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동이 행성, 우라스와 아나레스.
과거, 우라스의 아나키스트들이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여 이주 후 개척한 행성이 아나레스이며 이 소설은 아나레스에서 태어나 성장한 물리학자 쉐벡의 이야기다.

소유의 개념과 개인 이기주의, 성의 차별이 없는 꿈의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일들을 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동기였다. 과연 이상이 실현된 후,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이며 그것을 발전 혹은 진보라 부를수 있을지 궁금했다.

아나레스는 근본적으로 척박하고 황폐한 환경이었고 기근과 가뭄으로 인해 식량배급이 원활하지 않지만 공정한 분배로 인해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 곳이다. 단 지나친 모자람으로 인한 작은 균열이 굳건한 신념에 균열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창의적 개인성을 소멸시키고 억압하는 가운데 불신과 의혹의 싹이 스며들기 전까지 그들의 삶은 평온했다.

천재물리학자 쉐벡으로 하여금 아나레스 밖 우라스로의 망명을 필요케 한 요인은 자급자족의 안일에 안주하고 진보와 발전을 두려워하는 집단이기주의다. 고인 물이 언젠가는 썩어 냄새를 피운다는 것을 증명하듯 다른 별의 사람들과의 소통과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를 갈망하는 창조적인간에게 아나레스의 폐쇄성은 감옥일 따름이다.

물론 우라스도 대안이 아니라는 것도 곧 알게된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나라지만 권력과 부의 분배가 평등하지 않고 성차별 등 어둠과 빛같은 양면성을 가진 우라스 사회는 쉐벡에게 지독한 공허와 절망을 안겨준다. 그는 평등한 인류를 위해 그의 지식을 사용하려 하지만 몇몇 권력자의 손아귀가 뻗쳐올 따름이다. 쉐벡의 선택은?

우리에게 없는 것을 꿈꾸는 것은 불행이자 행복이다. SF문학은 여기 아닌 다른 곳을 꿈꾸는 상상의 물적 증명이자 기회이다. 어슐러 르귄의 상상력이 뿜어내는 이 거대한 오라는 독서하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멈추게 한다. 상상하는 자의 위대함과 즐거움이 그야말로 축복의 비처럼 쏟아진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각각의 고유한 특색을 지닌 생명들의 안식처라고 할 때, 여기 현실에 사는 자의 고독과 암울은 훨씬 가벼운 데미지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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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4-07-03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 주소를 바꾸면서 잃어버렸던 리뷰. 이렇게 퍼오는 방법이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