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했지만 차마 가서 따져묻지 못하고 혼자서만 발을 동동 구르다 엉엉 울어버린 기억들 몇 가지는 지금 생각해도 모욕감에 치가 떨릴 때가 있다. 사노라면 그런 일은 허다하다. 속절없이 작고 약해서 불이익을 감수할 배짱이 없어서 무력하게 참아내며 어서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다는 단정, 할 수 없다.
지구본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중국 어딘가에 붙은 우리나라를 찾아 헤매다 드는 생각은 어쩌면 이리도 작은가. 이런 게 사면초가구나.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육식동물에 둘러싸여 바르르 떠는 초식동물이다. 거기다 허리는 뚝 분질러져 반토막이고, 태평양 건너의 포악한 공룡 티라노사우로스는 호시탐탐 지배욕을 과시한다. 내 수중의 떡 열 개도 부족해 남이 가진 떡 하나를 탐하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구도다. 사람은 무시하거나 등을 돌려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땅은, 땅에 갇힌 우리는 그 중 젤 나은 한 나라와 손잡고 동맹을 맺어 나머지 나라를 견제해야 한다. 약자는 불합리나 부조리를 또박또박 읊어 권리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면서 강자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우방, 동맹, 형제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부르면서 부리기 좋은 노예나 다름없이 무시하고 깔보는 그들은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좋은 나라다.
요즘은 눈을 감으면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죽음의 공포에 직면한 약하디 약한 모습의 그는 영화처럼 짠하고 살아돌아오지 못하고 먼 이국의 땅에서 살해됐다. 왜, 어째서라는 의문이 계속 머리에서 맴도는 가운데 연일 방송에서는 믿기지 않는 소식들을 터트린다. 결국, 죽었구나라는 체념이 믿기지 않는 어설픈 의혹에 직면하자 기가 막히고 숨이 막히더니 말문이 닫힌다.
너무 무섭고도 슬픈 일이다. 부모가 자식을 유기하고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범죄만큼이나 잔인하고 무지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생생히 떠오르는 얼굴에서 나를 비롯한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으리라. 그의 죽음 앞에서 어떤 이도 결백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까. 저마다 책임 한 토막을 손에 들고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를 숙고하는 것? 무고한 우리 국민 한 사람을 살려내지 못한 무능한 정부는, 부시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지만 이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명분보다 상처입은 자국의 국민을 위로하는 게 우선임을 토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