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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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은 도덕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중의 하나다. 수치심은 인간으로서의 자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상처를 받거나 배가 고프거나 궁핍함으로 인한 모욕감 때문에 심신이 괴롭다면, 나는 고통을 느낀다. 나 아닌 다른 인간에게 가해진 고통을 바라볼 때도 나는 나의 의식 속에서 얼마간 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그로 말미암아 내 안에 연민의 감정이 생겨나고, 도와주고 싶은 연대감이 발동하며, 동시에 수치심을 느낀다. 이렇게 되면 내 안에서는 행동하라는 부추김이 일어나게 된다.
나는 직관적으로 이성의 작용에 의해서 혹은 도덕적인 의무감에서 모든 인간은 일할 권리, 먹을 권리, 건강을 돌볼 권리, 배울 권리, 자유를 누릴 권리, 행복해질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안다.
인간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세계화 지상주의를 표방하는 자들을 포함한 인간들에게 깃들어 있다면,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처럼 인류를 황폐하게 만드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행할 수 있단 말인가? 그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복 추구 욕구마저도 그토록 냉소적이고 잔인하며 교활한 방식으로 깔아뭉갤 수 있단 말인가? (계속)-13-14쪽

(이어서) 그들은 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부자가 되고 싶고, 시장을 지배하고 싶으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거나 세계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모순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상대로 경제전쟁이라는 이름의 계엄령을 내렸다. 인간 누구에게나 공통으로 적용되는 도덕을 비껴갈 수 있는 예외적인 체제를 마련했다는 말이다. 새로운 체제 안에서 그들은 기본적인 인권을 외면하고(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인권 보장을 지지한다), 도덕적인 원칙을 무시하며(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도덕적인 원칙이 보장된다), 평범하고 상식적인 감정(이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들한테만 이 같은 감정을 허용한다)을 억누른다. (계속)-13-14쪽

(이어서) 내가 타인에게 연민의 감정을 표하거나 연대감을 보인다면, 나의 경쟁 상대는 그 즉시 이를 나의 약점으로 여겨서 이용하려 들 것이다. 나의 경쟁 상대는 나를 무너뜨리려고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수치심(이런 경우 억눌러야 한다)을 느끼는 나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24시간 밤이든 낮이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최대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며, 그 이익을 축적하고 최단 시간에 최저 비용으로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이른바 경제전쟁은, 다른 모든 전쟁들이 그렇듯 전쟁이 지속되는 한 영원토록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이 전쟁은 끝없이 계속되도록 프로그래밍된 듯하다. -13-14쪽

"지식인의 의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하는 것이다. 지식인의 임무는 민중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무장시키는 것이다." (레지 드브레-프랑스 출신 철학자, 교수, 기자,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의 혁명 동지)-17쪽

"특정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다른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만들 때, 자유란 한낱 허울뿐인 유령에 불과하다. 부자가 독점을 통해서 동시대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장악할 때, 평등이란 한낱 허울 좋은 유령에 불과하다. 혁명의 반동 세력이 나날이 곡식의 가격을 쥐고 흔들어 시민들의 4분의 3이 눈물 없이는 식량을 조달할 수 없을 때 공화국은 한낱 유령에 불과하다."(자크 루-사제)-24쪽

"자유란 먹고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나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루이 드 생쥐스트)-25쪽

유토피아는 다른 것에 대한 욕망을 의미한다. 유토피아는 지상에서의 짧은 생애 동안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유토피아는 요구 가능한 정의까지도 내포한다. 유토피아는 인간의 의식이 미리 예견할 수 있는 자유와 연대의식, 나누어 갖는 행복의 도래를 표현한다. 유토피아는 결핍인 동시에 욕구로서 전 세계적인 사회정의를 위한 인간들의 모든 행동의 가장 내밀한 원천이 된다. 이러한 정의 없이는 우리들 그 누구에게도 행복이란 불가능하다. -28쪽

"죽음의 순간에 우리들 각자는 생을 마감하기 위해서 더 많은 생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임종의 고통 속에 놓인 순간에, 우리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 자신, 즉 우리의 자아를 다른 사람, 즉 우리보다 뒤에 살 수입억 명의 사람들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만이 미완성으로 끝나는 우리의 삶을 완성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에른스트 블로흐)-29쪽

"자기 눈앞에 펼쳐진 지평선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들, 다시 말해서 실용주의만 고집하며 일단 손에 쥔 것만 가지고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은 절대로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오직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들, 지평선 너머로 펼쳐져 있을 세계를 보는 사람들만이 실재론자들입니다. 이 사람들만이 세상을 바꾸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지평선 너머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분석적인 이성으로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바꾸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도래할 것, 우리가 원하는 것,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은 내면의 눈, 즉 우리 안에 깃들어 있는 유토피아를 통해서만 볼 수 있습니다."(르페브르)-30-31쪽

"나는 나를 이루고 있으면서 당신들 앞에서 말을 하는 이 먼지 덩어리를 경멸합니다. 당신들은 나를 처형하여 이 먼지 덩어리의 입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 세기가 지난 다음, 아니면 하늘나라에서라도 나한테서 나만의 독자적인 삶을 앗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보십시오."(생쥐스트가 판정관들인 파리 공안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한 말)-31쪽

부채를 얻고, 그 부채를 갚기 위해 이자를 지불하고 원금을 상환하는 일련의 과정은 봉건시대에 유행하던 충성 서약의 가시화된 표현과 다르지 않다.
노예는 국제통과기금으로부터 협정서 혹은 구조조정 합의서를 받을 때마다 무릎을 꿇는다. 무릎을 꿇지 않고 서 있는 노예는 비록 목이나 손목, 발목에 무거운 쇠사슬을 칭칭 동여매고 있더라도 위한한 노예다. -104쪽

"계급에 대한 편견은 심지어 노동자들 자신의 마음과 정신으로도 파고들어, 우리 스스로에게 역사의 주체로서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우리는 정부를 구성하고 있을 뿐 권력을 장악한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통령 한 사람이나 의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중들이 나서야 한다."(룰라-브라질 대통령)-208-209쪽

부채로 인해서 야기될 수 있는 결과 또한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첫째, 한 나라가 대외적으로 허약해지며,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진다. 둘째, 외화로 갚아야 할 돈의 액수가 점점 증가하며(오늘보다 내일 갚아야 할 돈이 많아진다), 따라서 한 국가의 젊은 세대들의 발전을 저해한다. [......] 넷째, 주권을 상실하게 되며 국제금융 시장의 전략과 세계열강의 위력에 복종해야 한다. 다섯째, 부채를 들여와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다가 상환을 해야 하는 무거운 의무만 짊어진 무방비 상태의 소시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239쪽

"인간에 대한 사랑은 정의에 대한 사랑의 토대를 이룬다. 정의감이란 이성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서도 형성되기 때문이다."(장 폴 마라)-331쪽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소수, 즉 대체로 별다른 의식 없이 사는 백인들의 편의를 위해 언제까지고 대다수가 가난과 절망, 착취, 기아 속에서 신음해야 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인간의 이성 속에 희망은 깃들어 있다.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는 도덕적인 요청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흔들어 깨우고,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북돋우며,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나는 타인이며 동시에 타인은 나다. 타인에게 가하는 비인간적인 행동은 내 안에 깃들어 있는 인간성을 말살시킨다.
카를 마르크스는 "혁명가는 한 포기 풀이 자라나는 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342-343쪽

"당신들은 구호를 받는 가난한 자들을 원하지만, 나는 가난이 없어지기를 바란다."(빅토르 위고)

"그들은 꽃이란 꽃은 모조리 꺾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결코 봄의 주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파블로 네루다)-344쪽

얼마 전, 아프리카에서 상당히 오랜 동안 일을 한 경력이 있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이와 같이 일하던 현지 직원 한 명이 어느 날 눈물을 펑펑 쏟고 있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뇌염 예방주사를 맞히지 못해 자녀가 죽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중략) 가난과 부채가 빚어내는 비극을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만의 이야기롤 듣지 말자. 내 직장 동료, 내 이웃이 겪는 아픔에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앞으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해보자. 혁명은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혁명가이고, 또 혁명가이고 싶다.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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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1-09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욕의 시대 읽고 싶네요.

마늘빵 2009-01-09 09:11   좋아요 0 | URL
서론, 결론 격인 부분엔 위에 밑줄그은 것과 같은 인용구와 가치 서술이 많고, 그보다 훨씬 많은 본문은 빈곤국가의 실상(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거대 기업의 횡포와 비리 등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