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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평점 :
남미 여행에서 건진 모티프들로 만들어낸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
요즘 바나나씨는 이렇게 하나의 theme을 가지고 단편집을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도 그렇고. 대부분 잡지나 출판사의 기획이 함께 해서 이루어낸 책들인 것 같지만, 어찌 됐든, 멋진 재주다.
성숙해진 바나나씨의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고찰들을 일견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 속에 담고 있어 좋다.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것보다 어려운 이야기를 손에 잡힐 듯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란 얼마나 멋진 것인지... 그 감수성의 끝이 어디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드는 그런 서늘한 이야기들 속에,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아니 제대로 느끼지조차도 못하는 삶의 여러 가지 미세한 느낌을 집어 내서, 보여준다.
이 책은 바나나 씨의 소설 외에도 하라 마스미씨의 감각적인 그림과 야마구치 마사히로 씨 - 이렇게 이름을 적고는 있지만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 - 의 입이 벌어지는 사진들도 함께 담고 있어 하나의 화집을 보는 느낌도 난다. 시각적으로도 참 아름다운 책이라 소장할 만하다, 싶다.
읽고 나면 무엇보다, 직접 그 남미의 땅을 밟아 보고, 흙탕물이 굽이치는 폭포를 내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보고 싶다. 광활한 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