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거듭나기 SERI 연구에세이 61
박정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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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부는 사회의 수요에 걸맞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에 가야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엄격하게 분류하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여 교육 과잉이 가져오는 비극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른 선진국처럼 실용적인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경쟁력 있는 직업학교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대학 교육이 아니더라도 각자가 적성을 살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평생교육의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19쪽

그러나 일년에 한 번 국가적으로 치루는 시험에서 대대적인 부정이 행해지고, 휴대전화, mp3 소지만으로 다음 해 입시 자격까지 박탈하는 현실은 한번의 대학입시로 한 사람의 인생 행로가 판가름나는 학력만능주의 사회의 폐단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행 평가제도는 학생에게 능력 신장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점수에 따른 우열 가리기, 한 줄 세우기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62쪽

수능 본래의 취지는 학생이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있는가를 진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능평가체제에는 학생의 적성이나 특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이 결여되고 있고,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예측하는 기능보다는 학생을 대학에 배치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제 7차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수능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각 대학에서 수능 점수에 상관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특별전형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평가자에 대한 신뢰만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현재의 획일적인 평가방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평가 능력을 지닌 학생들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제대로 평가하고,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정부는 2008년도부터 대학입학 수능평가체제에서 내신의 비중을 높이고, 대학의 논술과 면접 점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고교 3년간 학생을 꾸준히 지켜본 교사의 평가를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사의 평가를 중심에 두고, 수능은 본래 목적에 맞게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갖췄는가를 진단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64쪽

학교 교육 자체가 대학입시라는 선발 평가에 예속되고, 학생들의 학습목표는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다.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주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거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단위학교는 교육을 위한 평가가 아닌 수능을 위한 평가, 평가를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험으로 학생을 평가하려면 지금보다 헐씬 더 구체적이고 세심한 방식의 평가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학과 성적뿐 아니라 적성과 잠재력까지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험, 단순한 선발기제가 아닌 학생에게 능력 신장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시험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65쪽

우리는 지금의 평가방식에 대수술을 감행해야 한다.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 리더십을 요구하는 지식사회에서 객관성 확보나 성적 처리의 편의를 이유로 낡은 평가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고전적인 평가방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시험성적만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그것이 입시뿐 아니라 사회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현실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시험점수는 점수일뿐인데 그것을 한 사람의 인격, 노력, 실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다. 한 줄 세우기를 위한 시험이 아닌 학생 각자가 스스로를 평가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시험, 시험을 통해 배움이 가능한 시험이 되어야 한다. -66쪽

교육현장에서 선택형 평가와 같은 선발형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수행평가와 같은 충고형 평가를 택할 것인가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교수 학습의 질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며, 창의성이나 문제해결능력 등 고등사고기능을 신장시키고, 학생 개개인의 전인적 성장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수행평가와 같은 충고형 평가제도의 정착이 요구된다. -67쪽

자질 부족 교원에 대한 검증은 필연적인 사회적 요구다. 교원평가체제는 학생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교원평가체제가 교원의 승진 여부 평가도구롬나 운용되어서는 안 되며, 교원의 저문성 촉진과 발달 기능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행 교원평가는 정보 제공 경로가 막혀 있어서 학교조직운영의 효과성을 증진하고, 조직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데 활용되지 못하고 행정적, 재정적 낭비만 초래했다. 평가 결과는 학교의 효과성 증진을 통한 교육의 질 개선에 활용되기보다는 과열된 승진 경쟁의 풍토 속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각종 인사관리상의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통제적 수단으로 이용되어왔다.

이로 인해 교사들 사이에 교원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었고, 결국 교원들의 의식구조를 왜곡하여 평가 자체를 적대시하는 풍토를 만들어냈다고 하겠다. -71-72쪽

하지만 학교 내신과 대입 준비를 위해 기존의 사교육은 그대로 유지한 채 EBS 수능방송을 플러스알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고3의 현실이다.

따라서 공교육의 수준을 높여가면서 사교육은 부수적으로 활용되도독 유도하는 게 이상적인 방법일 것이다. 학교교육만으로 충분하다면 자연스레 사교육을 찾는 학생들이 줄어들 것이다. 현재와 같이 단기적 대책만 앞세운다면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된다.

지방의 몇몇 학교에서는 원어민 교사, 컴퓨터 강사, 예체능계 전문가를 초빙하는 등 지역 실정에 맞게 프로그램을 개발, 편성하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학교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와 교사와 학부모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내용이 투여되면 사교육은 차츰 줄어들 것이다. -83-84쪽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력을 기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에 걸맞게 교육과정의 양을 대폭 줄여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이때 교사에게 교육내용과 평가의 재량권을 부여하면 사교육비 경감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교육여건 개선을 통해 모든 학교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학교 간 격차도 완화시키는 '상향평준화'를 실현해야 한다. 모든 학교에 동일한 교육과정, 교사 기준, 학생선발방식을 요구하던 기존의 획일화된 평준화정책에서 탈피하여 학교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되 모든 학교에 일정 기준의 책무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84-85쪽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강조하는 대학 측의 주장에도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변별력은 대학별 전형 과정에서 확보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수능시험은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제대로 배웠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평가로 이루어져야 한다. -92쪽

입시철마다 입학전형료 수입으로 잔치를 벌이는 사립대학들, 이제 적절한 입시 시스템 마련을 위한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자. 지금까지의 대입제도는 학생선발기준으로 성적을 내세웠는데, '성적'이 학력의 순서를 정하고, 상위에서 하위까지 일렬종대로 서열화하는 문제가 파생되면서 이러한 대입제도는 더 이상 합리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뢰할 만한 현실적인 학생선발기준은 무엇일까? 우선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한 평가 기준,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학생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을 생각해야 한다. -94쪽

학벌이란 특정한 학교를 나오거나 특정한 학파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조성하고 있는 파벌이다. 이 특정 그룹에 속해 있으면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사회,경제적인 처우가 달라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이는 현대판 신분제라고 말할 수 있다.

... 중략 ...

여기서 나온 결론을 종합해보면 비명문대 출신 학생들이 사회적 불평등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불평등을 겪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비명문대, 지방대라는 이유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에 나와서 취업할 때 겪는 문제로부터 학벌문제는 시작된다. 이들이 천신만고 끝에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내부에서 승진을 할 때 또 한 번 불이익을 받게 된다. 집단의 능력을 동일시해서 A라는 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모두 동일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간주하는 학벌 내지 학벌주의 현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111-112쪽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 또한 학벌이다. 예컨대,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어쨌든 졸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할 인센티브가 없다.

반면에 하위권 대학 학생들은 졸업을 해도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입학하자마자 상위권 대학으로의 편입시험을 준비하거나 공무원시험, 토플 등을 준비하므로 대학 강의실이 공동화되어 있다. 대학교육이 공동화되어있는 마당에 기업 움직이듯 대학을 움직인다고 경쟁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초중등교육 안에서 혹은 대학 안에서 풀 수 있는 성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바깥의 힘인 학벌, 학벌주의, 대학 서여레제가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거 풀어야 보통교육의 정상화나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얘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113쪽

"학생들의 내면에서 최선의 것을 이끌어내는 것, 바로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진정한 교육은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학생들 머릿속에 억지로 채워넣는 방식으로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그런 식의 교육은 오히려 학생들의 독창성을 파괴하고 학생들을 단순한 기계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는 참으로 쓸모없는 짓이 될 뿐이다." (마하트마 간디, <간디, 나의 교육철학>. 고병현 역, 문예출판사)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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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중소도시 기준으로 평준화 고등학교의 내신교육과 그에대한 평가는
딱할 정도로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단편적 지식들을 교육하고 그것을 평가합니다.
수능평가는 그것보다는 조금 낫습니다.
수능과 내신.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학생들 머릿속에 억지로 채워넣는 방식"
간디옹의 말씀대로이지요.
아이가 트라이한 한양대의 자연계 논술은 문제가 꽤 좋더군요.
아이의 과학적 소양을 수준별로 제대로 평가할 수준있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한양대 이과 교수들의 능력을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
최소한 3년간을 투자한 보람을 느낄 만큼 평가의 방식도 성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늘빵 2007-11-26 17:49   좋아요 0 | URL
저 역시 현행 학교 교육이 단편적 지식을 주입하고 암기토록 한다는데 대략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게 교과서 구성이 그렇게 되어있고, 안에 있는 내용을 가르쳐야만 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교과서 자체가 주입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내신시험은 그 안에서만 낼 수 밖에 없어요. 다른데서 뽑아와서 내거나 생소한 지문을 던져놓으면 아이들의 불평불만이 이어지고, 아마도 열혈 학부모들은 시험문제에 대해 항의를 하거나 하겠죠. 가르치지 않은 내용이 나왔다고.

학교 입장에서도 이런 불만을 접수할 가능성이 있는 쪽을 선택하느니, 그냥 무난하게 '교과서 중심으로' 따를 수 밖에 없고요. 심지어는 수행평가까지도 자율적으로 하기 무섭습니다.

수능은 자격고사로 하고, 내신은 일단 교과서부터 좀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암기식, 주입식 수업과 시험을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근데 수능을 자격고사화했을 때의 문제점이 이번 대입의 상황과 같겠죠. 그것 외에 별다른 판단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등급제 안개 안에 갇혀버린 형국이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논술 고사를 선호합니다. 수행평가에서도. 근데 논술 답안을 평가하는 기준 역시 정해져있다고는 하나 매우 주관적이죠. 그래서 또 문제가 되고. -_- 하다못해 중학교 수행평가로 논술을 보더라도 왜 자기는 이것 밖에 못받느냐고 따지러 오는 애들이 꽤 있습니다. 그럼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죠. 그래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긴 마찬가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