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러 & 엘륄 : 현대기술의 빛과 그림자 지식인마을 4
손화철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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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기술과 현대 기술의 차이 요약
첫째, 전통적인 기술은 다른 상위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다. 이에 반해 현대에는 기술 발전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둘째, 전통적인 기술 활동에서는 도구보다 장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현대에는 좋은 기계를 가지는 것이 좋은 결과와 직결된다.
셋째, 전통적 기술은 그 당시의 문화적, 종교적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한 지역의 기술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면에 현대 기술은 문화와 종교를 뛰어넘어 빠른 속도로 퍼진다.
넷째, 전통 사회에서는 특정 기술의 사용이 필수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 기술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이루어 거기에 맞지 않는 자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84-85쪽

현대 기술의 특징들
1. 기술 선택의 자동성
2. 자기 확장성
3. 일원주의
4. 개별 기술들의 필연적 결합
5. 보편성
6. 자율성-86쪽

(기술의 자율성은) 기술 발전의 속도와 규모가 너무 커져서 사람의 주체적인 결정이 별로 의미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기술 개발자에게는 시장의 상황과 경쟁의 논리에 휩쓸려 자기가 왜 그 기술을 개발하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게다가 최첨단 기술은 수많은 세부 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개별 공학자가 수행하는 연구나 작업은 전체 프로젝트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게 개발된 기술을 사용하는 소비자 역시 자신에게 그 기술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결정하기도 전에 이미 그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89쪽

현대 기술이 자율적이라는 주장은 기술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이룬다는 주장과 연결되어 있다.-92쪽

그(엘륄)의 주장에 따르면, 기술 시스템은 인간의 자율성에 반하는 방식으로 점점 공고해진다. -93쪽

위험 사회(Risk Society)라고 해도 모두가 똑같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전기에 심하게 의존하는 사회에서 정전이 일어났을 때,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대비를 잘할 수 있으나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재산의 보유 정도에 따른 불평등뿐 아니라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에 따른 불평등도 고려해야 한다. 또 일단 그 위험이 현실로 드러나게 되면, 그것이 초래할 결과의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울리히 베크의 주장)-99쪽

엘륄은 기술 발전은 과거에 종교들이 가졌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종교가 모든 문제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었던 것처럼 현대에는 기술을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질병이나 육체적인 고통의 문제가 기술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은 물론이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존을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믿음은 인류의 진보와 기술의 진보를 동일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기술의 진보가 필연적인 이유는 그것을 포기하면 더 나은 세상을 이루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101쪽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
(환경주의자인 르네 두보스가 1972년에 개최된 UN 인간환경회의에서 말했다는 설과, 역시 환경주의자인 브로어가 환경 보호 단체 ‘지구의 벗’을 설립하며 내건 슬로건이라는 설이 있고, 이것을 엘륄이 사용하며 널리 알려짐.)-103쪽

근대의 사상가들은 존재자들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신비롭고 초월적인 질서나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진리가 있음을 부인하고, 이성적인 인간 주체를 절대화했다. 존재자들이 진리를 인간이 밝혀내고, 그 상호연관성과 전체적인 질서까지 인간이 부여한다고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이렇게 존재의 드러냄을 망각한 것의 최종 결과가 바로 현대 기술이다. (중략) 문제는 이 닦달의 대상이 자연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 사회에서는 사람들 역시 부품으로, 에너지의 출처로 전락하고 만다. 기계 부속처럼 인간도 잔뜩 쌓아놓고 필요하면 가져다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버린다. 근대 이후의 인간은 모든 것을 지배하려 하지만, 그 지배의 대가는 자기 자신의 철저한 대상화다.

닦달 : 하이데거 용어로 현대 기술이 존재하는 것들의 특성과 다양한 측면들을 무시하고 그들 각각의 의미를 기술적 맥락에서만 한정하는 경향 -108-109쪽

후기 산업 사회에서는 기술적 합리성이 인간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되게 되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요소들이 계산되어야 하고 계산될 수 없는 것들은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창조성이나 자율성은 시스템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창의성이 희생된 개인들을 ‘일차원적 인간’이라고 부르고, 이런 사람들을 양산하는 사회를 ‘일차원적 사회’라 부른다.(마르쿠제의 주장)-112쪽

엘륄이 자율적 기술 개념을 통해 현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사회, 문화, 경제, 윤리 등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포스트먼의 테크노폴리 개념은 기술 사회의 현 상황, 즉 기술이 인간의 사회, 문화,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서술하고 있다. 포스트먼은 사람들이 현대 기술의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으면 현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예술과 역사 교육을 통한 ‘인간성의 상승’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114-115쪽

(포스트먼이 말하는)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 던져야 할 질문들
1. 이 기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
2. 그 문제는 누구의 문제인가?
3. 그 해결책으로 피해를 받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다면 그 중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누구인가?
4. 그 문제를 해결하면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인가?
5. 그런 기술적 해결을 통해 부나 권력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개인이나 집단은 누구인가?
6. 새로운 기술 때문에 생기게 되는 언어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 변화를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인가?-115쪽

보르크만은 삶의 맥락과 동떨어진 채 효용만을 제공하는 현대 기술을 가지고는 이상적인 공동체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기술과 그 혜택이 우리의 삶을 둘러싸 결국은 삶의 맥락 자체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고, 따라서 인간 고유의 의미와 가치는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르크만은 단순 반복적이고 노동 집약적인 작업들은 기계에 의존하되, 창조적인 행위들은 되도록 인간이 직접 할 수 있는 이원적 시스템을 제안한다. 기술은 인간의 창조성과 의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117-118쪽

왜 기술의 민주화가 필요하고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즉, 현대 기술은 워낙 돈이 많이 들어서 기업이나 국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개발되기 힘들고, 그 규모도 크기 때문에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국민은 세금을 내는 사람으로서, 혹은 일정한 위험(risk)에 노출되는 사람들로서 자신들의 의지와 의견을 밝힐 권리가 있는 것이다.-130쪽

기술의 경제학에서는 한 가지 기술을 개발할 때 처음 목표한 단기간의 경제적 가치가 확보되기만 하면 그 기술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은 차후에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취한다. 전기가 필요하면 일단 발전소를 짓고,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중략)
밴더버그는 기술의 경제학이 정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킨다면 당장은 발전의 속도가 느려 보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기술, 쾌적한 사회, 그리고 건강한 생활권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 발전에 있어 인간적, 사회적 가치까지를 모두 고려한 예방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이러한 입장을 기술의 경제학과 대비시켜 기술의 생태학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152쪽

지식은 주어지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반성하는 것은 그 정보를 보다 폭넓은 식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157쪽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의 방향 설정에 있어 남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이상적인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자신들의 일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규명해보아야 한다. 나아가 필요에 따라서는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설명하고 그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 경우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상상은 요순시대나 성경에서 묘사하는 천국의 모습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이어야 할 것이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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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9-11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삼때 제삼의 물결 읽고 눈물을 흘리며 새세상을 알았다고 뛰어다녔으나..
그 이후 이 아저씨가 아무리 봐도 사기꾼 같더라는 ㅎㅎ

아프님도 재미없어보이는 책을 잘도 읽는다.
신기해요.

마늘빵 2009-09-11 22:55   좋아요 0 | URL
제삼의 물결은 대학1학년 때 그 두께에 놀라서 한번 들었다 놓고, 몇장을 넘기다 재미없어서 다시 들었다 놓고 결국 안 읽었다지요. ^^ 알게 된지 얼마 안된 엘륄이 토플러보다 훨씬 매력적입니다. 둘은 극단에 있어요. 그래서 저 둘을 비교한 거고요.

나는 재미없어 보이는 - 보기에만 - 이 책이 무지 재밌었다지요. ^^ 엘륄과 마르쿠제를 더 읽어 보고 싶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9-12 00:54   좋아요 0 | URL
응 나도 마르쿠제를 더 읽고 보고싶어요. 생각보다 재미있나봐요

마늘빵 2009-09-12 17:41   좋아요 0 | URL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