 이제서야 이민1세대처럼 일해야 하는 상황이고, 나의 아이에게 실용적인 학문의 혜택도, 인문학적인 정신의 풍요로움도 줄 수 없는 부모니까. 내가 지나치게 비관적인가?
다만, 그가 교육자로서 언급한 이야기들에 많은 공감을 하며,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또한 내 아이가 아직은 어리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할까? 적어도 어떤 식으로 아이를 키울 것인지, 내 아이가 어떤 꿈을 갖고 성장하면 좋을지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얻었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이 세계은행총재가 된 직후에 나온 것이기에 세계은행총재로서의 활약상보다는, 다트머스대학 총장으로서의 교육에 대한 목소리가 더 강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한국의 교육은 매우 좁습니다. 의학을 공부한 사람은 의학만, 법을 전공한 사람은 법만 공부합니다. 하지만 다트머스대학은 폭넓은 교육을 제공합니다. 물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셰익스피어를 읽게 하고,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진짜 리더를 양성하는 방법입니다. (p.100-101)
김용의 이러한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한국의 대학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리더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의 모습.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몇 %의 취업이라는 숫자놀이에 집착하는 대학의 현실이 떠올라 씁쓸했다.
우리가 학교에서 정말 가르쳐야 하는 것은 과학이나 수학이 아니라 ‘마음습관’이라는 것이죠. 자료를 보고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중략- ‘배움의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는 ‘끈질김’입니다. 끈질김은 정말 중요합니다. 끈질김을 훈련해야 하는 거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체’능력입니다. 한 영역에서 배운 것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능력이죠. -중략- 또 다른 것으로 제가 강조하는 것은 ‘충동관리’입니다. 충동을 관리할 줄 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p.177~178)
학교에서 배운 것을 활용해서 현재의 삶에 적용하고, 응용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좋은 나라의 훌륭한 교육기관이라면 4년간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 사회에 나가 첫 직장을 갖도록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인문학이다. 복잡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다양한 소통의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 그런데 우리의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그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으니 걱정스럽다.
김용에게 성공이란 이곳에 누군가가 되고자 온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하러 온 것이고, 그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가 되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려서부터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서만 질문은 받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잊고 살아왔다. 말 한마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아이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