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쩌다 한번씩 읽는 청소년소설은 첫느낌이 많이 닮아있다. 전체적으로는 가볍고, 만화적인 인상을 받는다. 읽는 동안 상황과 배경을,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느라 한템포씩 쉬어가야하는 이야기가 좋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굳이 한번 더 생각할 필요없이 이야기 전면에 그냥 드러남으로써 가벼워져버렸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포장한 것이 아니라 무거운 주제가 말 그대로 가벼워져버린 느낌이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패배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스스로 패배자가 되었거나 누군가에 의해 패배자로 낙인찍힌 사람. 현상이는 외고입시에 실패한 후 k고에서 패배자로 살아간다. 모범생으로 살아온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친다. 입시의 성패는 입시를 함께 준비하던 아이들과 현상이를 갈라놓는다. 아이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의 영향력으로. 입시준비를 위해 내몰리고 스카이입학만이 모든 것을 풀어주는 열쇠라도 되는 양 생각하게 하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라기보다 부모나 사회의 영향이 크다. 사회적 성공과 명예외 부는 오로지 그 한길에 달려있다, 다른 길은 있어서도 있을수도 없다. 그렇기때문에 그 길에서 벗어난 아이는 삶을 절망적으로 느끼게 된다. 현상이는 외고입시에서 실패한 후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현상이 앞에 나타난 폴리스맨. 폴리스맨은 전직경찰관이다. 그도 분명 경찰관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을 때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고 안정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관이 아닌 지금은 배움터지킴이로 살아가고 있다. 배움터지킴이. 언제부턴가 학교 내 여러가지 안전사고를 막고 일자리창출이라는 이름으로 퇴직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일자리이다. 취지야 어떠하든 배움터지킴이라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인정은 물론 경제적 도움도 그다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이야기 속에서처럼 교사나 학생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눈길 역시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현상이가 스스로 자기자신을 패배자라고 생각하며 자포자기한 채 살아가는 것에 비하면 폴리스맨은 타의에 의해 패배자로 낙인찍힌 삶을 살아간다. 적어도 자신은 경찰관으로 살던 그때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주변의 눈길은 곱지 않고 현실또한 그러하다. 현상이와 폴리스맨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그 과정에 새둥지, 승준이가 있고, 신유가 있다.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생각하고 지레 포기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많다. 한두번의 실패가 자신의 삶 전체의 실패가 아니란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그 길 하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도 많다는 걸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가하면 늘어난 수명에 비해 짧은 경제활동을 하는 요즘같은 사회구조에서는 폴리스맨과 같은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배움터지킴이같은 한시적이고 이슈성 짙은 일자리가 아니라 적은 수입이라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독립할 수 있는 일자리가 주어져야 한다. 스카이를 나오면 인생의 패배자가 되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결국 노년에는 폴리스맨처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안될 것이다. 어떤 깨달음을 주기보다 문제를 보여주는데서 그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긴 했으나 이 시대의 '패배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