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부턴가 초등학교 1학년인 원이의 별명은 '떼쟁이 대마왕'이 되었다. 싫어, 싫어는 기본이고 뭔가를 해라하면 조건을 달기 시작했고, 엄마와 이모의 속을 바글바글 끓이기로 작정을 하였는지 매사에 부정적인 어휘를 구사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밥을 먹이기 위해서도 뭐해줄까? 라는 애원과 부탁조의 말이 앞서나가서 버릇을 고치기는 커녕 한몫을 한다. 에디오피아의 난민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깡말라서는 오가는 유행병이란 병은 다 걸려와서 가족을 고생시키는 이 말썽꾸러기를 어찌해야할 지 모르다가 동생은 급기야 최후의 수단으로 매를 들고 호령하고 만다.

너, 이리와. 맞을래, 먹을래.

이 경우, 오빠인 현이는 쭈뼛쭈뼛 먹다가 토할지라도 먹는 시늉을 하는데, 역시나 원이는 다르다. 매를 드는 시점부터 왕!하고 울기 시작해서 도망을 치는데 결국 애엄마는 매는 사용도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삐져서 울다가 잠이든 아이를 멍하니 바라볼 뿐.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렇게 잘 삐지고, 눈물도 많고, 겁도 많냐고 뿌리찾기를 하는 가족들이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집에서는 그렇게 어리광을 피우고 말을 안 들어 구제불능으로 낙인이 찍혔는데 밖에만 나가면 조숙한 숙녀마냥 저보다 어린애들을 챙기고 보살펴준다는 것이다. 숫기도 없어 앞에 나서서 떠드는 일도 없고 조용하고 얌전하다는 평을 듣는다는데, 그렇다면 문제는 저에게는 한없이 약한 엄마나 이모를 의식적으로 골탕을 먹인다는 것. 제일로 만만한 사람으로서 이 경우 정말 난감하다. 애버릇을 고칠 것인가. 알아서 철들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원이야. 언제쯤이면 눈높이를 마주하고 앉아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시시콜콜 나눌 수 있겠니? 얼마든지 기다려줄 터이니 아프지말고 무럭무럭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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