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은퇴 가짜 은퇴 - 부자아빠가 알려주지 않는
김동석 지음 / 더로드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은퇴를 소망한다.

은퇴의 개념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내가 소망하는 은퇴는 일을 하지 않을 자유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예기치 못한 기회에 직업을 얻는다고 하지만, 나는 대학 때 선택한 전공이 지금의 직업이 되었다. 전공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직업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으나, 결국은 여기 찔끔, 저기 찔끔하다가 회귀되고 마는 것이었다. 그런 걸 보면 가끔 난 재미없게 산 인생이 아닌가 하고 자문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소소하지만 분명하게 희로애락이 있었으니 그거로 만족하려고 한다.

 

은퇴를 생각하게 된 것은 몇 년 전의 일이지만, 어렴풋하지만 명확한 시기를 스스로 규정해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내가 아니라, 배우자의 직업 특성상 여러 지역을 다닐 수밖에 없어 나는 정규직보다 계약직(지역마다 인건비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런 회사에 나를 값싸게 팔리는 것이 싫었기에)을 전전했다. 계약직이라는 것은 나름대로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리프레쉬가 되어 크게 아쉬운 점은 없었으나, 대체로 만족하는 회사를 다닐 때에는 그게 아쉬움으로 다가오기도 한 것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니.

 

anyway, 어느 순간이 되면 내가 잘 팔리지 않는 시기가 올 거라고, 슬프지만 분명하게 알고 있다. 나는 그 지점이 오기 전에 나를 더 어필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등의 다른 노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다. 해야 하는 업무량에 비해 임금이 값싸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그보다도 회사는 경력직보다 더 적은 임금을 주고 부려먹을 수 있는 신입을 원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팔리지 않는 시기가 왔을 때 내가 받을 자존심의 상처, 자존감의 하락, 좌절감 등을 경험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이는 내가 한 회사에 오래 머물러있다면 모를까, 계약직으로 이직을 계속하게 되면 그 시기가 더 빨라질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렇기에 나한테 은퇴라 함은, 첫 번째로 현재의 직업에서의 은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다른 직업으로의 전향이다. 내가 잘 하는 일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로의 전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돈을 얼마를 벌든 돈에 얽매이지 않고 싶다. 단 얼마를 번다 하더라도 돈 생각하지 않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 정도. 지금으로써는 하고 싶은 것은 명확하기는 하지만, 꼭 할 거야!라고 생각하기에는 부족함도 많고 갖춰진 게 없기도 하다. 아직은 시간이 좀 더 있으니 그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잘 준비해보고 싶다.

 

 

 

그동안 우리 부모님 세대는 노후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하고 사신 분들이 많다. 자식들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바빴고, 자식들이 좀 더 나은 옷을 입기를 바랐으며, 좀 더 좋은 학벌, 좀 더 좋은 조건의 노동인구로 커가기를 바랐을지 모른다. 그렇게 해서 자식을 길러냈는데 부모인 자신을 조금이라도 소홀하게 대하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로 귀결되는 것을 봐왔으니까. 그러므로 부모가 빈곤한 노후를 살게 되었다면 장성한 자식이 적정의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점점 더 살기가 팍팍해지고 있고,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자식한테 나까지 짐이 된다니, 하며 이르게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은퇴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책에서 저자는 은퇴의 조건을 세 가지를 말하고 있다.

1. 경제적 자산

2. 건강 자산

3. 심리적 자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은퇴 및 조기 은퇴를 ‘자신의 인생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계속해서 말을 비슷하게 바꿔가며 강조하고 있다.

경제적 독립, 건강한 취미활동, 가족 간의 추억 만들기.

 

 

36. “직장 생활 동안 잘 나가고 못 나가고는 중요하지 않아. 결국 퇴직 이후 누가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느냐 이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자산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은퇴를 한 이후에도 생계를 꾸리기 위해 또 다른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고, 경제적 자산은 충족되었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심지어 연금을 1년도 채 받지 못했는데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경제적 자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 첫 번째로 가계 흐름(고정지출의 흐름)을 파악하고 고정지출을 줄여야 하고, 두 번째로 자녀들을 독립시켜야 하며, 세 번째로 연금이든 다른 수입이든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책을 읽으며 세 가지의 은퇴 조건을 우리는 얼마나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전전긍긍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남편과의 관계는 더 바랄 것이 없고 지금이면 충분히 차고 넘친다. (요즘은 너무 달라붙어서 좀 덜 달라붙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걱정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건강이다. 나는 내가 건강하지 않지만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느 순간 몸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이, 몸이 전과 같지 않음을 느꼈을 때였다. 그래서 나는 다이어트를 한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너무 많이 떠벌려놨는데 사실 5kg에서 더 이상 빠지지 않는(것이 아니고 그만큼 내가 먹는)다. 나의 목적은 다이어트라기보다는, 신체 리듬 챙기기에 있다. 앞으로도 과하지 않게 먹는 것을 즐기면서 꾸준하게 내 몸을 잘 돌보고 싶다.

그리고 며칠 전에 읽었던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처럼 친구, 이웃과의 교류 (공동체 생활) 역시 강조하고 있다. 나는 세상은 혼자서 살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다고 살았었는데, 그게 몇 년 전에 무참하게 깨어져 버렸다.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었다. 가치관이 꼭 맞지는 않더라도, 함께 있을 때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다.

 

 

 

 

덧) 저자가 조금 피곤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224. 내 아들이 주방에 있는 것은 싫지만, 사위가 주방을 지키면 최고의 사위가 된다.라는 점과

233. 아들이 결혼한 그때부터 우리 가족의 규칙을 정했다. 무조건 1년에 2번 가족여행을 함께 한다.라는 점이다.

나는 며느리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며느리는 무슨 죄...)

 

특히 2번의 경우는 ‘나는 이제까지 너희를 먹여살리느라 일을 하다가 은퇴를 했고, 그러므로 나는 시간이 생겼으니 자식인 너희는 부모를 위해 같이 여행을 다녀야 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어서 마치 보상심리로 보이기까지 했다. 자식은 부모의 노후를 위해 독립을 시켜야 한다면서 ‘무조건 1년에 2번 가족여행’(물론 부모 자식과의 관계가 좋은 경우라면 기꺼이 하겠지만)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어감은 그다지 좋지는 않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은퇴 계획에 대해서 구체화를 시키며 J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워낙 나를 믿기도 하고 내가 뭘 해도 참견하거나 반대를 한 적이 없기에 당장 실행해도 된다고 하여 좀 당황했다. 아니, 무슨 말이야. 나는 지금 은퇴하고 싶지 않아... 은퇴를 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으며 은퇴를 준비하기에 좋은 것 같아서 곁에 두고 나중에 남편한테도 읽어보라고 권할 생각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지만... 아, 근데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읽기 불편했다. 책 내기 전에 편집자들은 교정 좀 제대로 해줬으면...

 

 

 

 

오탈자 47. 그건 말 그대로 업무 당당자였기 때문에 환대해 주었을 뿐이다. ▶ 업무 담당자

오탈자 54. 전직으로 시작한 일은 급여는 작지만 스스로 택한 일이기에 ▶ 급여는 적지만 (급여는 크고 작음이 아닌 많고 적음이다)

띄어쓰기 72.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수 있다. ▶ 않을 수 있다.

오탈자 204. 고백하건데고백하건대

띄어쓰기 237. 아이들 정서 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정서에도

부호오류 238. ?그 모습이 신기해서 아이들은 자꾸 먹이를 주곤 했다. ▶ 물음표 삭제

오탈자 256. 당연히 은퇴자들에게도 인가가 높다. ▶ 인기가

부호오류 265. 나의 은퇴 꿈 목록을 무엇인가/ ▶ 나의 은퇴 꿈 목록을 무엇인가?

띄어쓰기 267. 순간을 떠 올려보자. ▶ 떠올려보자

부호오류 269. 따옴표 “““”

띄어쓰기 284. 3 가지 방법 ▶ 3가지

오탈자 및 띄어쓰기 298. 노후에 진짜 행복은 돈보다 건강을 유지하며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인간관계에 달려있다. ▶ (문맥상) 노후의 진짜 행복은

(이외에 가끔 띄어쓰기에 space가 두 번이 있을 때도 간혹 보였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사람들은, 아니 생명체는 탄생과 함께 싫든 좋든 나이를 부여받는다. 나이 든다는 것, 나이 먹는다는 것,은 ‘결국은 삶을 살아내는 것’과 동의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습관적으로 술을 마셨던 내가 살을 좀 빼보고자 다이어트를 하면서 술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는데, 조금 덜 피곤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거짓말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느 날 술을 마시면 다음날 피곤함이 훅 밀려드는 것은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두 잔만 마셔도 다음날 입안에서 맴도는 케케묵은 냄새들이 역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한 걸 보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구나_하는 생각을 더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의 소망 같다. 아프지 않은 노인이 된다는 것. 그래서 검진 외에 병원비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지 않는 노인이 되는 것 말이다. 병원에 가지 않으려면 건강을 챙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적정한 식습관이 요구되는 것들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을 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이 책은 아침에 출근 전 열 장 내외로 읽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처음 몇 장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껴서 퇴근 후에도 이 책을 읽어나갔다. (연구결과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정신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건 논외로 둔다. 좀 더 열심히 읽고 싶어서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기도 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육체는 정신의 지배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론 운동과 식습관을 배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8할 이상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9. 우리 가족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가장 공들여야 하는 건 식습관과 운동이 아니었다. 나는 유기농 구기자를 사들이는 대신에 우리 가족의 사회적 삶과 마음에 집중해야 했다. 제일 좋은 건강 측정기가 아니라 삶의 목적을 찾았어야 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는 게 건강과 수명 연장에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보다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할 것을 강조한다.



17. 본인이 100세까지 장수하거나 자녀가 100세까지 장수하도록 키운다는 건 대개 무슨 일인가를 더 하기보다 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뒤로 물러서고, 걱정을 덜 하며, 물건을 덜 사야 한다는 뜻이다. 장난감, 운동 기구, 유기농 음식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자유로이 놀게 하고 더러워지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뜻이다. 여유를 갖고, 친구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자주 웃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일들은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덜 걱정하고, 덜 구매하고, 더 자유롭게 행동하며, 여유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더 자주 웃는 것.

내가 여기에서 얼마나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나는 반도 못하고 있잖아?




123. 옥시토신이나 세로토닌 같은 사회성 호르몬을 늘려 건강을 개선하려면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을 많이 하라. 자주 파트너에게 입을 맞추고, 아이의 손을 잡으며, 친구들을 껴안아라. 서로의 등을 안마하라. 상대의 눈을 마주 보는 일을 잊지 마라.


201.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더 중요한 건 긍정성, 고마워하는 마음, 놀이공원 가기이다.


202. “우리는 주장하지 않고 듣고 있어요. 늘 그랬지요.”


205.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소식을 나누는 일이 불행한 문제에 직면한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좋은 일을 함께하면 서로가 기분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기회를 봐서 그날그날 있었던 기분 좋은 일을 소중한 사람에게 말해주라.

배우자의 좋은 점 목록을 만들어라. 집 여기저기에 두 사람의 행복한 사진을 놓아두라. 가끔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노래를 들어라. 맨 처음에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라.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라. 반려자가 친절을 베푸는 순간에 주의를 기울여 고마움을 표현하라.


223. ‘<요한 묵시록>의 네 기사’인 경멸, 비난, 방어적 태도, 의사방해를 피하라. 일상에서 일어난 좋은 일에 대해 자주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눠라.


250. 부부가 닮아가는 이유는 여러 해 동안 서로의 미소와 찌푸린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한 결과 사용하는 얼굴 근육과 사용하지 않는 얼굴 근육이 변화해서이다.


책에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인 연인, 배우자와의 관계가 가장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기에 조금 깊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배우자에게 그날 있었던 일들 중에서 대부분 부정적인 것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고, 우리가 하루에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을 세어보기도 하면서 우리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점검을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 어디를 가도 그럴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간을 내어 한 번이라도 더 입을 맞춰야 하고, 손을 잡아야 하며, 포옹을 해야 하고, 대화를 하고, 웃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배우자의 좋은 점 목록을 써봐야겠다고 생각을 하곤 미뤄두었는데, 수첩에 하나둘 생각날 때마다 써봐야겠다. 가끔 그가 미워질 때에는 “이런 건 다 필요 없어!”라고 생각할지언정, 나의 배우자에게 감사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니까.


부부가 닮아가는 이유를 읽어보다가 조금 웃기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했는데, 가장 최근에 나의 배우자가 나랑 똑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다름 아닌, 삐진 얼굴..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냥 웃기다고 넘어갔을 일이지만 이 책을 읽을 당시여서 가 생각보다 더 많이 삐지는구나 싶어 슬퍼지기도 했다는 우스운 사실도 추가해본다. (그러니까 삐지지 말자. (잉))




37. 칼망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 부류로 나눴다고 한다. 첫째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은 그냥 잊어버려야 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칼망은 122년 164일 동안 산 여성이다. 남편은 무려 50년 전쯤 잃었지만, 이 여성은 50년의 생을 혼자서 더 살아낸 것이다. 이 여성 역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했으며, 블라블라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보다도 이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혔다. 이 여성의 최대 장점은 낙관성을 꼽을 수가 있는데, 그 낙관성은 이곳에서 오는 것이던가. 나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마 삶을 살면서 내내 내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214. ‘퍼빙’ : 스마트폰에 빠져들어 주변 사람들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현상

(퍼빙은 무시하기(snubbing)와 전화기(phone)의 합성어 )

퍼빙은 오프라인의 대화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 해로운 영향이 넘쳐나, 전체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퍼빙하는 사람 또는 퍼빙당하는 사람으로 오염시킨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문자메시지를 많이 하고 인스타그램을 많이 들여다볼수록 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진다.


퍼빙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타인과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서 대화를 하면서 핸드폰을 쳐다보지는 않지만, (밖에서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잘 보지 않는다.) 집에서는 핸드폰을 자주 들여다보며 배우자와 대화를 이어나갈 때도 분명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 횟수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배우자와의 대화가 즐겁지 않은 것이 아니었고, 대부분의 상황들이 단지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대화였기에 ‘편함’에서 왔던 것이 컸는데, 가끔 그런 내게 배우자는 한 번씩 불만을 토로했다. 아, 반성해야지.




295. 첫째, 쾌락적 즐거움을 찾는 대신에 일상의 삶에서 목적을 찾으려 노력하라.

둘째, 여윳돈이 진정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행복을 추구하려 하지는 마라.


최근에야 행복이라는 것에도 들숨날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에도, 내가 행복을 등지고 있을 때에도, 내가 행복을 발로 차버렸을 때에도, 어쨌든 행복이라는 것은 어느 시기가 되면 곁에 와있었다. 굳이 행복에 집착하지 않겠다. 나는 행복의 동의어로 즐거움을 말하곤 하는데, 그 즐거움을 매일 찾지 못해도 그날이 의미 없는 날은 아니었으니까.

건강하게, 그리고 오래 살려면 (오래 사는 것이 내 희망사항은 아니지만 건강한 것은 소망이다.) 신체적으로도 중요하겠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또는 별개로 마음가짐에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나는 오늘 나의 가장 가까운 연인과 눈을 맞추고 오래오래 그와 대화하면서 “오늘도 참 즐거웠다, 그치?”라고 말하고 잠에 들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이번 주말은 그와 내내 붙어있으면서 다도를 하면서 우리의 지금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하루들을 보내야지.





책 속의 글


20. 관계를 키우고, 더 나은 마음 습관을 들이며, 더 친절해지고, 더 공감하며, 공동체에 더 참여하는 노력 말이다.


94. 항생제나 항균성 청소용품을 너무 많이 쓰지 말고 미소시루나 케이퍼 같은 발표 식품을 많이 먹으며, 자연에서 옷을 더럽히며 시간을 보내자. 다양한 친구를 사귀자. 쾌활하고 느긋한 친구들을 많이 껴안자. 그러면 미생물을 주고받게 되면서, 그 친구들의 태도가 우리에게도 옮아온다. 가짜약 효과를 잘 이용하자. 그 치료제가 가짜임을 알더라도 효과가 있다.


159. 사회성을 기르고 마음을 챙기는 일이 수명 연장에 훨씬 더 중요하다.


190.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차를 마셔라. 사회적 위협에,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괴롭히는’지에 집착하지 마라.


210.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친구가 얼마나 많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든든한 사회적 관계가 많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251. 사회적으로 통합된 삶

오래 살려면 든든한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 헌신적인 반려자, 몇 명의 절친한 친구, 돌봐주는 이웃이 필요하다.


363. 이키가이 : 삶의 목적 또는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


366. 다도는 마음챙김과 관련이 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마음을 비우기.


376. 우리의 사회적 삶을 개선하고 마음을 돌보는 일이 적어도 식단과 운동만큼이나 건강과 장수에 중요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푼돈 사냥꾼 - 1년에 티끌 모아 천만 원
오일리스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푼돈이 목돈 된다!’ ㅡ 몇 년 전 가입한 카페에서 매일매일 되뇌던 문장이었다. 나는 푼돈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치고 돈에 대한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 주변에는 없다.)




그 이유로 아빠랑 말씨름을 한 적이 있었다. 1원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1원도 너무나도 작고 소중한 내게, 아빠한테 500원, 1000원을 더 받으려고 그 사람과 말씨름을 할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시간 대비 적은 돈이라는 이유였다. 반대로 그게 십만 원이면 어떻겠느냐는 내 말에 (나는 아빠가 그것도 그냥 두라는 식으로 말할 줄 알아서 더 큰 금액을 이야기할 걸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빠는 입을 꾹 닫았다.



그러니까 500원, 1000원이라는 것이 아빠가 일한 금액에서 그 금액을 빼고 송금하는 식이었는데, 그 이유라는 게 너무나도 하찮게도 ‘이체 수수료를 차감하고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빠처럼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더 그러는 거라고!라며 반박을 했다. 내가 개입하게 되면, 세금계산서를 차감한 금액만큼 수정세금계산서를 끊을 것이고, 이전에 세금계산서를 보내기 위해 보냈던 등기수수료도 그 회사에서 입금해야 하며, 새로 발급하는 수정세금계산서 역시 착불 택배로 동봉할 것이라고 말을 해야 끝이 났다. 그쪽에서도 상대방이 말을 해야 입금을 하지, 말을 안 하면 입금을 안 했다. 그런 뻔뻔하고 알량한 수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내가 나서지 않는 이상 아빠는 여전히 그대로 둔다. “뭐 그 500원 가지고.”라는 게 그 이유라서 답답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년에 억을 버는 아빠지만, 그러니까 돈을 모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그래서 돈이 모이지가 않는 것이라고. (악담은 아니다. 악담일 리가 없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적은 돈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모른다면 풍파가 닥쳤을 때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푼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해 줄 수가 있다. 몇 년 전에 배우자 J에게 말했던 건데, “300원이 열 번 모이면 3,000원이 되고, 백 번 모이면 30,000원이 되잖아.”라는 식이다. 그렇게 나는 하루에 3,000원을 꼬박꼬박 저금했었다. 1차 목표는 100일, 2차 목표는 365일. 2차 목표까지 달성하여 나는 하루 3,000원이 1,000,000원을 만들어내는 작고 소중한 나만의 기억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 돈을 집을 매매할 때 부동산 수수료로 지불했다.





그러다가 연말이 되면서, ‘그래서 이 돈의 총 이자가 얼마가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푼돈을 나도 모르게 경시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쓰일지 몰라 한두 달짜리 예금을 하면서 붙는 예금이자 몇십 원, 몇백 원은 따로 기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묶어두거나 하는 식이었기에 기존 금액에서 총 얼마가 플러스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좀 더 꼼꼼하게 정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푼돈을 어떻게 생산해낼 수 있을까로 생각이 확장되었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1년에 티끌 모아 천만 원) 푼돈 사냥꾼>이었는데, 나는 오일리스킨이 저자 이름인 줄 알았다. 외국에서 푼돈을 모으는 방법이 나한테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필명이었던 거다. 하하. (나는 나중에 책을 쓴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필명으로 배마늘을 할 거다!...?) 암튼, 어떤 식으로 푼돈을 사냥해서 천만 원을 모으게 되었는지 구경하러 가본다.





저자는 여러 가지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앱테크, 설문&리서치 패널, 소비자 좌담회, 화장품 임상실험 테스터, 농촌형 일꾼, 보조출연자, 맘시터, 펫시터, 시민정치 참여, 쇼핑 리서치 패널, 가전회사 고객 패널, 식품&화장품&생활용품 고객 모니터, 신용카드사 고객 패널, 은행 고객 패널, 보험사 고객 패널, 안 입는 옷 셰어링, 스톡 사진 팔기, 중고 물품 거래가 그것이다.





가장 처음에 앱테크를 볼 때는 나도 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엄청나게(?) 반가웠다.

나의 경우에는- 금을 좀 저렴하게 사려고 아시아골드에서 출석체크를 하고 있고(그래서 금은 언제 사냐), 자주 가는 쇼핑몰에서 두 곳에서 적립금을 받아 쇼핑도 하려고 출석체크도 하고, 하나머니에서 룰렛도 돌리고, 예스24에서 출석체크도 하고 룰렛도 돌리고, 인터파크에서도 출석체크를 해서 책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 또 열심히 걸어서 모은 종잣돈으로 편의점에서 초코우유도 바꿔 먹고 그런다. 전에는 욕심내서 더 많이 했었는데, 많이 해봤자 어차피 쇼핑하지 않으면 쓰지 않게 되거나 그거 쓰려고 마음에 없는 쇼핑을 한 적도 있어서 지금은 내가 자주 가는 곳만 하고 있다. 이게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사실 매우 매우 귀찮기도 하고 생각보다 시간과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안 할 때도 많다. 귀찮으니까... 시간 대비 돈을 적게 번다는 게 이럴 때 쓰는 것이기도 하다. (적게는 1원 당첨(하나멤버스)도 있거든요. 내가 1원 받으려고 한 줄 아냐...라고 할 정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건,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매달 책을 받아서 읽는 것이 가장 크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별로인 책들이 있기도 하고 읽다가 덮어버리고 싶은 책들도 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그래, 세상에 공짜는 없지.





안 입는 옷 셰어링이나 중고 물품 거래는 해보고 싶어도 나한테는 셰어링을 할 정도로 좋은 옷이 없고, 중고 물품 거래를 할 만큼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 있지도 않다. 값어치가 얼마가 되는지 모를 물건을 돈을 주고 물건을 파느니 차라리 나눔을 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소개하는 것 중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아니 정확히는 J에게 해보라고 하고 싶은 것은 ‘스톡 사진 팔기’였다. 사진에 취미가 ‘있었던’ 그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본인 카메라는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된 지 오래되었다. 종종 가지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가 찍는 대부분의 사진은 내 사진이니 그다지 쓸모가 있지는 않다. 아니 직접적으로 쓸모없다. (왜 슬프지) 그래서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그가 열심히 찍은 사진들을 팔아보고(?) 싶어졌다. 팔릴까? 반신반의하며 보냈는데, 팔리지 않았을 때의 그 좌절감은 어쩌려고(...ㅎㅎ)






푼돈을 모으는 방법들을 소개하며 예상수입과 난이도, 장단점, 지속 가능성의 유무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적어두어서 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또 이곳에서 소개하는 것 중 몇 가지는 부업이 아니라 직장을 다니지 않거나 잠시 휴직인 상태여야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물론 부지런하면 본인의 업무와 겸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내어 방문해야 하는 것들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은 것들도 있으니까. 또 직장에 다니지 않는 동안에 여기 소개된 것 중 하고 싶은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도 아쉽기도 하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하며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이 반갑기도 하다.




푼돈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돈을 버는 것은 시간을 쓰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우면서 결국은 직장을 다니는 것에 대한 안도감은 덤으로 들게 했다. J는 자주, ‘돈을 모으는 것보다 안 쓰는 게 중요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을 새삼 되뇌게 된다는 게 씁쓸하기도 했다. 버는 것과 모으는 것, 그리고 쓰는 것. 셋 중 어떤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나는 푼돈들이 더 자주 나를 찾아오기를 바라기도 한다.

단 몇 원이라도 푼돈들이 내게 오게 되면, 나는 그것들을 기쁜 마음으로 잘 받아서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원스쿨 기초 영어법 워크북 -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국민의 영어 말문을 트게 해 준 획기적인 커리큘럼 시원스쿨 기초 영어법
이시원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영어에 늘 자신이 없다.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할 텐데, 틀린 것을 부끄러워하며 경계하는 편이라 내가 말을 하는 것이 문법에 맞지 않을까 봐, 결국 나도 너도 모르는 문장을 구사할까 봐였다. 그건 기초가 부족해서였다. 그 결과는 그것도 못해?라는 말을 들을까 봐. 고등학교 졸업을 끝으로 영어를 할 생각을 하지 않다가 불현듯 영어공부를 해야지. 하고 계획을 세워보면 늘,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 이런 영어 단어 외우면 뭐해. 써먹지를 못하는데!라고 생각하지만, 영어 단어라도 외는 것이 내게는 영어공부 중 하나였으니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내게 회화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으니까 지금이라도.

 

 

 

신혼여행으로 체코를 갔던 것이 내게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거기서 한 마디를 했는데 그 여성은 고개를 갸웃갸웃거렸고, 몇 번의 반복 끝에 나는 답을 얻을 수 있었지만, 나는 거기서 기가 죽어버렸다. 그곳을 여행하며 알았다. 아, 체코어를 쓰는 그 사람은 영어가 생활이 아니라 그 사람도 잘 몰랐던 것이구나.라는 것을. 여행을 다닐 때마다 이번에는 꼭 공부를 해야지. 하면서 하지 않던 나, 반성해라.

암튼, 몇 번의 여행을 다닐 때마다 조금씩 발전해가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었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 이후로도 우리가 다닌 곳은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을 해도 창피할 게 없어서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J도 내게 “오, 이번엔 쫌 하네?”하며 놀리기도 했었는데, 작년부터 번진 코로나가 여행을 막아두었다. 아마도 나는 이게 풀린다고 하더라도, 여행이 허가되는 날이 온다고 해도 몇 년의 텀을 두고 이후에 가게 되겠지만 영어공부를 차근차근해보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그렇게 내가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문제집을 펼친 건 토익 이후에 처음이다. 어떤 책으로 먼저 시작할까 고민도 하고 있던 찰나에, 에라이, 모르겠다. 기초부터 하자. 뿌리가 튼튼해야지. 하며 선택한 책이다.


목차를 보면,
나는 마셔.
나는 안 마셔.
나는 커피를 마셔.
나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나는 커피를 마셔야 돼.
나는 커피를 마실지도 몰라.

 

..
..
.

으로 시작된다.




한 강당 단어 연결법 문장에 빈칸을 완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단어 연결법 문장을 직접 영작해보기도 하고, 확장된 문장을 영작하는 것이 이 책의 순서다. 초등학생이 풀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문장은 단순하고 쉬우며 익숙하다. 하지만 이 책의 취지는 문장을 단순히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쓰면서 말하는 것에 있다. 그러면서 문장을 계속해서 변형을 시켜보고 써보고 말하고의 반복이다. 어차피 기본 형태에서 변형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

QR코드도 있기 때문에 굳이 답을 보지 않더라도 함께 따라 하며 답을 맞혀볼 수도 있다. 우리 초등학생 때도 그랬지 않나. 우리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나는 그랬다. 선생님이 카세트 틀어주고 따라 하고, 카세트 틀어주고 따라 하고의 반복. 마찬가지다. 그때는 앵무새처럼 말하기만 했다면, 이제는 생각해 보고 말을 해야겠지만. (아, 초등학생 때 더 열심히 말할걸. 그렇게라도 영어랑 친해졌어야 하는데.)

 

 

나는 아침마다 기본적으로 30개 이상의 문장들을 쓰고 말하고 있다. 쓰기만 했지, 그것들을 직접 말로 내뱉을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단어를 연결하며 공부를 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12월부터 시작된 이 공부가 이번 1월에 끝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나는 더 나아가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빨강 머리 앤 Art & Classic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설찌 그림, 박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빨간 머리 앤, 귀여운 소녀. 빨간 머리 앤, 우리의 친구~

노래는 참 많이 불렀는데, 정작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책으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 없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읽었던 <빨간 머리 앤 : 자작나무 숲을 지나 - 글 이민숙 x 그림 정림>은 한 에피소드만 그렸던 책이었고 어느 부분인지 알지도 못한 채 읽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아 이 부분이었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두 권의 책에 나와있는 각기 다른 앤의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었다.

<빨간 머리 앤>을 읽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앤에 대해 호평을 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내 기대도 점점 커져갔다. 앤을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하며 기다렸다는 것은, 책을 두 손에 고이 쥐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그것에 대한 방증이다.

 

 

 

남매인 매슈와 마릴라는 매슈의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브라이트리버역에서 매슈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아이, 앤이다. 매슈는 아이를 역에 두고 갈 수는 없어 우선 집에 데려가기로 했고, 집에 가는 길에 앤이 하는 말을 재미있게 듣고 있는 자신을 알아채고는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매슈는 ‘어린 여자애’를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매슈는 마릴라에게 아이를 키울 것을 슬쩍 제안하지만 마릴라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음날이 되어 앤을 데리고 스펜서 부인을 찾아간 마릴라는, 성질이 괴팍하고 인색하기로 유명한 피터 블루웨트의 집으로 앤이 가야 할 운명에 처한 것을 내버려 둘 수 없어 앤을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셋은 ‘가족’이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앤의 상상력과 쏟아내는 말들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져서 마릴라의 “입 좀 다물어라.”라는 말이 하고 싶을 때면 책장을 덮어야만 했다. 풍경을 묘사하는 문장들에 자연스레 상상이 되어 아늑한 기분이 들다가도, 앤을 말을 하기 시작하면 방방 뜨는 특유의 말투와 열한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과장스러운 표현들이 조금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매슈의 초록지붕의 집을 가는 길에 앤이 묘사했던 그 부분, “스펜서 부인은 제 혀가 중간에 대롱대롱 달린 게 틀림없다고 하셨어요.”라는 말을 읽으면 읽을수록 실감하게 되는 것이었다.

 

 

앤에게 가장 놀랐던 것이 마릴라의 자수정 브로치를 가져가지 않았는데 소풍을 가고 싶어 ‘거짓 자백’을 하는 부분이었다. 소풍을 가고 싶은 마음이 도둑으로 오인을 받은 것보다 더 크다니?...하며, 많이 의아하기도 했고, ‘거짓 자백’을 술술 ‘읊는’ 앤이, 무섭기도 했다.

“아니, 애가 어리잖아. 마릴라, 애를 좀 봐줘야지. 가정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잖아.”라며 앤을 두둔하는 매슈의 말에 “지금 받고 있잖아요.”라고 반박하는 마릴라의 말이 통쾌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가정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초록지붕에 온 이상 받고 있는 것이니까.

자수정 브로치는 마릴라의 숄에 걸려 있었고 앤이 가져간 것이 아니었다. 앤이 말했던 것처럼 베리의 연못 바닥에 빠진 것도 아니고. 모든 오해는 풀렸고 마릴라는 앤에게 사과를 했지만, 어쩐지 나는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오히려 앤의 성격을 맞춰주는 다이애나의 차분함이 좋았다. 또 차분했던 다이애나가 앤의 영향을 받아 약간의 덜렁이가 되는 것이 더 좋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둘의 우정도 참 부러웠다. 나는 초등학교 때 교환일기를 쓰던 친구가 생각이 나서 잠시 추억 속으로 빠지긴 했지만, 당시 내게 교환일기는 숙제 같은 것이었다. 할 말이 없어도 늘 무언가를 적어야만 했던 그 교환일기는 아주 뜻깊었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하고,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낼 수 있게 했던 방법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그 친구와는 중학생이 되자마자 너는 너, 나는 나 -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내게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서, 초등학생 때의 유치함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가 지금도 곁에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둘의 관계가 더욱 부러운가 보다.

 

 

하지만 앤의 고집 중 하나인, 이름을 코델리아라고 불러달라거나 Ann이 아닌 Anne으로 불러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나는 초등학생 때 이름으로 놀림을 너무 많이 당해서 내 이름을 사랑하지 못하던 아이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생각해두었지만 이름이 나에게는 좋지 않아 짓지 못했다던 ‘소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자주 생각하곤 했다. 점점 자라면서는 이름에 애정도 생기고, 책임도 생겨서 오히려 나한테는 지금 이 이름이 찰떡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역시나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겠지.

그리고 이건 조금 우습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내 이름의 스펠링은 중학생 때 만들어졌다. 이름의 스펠링을 rira, lila, 혹은 r과 l을 혼합하여 쓰는 경우 그 무엇도 아닌 것은 나만의 독립성을 갖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앤이 Ann은 단순해 보이지만 Anne은 세련되어 보인다고 말하는 부분, 그것은 아주 다르고,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앤의 그런 마음을 존중하고 인정해 주고 싶었다.

 

 

책의 분위기는 앤이 나오면 달뜨고 덤벙거리기 일쑤여서 나의 정서와는 좀 상반되는 부분도 많았고, 가끔 허언증인가 싶을 때도 종종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재미는 설찌 작가의 Anne을 보는 재미가 가미되어 즐겁게 읽었다.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주근깨 빼빼 마른’이 아닌, 통통한 앤을 그려놓았으니. 게다가 색감은 화사해서 마치 앤의 분위기가 그림의 색감과 꼭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예뻤던 그림은, 단연 다이애나와 함께 있던 그림들과 가을에 앤이 신나서 학교 가는 그림, 그리고 마릴라 아주머니와 앤이 있던 그림들.

 

 

커다란 붉은 작약 옆에 있는 6월의 하얀 백합, 앤이 수선화라고 부르는 그 꽃이 성탄절 이브인 오늘도 만개해있기를.

Anne, merry christmas!

 

 

 

 

 

 

오탈자 282. 이미 무서워 죽겠는데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 어떻게 해 혹은 어떡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