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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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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삼씨도 삼밭에 떨어지면 인삼이 되지만 척박한 산에 떨어지면 산삼이 된다는 거 명심해 두어라..'
그랬다 작가는 인삼보다는 산삼의 길을 한평생 걸어온 공부도둑이다.자신이 살아온 칠십평생을 점검하는 계기로 평생 앎과 숨박꼭질하며 살아온 생애를 정리하듯 쓴 글이지만 어찌보면 딱딱하기도 하다.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30년의 생을 살아오신 분이시라 그런지 이과계열이라면 흥미롭겠지만 문과계열이나 공부에 뜻이 없다면 생각만큼 흥미롭게 읽기 어렵다.
 
책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 태어나게 되었는지 부터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명당자리에 묻히신 선친의 묘 밑에 허묘, 그곳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허묘덕분인가 할아버지가 공부를 못하게 해도 스스로 야생의 공부를 한 덕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도 중학교를 편입하듯 들어가 최우수 상을 받으며 졸업을 하고 남들은 인문계고를 가는데 자신은 물리가 좋아 공고를 가는,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동떨어졌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공부하듯 하여 서울대 물리학과를 들어간 작가,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었으니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부모님이 주신 무언가가 반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학문의 길은 험하고도 멀고 자신과의 스스로의 싸움이라고 하고 평생을 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이렇듯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서 평생을 바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온듯 하다.공부를 못하게 하신 할아버지,할아버지에게 '공부'는 또 하나의 안경처럼 공부는 하든 하지 않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마치 멋쟁이들이 민짜 안경을 쓰고 다니듯이 공부했다는 놈들이 공연히 졸업장이나 꿰어차고 다닌다고 보듯 할아버지는 작가의 공부의 길을 막았다.그런 할아버지 덕에 야생의 공부를 택하게 되었고 그가 공부로 승부를 낼 수 있었다. '남이 장에 가니 나도 간다'는 식의 공부 길이 아니라 '아무도 장에 안 가도 옆에서 아무리 장에 가는 것을 막아도 나는 장벽을 뚫고라도 간다'는 식으로 공부 길을 일찍부터 걷게 되어 그의 길을 갈 수 있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학문 그 자체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요즈음은 가히 경쟁만능 시대라 할 만큼 모든 것을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막연하다.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학문의 세계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학문은 기여이고 협동이지 결코 경쟁이 아니다.경쟁이라는 것은 함께 취할 수 없는 소수의 목표를 놓고 서로 취하겠다고 다툴때 나타나는 것인데 학문의 목표는 결코 한두 사람이 취한면 없어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274p
 
그가 공부하기에 좋은 장소로 세 곳을 꼽았다. 책상머리와 산책길 그리고 들길이나 등산길이라 했다. 그리고 학문은 일생을 두고 오르는 등산길이라 했다.그는 일생을 한 산을 바라보며 등산을 하였고 이루었기에 이런 조언도 남길 수 있으리라. 아무리 자식에게 부모의 욕심으로 공부의 길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그런다고 부모의 욕심만큼 따라주는것도 아니고 그 길로만 매진하는 말 잘 듣는 자식도 드물 것이다. 내가 공부한 방법이 왕도는 아니듯이 그것이 모두 자식에게 통용되는것도 아니다. 개인차가 있기에 스스로에게 맞는 맞춤공부법이 있겠지만 작가는 '야생공부법'을 강조하고 있다.스스로 깨우쳐야 계란에서 병아리가 나오듯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평생을 되돌아보며 회고한듯 하다.하지만 그 길은 멀고도 멀다.
 
자신을 배우는 사람으로 말했듯이 그는 공부꾼이며 학문도둑이라 했다.늘 배우는 자세야 말로 공부의 첫 자세인것 같은데 무언가 늘 쫒기듯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선 그것 또한 쉽지 않다. 내 자식에게 내 평생을 이런 멋진 책 한권으로 갈무리하여 남겨 줄 유산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라도 그런 유산을 만들고 싶어졌다.작지만 소중한 내자산을 척박한 대지에 삼씨를 뿌리듯 이제부터 노력해 봐야할 듯 하다. 자식앞에 떳떳한 부모의 거울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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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엉겅퀴 1
박경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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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보랏빛 꽃이 피는 엉겅퀴 말이야.풀인데 어찌나 가시가 모진지 찔리기만 하면 며칠씩이나 손가락이 아려.그게 엉겅퀴야? 응. 그런데 말이야 그게 뚝 부러진 것을 봤을때 그때도 난 엉겅퀴라는 것이 밉고 싫었어.그 질기고 뻣뻣하게 말라버린 꼴이 말이야. 무슨 소릴해? 질기고 강한 건 싫단 그 말이지. 질기고 강하지 않음 낙오한다.
 
질기고 강한 엉겅퀴 어쩌면 희련의 이복 언니 희정은 엉겅퀴인지도 모르겠다.희련과 희정은 육이오때 부모님을 잃고 희정은 전쟁통에 숨어 있다가 날아온 파편에 맞아 오른팔이 없고 얼굴에 상처까지 있다.거기에 희련과는 나이차도 십년이 넘고 이복자매라 엉겅퀴에 달라 붙은 진드기처럼 그녀를 못살게 한다. 그들은 부모님이 남겨 주신 집에서 희련이 양장일을 하여 돈을 벌면 희정은 그 돈으로 계를 들었다.희련은 장기수라는 무명화가와 결혼을 하였지만 불감증같은 그녀의 단점때문에 결혼생활을 원만히 하지 못하고 이혼을 하여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하지마 그녀는 여리디 여리면서도 불같은 성격을 소유하고 있다.
 
희련의 친구인 인애는 정양구라는 남편을 두고 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정신병이 있었다.혈통이 정신병이 있어 그의 오빠인 강은식은 결혼을 하지 않고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혼자 지낸다.그들의 곁에는 인숙이라는 후배가 있는데 희련과 희정의 옆에서 흡혈귀처럼 그들의 돈과 모든것을 빨아 먹듯 하며 산다.그녀는 희정의 돈을 최일석과 연관을 지어 놓아 희련을 그의 정부로 넘기려 한다. 하지만 희련은 은애오빠인 강은식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어느날 백화점에 딸의 옷을 사러 갔던 은애는 남편이 젊은 아가씨 남미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집안 혈통이 그러하듯 정신병이 도지고 만다. 희련은 그녀의 남편인 정양구를 찾아가 그녀가 이상함을 말하고 그녀를 돌보게 하지만 그는 남미의 아파트에서 그녀와 함께 지낸다.그런 어느날 남미가 외국인 사장을 따라 바닷가에 놀러 간다고 하자 그와는 끝난것을 알고 아내에게 돌아오지만 아내는 이미 정신병이 발발해 있어 그녀의 오빠와 함께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갑사로 내려보낸다.
 
한편 희련과 이혼한 장기수는 그녀의 주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돈다. 그러면서도 재혼을 하기 위하여 저울질을 해 보지만 맘에 드는 여자가 없다.그런 그는 그가 놓친 희련이 강은식에게 가는 것도 못보아줄것 같아 훼방을 놓는다. 여린 감성을 가진 여자 희련은 장기수가 내두르는 칼날에 베이듯 상처를 입는데 인숙과 최일석 그리고 그녀의 정부인 김마담까지 그녀를 짖밟아 놓아 그녀는 미친 은애보다 더 미칠듯 그녀의 영혼은 흔들린다.
 
갑사로 병간을 떠났던 은애는 다행히 맑은 정신이 되어 돌아오지만 희련은 언니 희정이 계를 한것이 잘못되어 집까지 넘어가게 되었다.인숙이 쳐 놓은 그물에 걸리듯 최일석이 그녀의 집문서를 쥐게 된 것이다. 강은식과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스런 그녀에게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부모님의 유산인 집을 팔아야 하니 그녀는 자포자기하듯 한다.희정은 희련에게 날이 퍼렇게 선 칼처럼 덤벼들던 서슬이 풀리고 기가 죽어 지내고 집은 우여곡절끝에 그들의 양장점에 드나들던 이여사에게 넘기기로 한다.하지만 은식과의 깨진 사랑의 상처가 컸던 희련은 빚청산을 하고 남은 통장의 돈과 작은 아파트를 은애에게 맡기고는 죽고 만다.한편 정양구에게까지 버림받은 남미는 암에 걸려 그녀 또한 신변을 비관 자살하게 된다.
 
소설은 어찌보면 엉겅퀴처럼 질긴 사람들만 살아 남는다는 것처럼 연약한 영혼을 가진 희련이나 남미는 죽음으로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은애는 정신병자로 부유하는 여인들의 삶이 가슴 아프게 한다. 하지만 엉겅퀴에 달라 붙은 진딧물처럼 남을 악용하여 잘살아가고 있는 장기수와 인숙은 신혼여행을 가고 강은식 또한 사랑의 도피처럼 일본으로 떠나니 남겨진 자들이 져야 하는 짐의 무게는 얼마이기에 희련이 죽어야 할까...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늪에 빠져 들어가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14p 이 문구처럼 이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다.아니 희련이 늪에 빠져 가는 것 같아 구해내고 싶지만 그녀는 너무 세상 물정도 모르고 정신이 연약하여 상처입기에 딱 맞으니 어찌 해보지도 못하겠다.그런 그녀에게 독한면도 있어 김마당과 싸울때는 자신의 이를 스스로 부러뜨리는 악함도 보여주지만 그것은 어쩌면 늪에 빠진 자신의 삶을 더이상 헤어나지 못할것 같아 스스로를 죽이는것 같은 암시를 받았다.
 
'희련은 죽은 게 아니예요! 죽인 거예요. 한 사람이 그앨 죽였나요? 여러 사람이 덤벼들어서 죽였지.오빠도 살인자의 한 사람이에요.내가 내가 다시 보는가! 죄인들이야! 범죄자들이에요!'
"아무도 죽이진 않았어.살 수 없으니까 죽은 거요. 살 힘이 없어서 죽었지.그렇지.살아가려면 살아남으려면 죄인이 돼야 하는 거요. 강하다는 것은 남을 먹는 일이며....진실을 외면해야 하는 일이며 아니 죄의식을 갖지 말아야 하는 일인지도 몰라.'   -304p
 
'자동차는 꾸역꾸역 밀려가고 건물은 차츰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사람은 많아질 뿐이다. 약한 사람은 이 거대한 운행 속에서 함께 돌아갈 생각이면 제가 저지른 죄악을 쉬이 잊어야.그렇지 않으면 시곗바늘은 멎는다. 한번 멎으면 그 시간뿐만 아니라 시간마다 착오가 난다.앞 아 한대가 멎으면 수백 수천의 차량이 멎어야 하는 것처럼.오늘은 그런 시대다.잊어야지.죽은 사람도 잊고 자기 죄도 잊어야지.'    - 305p
 
질기고 강한,살아남으려면 죄인이 되듯 질긴 사람들은 상처를 입어도 살아 남지만 나비처럼 날개를 퍼득여야 순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여린 삶은 날개짓을 멈추면 죽고 만다. 퍼득퍼득 안간힘을 쓰며 악인들 속에서 살아 남으려 날개짓을 하던 희련은 악인들에게 날개를 짖밟혀 퍼득일 날개마져 잃었기에 죽어간것 같다. 작가의 작품은 여인들의 삶의 그려나간 소설들이 주를 이룬다. 악과 선 중에서 악이 살아 남은 것은 육이오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질긴 엉겅퀴같은 생명력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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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이미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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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영어 이야기가 된다' 그의 책 처음에 있는 문구처럼 그에게는 생활이 된 것이 영화,영어일지 모른다.몇년을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어도 아직도 외국인을 만나면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내겐 영화를 좀더 재미있게 보기 위하여 그의 책을 들었다.아니 영화를 보면서 딸들에게 영어공부에 취미를 갖게 해줄까 하는 의미도 하나 곁들였다.짧은 한마디정도는 알아 듣는다 해도 보통 영화를 보다보면 번역가 맘대로 의역해 놓았기에 동떨어진 의역에 웃고 울고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숨은 뜻도 파악하고 싶었다.
 


그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선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것 같다.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영어수업을 거쳤기 때문에 오늘의 그가 있지 않나 싶다. 엄친 밑에 한 영어공부이니 기초가 탄탄하게 다져져 우리가 그의 번역작품이라면 맘 놓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창작인 번역은 장미꽃밭에서 맨발로 춤추기와 같다' 라고 했다.그의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춤추기가 있어 새롭게 태어난 작품들이 우리 앞에서 활어처럼 싱싱하게 숨쉬는 것 아닐까...
 


신화 연구가이자 번역 문학가인 이윤기 씨는 <춘아 춘아 옥단 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라는 작품에서 이런 명언을 남겼단다.
번역을 '밴 아기 낳기'에 견준다면
소설 쓰기는 '안 밴 아이 낳기' 에 견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말이야.번역도 '안 밴 아이 낳기'에
견주어야 하지 않을까?
'안 밴 아이 낳기'를 하기 위한 번역가들의 정말 남모를 노력과 괴로움 시간과의 싸움등 한 문구를 완성하기 위하여 얼마나 피말리는 고심을 하는지 이제 조금은 맛본것 같다.그냥 쉽게 쉽게 자막이 나오면 그런가보다 하고 영화를 보던 것에서 이제 이 책을 조금 넘기다 보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외화에선 이렇게 번역가들의 남모를 노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는 좀더 관심있게 자막을 보게 되었다.한마디 한마디가 그들이 '안 밴 아이 낳기' 위한 작업의 산고의 고통으로 해산한 '아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산고의 고통없이 어찌 새 생명이 태어날 수 있을까. '먼 곳에 친구를 가지는 것보다 소중한 건 없다.그들은 나에게 위도이며 경도이다.' 이렇듯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내 인생의 획이 될 수 있는 값진 보물같은 영화를 만날 수도 있는 것이며 값진 오늘의 말한마디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영화인듯 하다. 어린시절 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하여 주말의 명화시간에는 잠도 안자고 보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본 영화들은 지금도 영화에 대한 밑거름처럼 내 양식이 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감정이 매말라 점점 영화와 멀어져 갔다. 아니 내 메마른 감성을 자극할 영화를 찾았는지도 모른다.그러다 결혼을 하고 한참후에 남편과 둘이서 함께 본 <편지>는 정말 많이 울게 했다. 눈물을 진하게 흘리고 난 후의 후련함,영화는 그렇게 다시 내게로 왔다.
 



젊은 시절엔 친구들과 영화를 자주 보러 갔지만 번역이나 다른것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는 영화나 배우들에게 중점을 두고 본 듯 하다. 하나하나 해부하기보다는 '영화 그 자체' 로 보여지던 것이 결혼후에는 좀더 세밀하게 해부하게 된것은 인터넷의 발달도 한몫을 하는것 같다.거기에 이런 류의 책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놓으니 좀더 자세하게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시각을 넓혀 주었다.
 



책에는 유용한 문구들이 참 많다.난 읽어가며 맘에 드는 문구나 페이지는 접어 놓고 형광팬으로 밑줄을 긋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도 여기저기 접혀 있고 밑줄그은 부분들이 많다.  '약에는 웃음이 별로 안 들어 있지만 웃음에는 약이 아주 많이 들어있다.' 라는 말처럼 맘에 들땐 한번더 읽어 보고 형광팬으로 밑줄을 사정없이 그어준다. 그가 재미있다고 아니 추천하는 영화는 다시 보고 싶어져 <굿 윌 헌팅>도 다시 검색을 해 보기도 했다. 보았던가 안보았던가 가물가물하기도 하지만 그냥 보아 넘기고 지나간것 같아 기회가 되면 다시 보고 싶다.
 



이 책은 아주 맘에 든다.중3인 딸에게 추천하고 싶다.영어공부를 좋아하는 딸이 시험이 끝나면 읽게 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구절을 몇 개 읽어 주었다. '주님께서는 문을 닫으실땐 어딘가에 창문을 열어 주신단다.' '도끼맛을 본 장작이 불에 더 잘탄데.' '성공의 빌딩에는 엘리베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또박또박 올라야 할 계단만 존재할 뿐이지요.승강기 속도보다야 턱없이 더디겠지만,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계단씩 올라 성공을 거머쥔 실존 인물은 우리 주변에 셀 수 없이 많이 있지요.' 등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흔히 하는 생각을 뒤집게 하는, '아이디어'를 창출하게 만든다.
 



하지만 난 무엇보다도 이 문장이 제일 좋다. '가장 가치 있는 존경은 자기 스스로를 존경하는 것이다.' The only kind of respect that matters is self-respect.'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삽화도 재미있고 영어문장도 읽을 수 있고 숨겨진 장막뒤의 은밀함을 엿본것처럼 괜히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책인것 같다. 쉽게 보아 넘겼던 것에서 생각을 하게 하고 생각을 뒤집어 새로운것을 만들게 하면서 내 짧은 영어실력을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잠자고 있던 영어들이 그의 박식함에 막히면 어쩌나 했는데 막힐땐 그냥 읽어 내려가고 그런 걱정을 내려 놓고 맘 편히 읽을 수 있고 영화를 보는 눈이 다르게,새롭게 뜨게 만든 책이면서 늦었지만 영어공부를 하고 싶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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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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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난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모든 시름은 사라지고 작가에게 빠져 들었다. 20여년이라는 수감생활을 했으면서도 어느 한 곳 어둡거나 닫힌 생각보다는 자연을 대하는 국토와 역사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냥 넘김보다는 생각의 여유를 갖게 만드는,깊은 성찰이 필요한 나무야 나무야,마음에 와 닿았던 글들을 정리해 본다.
 
사람은 그 부모를 닮기보다 그 시대를 더 많이 닮는다고 하였지만 내가 고향에 돌아와 맨 처음 느낀 것은 사람은 먼저 그 산천을 닮는다는 발견이었습니다. -14p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두려워할 것 없다.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29p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도리,들보,서까래,지붕이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90p
 
사람들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우상은 사람들을 격려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본질에 있어서 억압이다. -99p
 
무감어수(無鑒於水)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그것이 바로 표면에 친착하지 말라는 경계라고 생각합니다. '감어인 (鑒於人).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들과의 사업 속에 자신을 세우고 사람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비추어보기를 이 금언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깨동무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살아가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128p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 당신은 유적지를 돌아볼 때마다 사멸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들의 심금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이켜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새로이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라고 하였습니다.  '과거'를 읽기보다 '현재' 를 읽어야 하며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84p 
청령포 이곳은 강물 속에 와류와 냉수대가 숨어 있는 음기의 땅이었기에 유배지로 골랐다고 했다.단종 그가 죽고 정순왕후의 여생은 궁중에서 추방당하여 서울 교외의 초막에서 동냥과 염색업으로 한많은 생애를 마쳤다 한다. 그녀의 통곡이 들려오면 마을 여인들도 함께 땅을 치고 가슴을 치며 동정곡을 하였다고 합니다. 핏빛보다 더 진한 자줏빛 물감을 들이며 가난한 한포기 민초로 사라져갑니다. 동정곡을 하던 수 많은 여인들의 마음이나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체를 수습했던 영월사람들의 마음을 '충절'이란 낡은 언어로 명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89p 청령포를 읽는 내내 가슴이 무언가에 찔린듯 아팠다.어린나이에 왕좌에 올라 유배와 죽음으로 치닫고 정순왕후마져 험난한 삶을 살다 스러져갔으니 청령포의 아름다움과 단종의 죽음은 너무 극과 극을 이룬다.
 
친구에게 혹은 '당신'이라는 누군가에게 엽서에 쓴  글로 짤막하면서도 가끔 그림과 사진이 곁들여져 더욱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함께 느낄 수 있어 잔잔함이 묻어나던 책이다. 문득 글을 읽으면서 '나무야 나무야'는 어떤 뜻일까 생각해 보았다. 자연.. 꿈나무.. 역사.. 무엇을 대입시켜 보아도 너무 좋다.잠자고 있는 누군가를 부르며 깨우듯이 반복된 제목이 좋다. 잠자는 나무를 깨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우리 국토와 역사가 배경이 된 수필,잔잔한 일깨움이 내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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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1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
조완선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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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우리 역사와 고서에 대한 대형추리소설을 만나서 너무 기뻤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많이 나와 주어야지 독자들이 우리 문학에 대한 '맛있는 비명'을 지를터인데 요즘 베스트셀러들은 자기계발서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독서의 깊은 맛은 그리 많지 않다.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을 무척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조완선의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도 흥미롭게 읽었다.
 
교양과 지식의 중심지 프랑스 국립도서관 서고에서 세상에 한번도 들어나지 않은 보물들이 잠자고 있는데 어느 날,병인양요때 그들이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70여권의 책들을 발견하게 된다.하지만 그 책들은 모두 비밀에 부쳐지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중국인 왕웨이,일본인 마사코,프랑스인 상트니이며 관장인 알렉스는 그 사실을 묵인한다는 사실아래 그들의 앞날을 보장해 주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어느날 왕웨이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고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관장 세자르에게 의문의 우편물이 발송된 후 세자르마져 심장마비라는 의문사를 당하여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다.
 
하지만 세자르의 죽음은 오래전 비밀리에 활동하던 단체인 '토트'라는 단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넥타이에 문양이며 엄지손발톱이 없는 세자르의 죽음에서 들어나지 않았던 단체인 토트라는 비밀단체가 들어나고 그의 죽음을 이상하게 여긴 프랑스 경찰과 정현선박사(로렌)은 그의 죽음을 파헤쳐 나가다가 세자르의 죽음이 왕웨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더 깊게 파고 들기 시작한다. 한편 토트라는 단체를 쫓고 있는 헤럴드 박사의 자문을 구하며 프랑스 경찰은 토트가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나가지만 모두가 믿지를 않는다.
 
세자르가 죽기 며칠전부터 한권의 책에 매달리고 있었으며 그것은 바로 한국의 고서라는 것이 들어난다. 독일과 프랑스의 문화재 협상에 부관장 피에르와 베르만은 한국의 고서를 이용하려 하였는데 갑자기 사라진 '한국의 고서'때문에 이들의 갈등도 들어나고 국립도서관에서 책을 비밀리에 마들렌 성당의 비밀의 방으로 옮긴 마사코와 진실을 알고 있던 상트니는 모두 죽음을 당하여 한국 고서 발견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고 만다.그들은 '한국의 고서'를 이용하여 무언가 하려던 사람들로 고서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마사코의 흔적을 쫓던 정현선박사와 헤럴드는 마들렌 성당의 비밀의 방에 갔다가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용케 빠져 나오고 정현선박사는 점점 세사람의 죽음과 한국의 고서가 엉켜 있으면서 1866년 병인양요때 강화도 외규장각  비소를 관리하던 '조경환'이라는 사람의 기록들에서 로즈제독이 이끄는 프랑스 함대가 귀중한 도서를 약탈해간것을 확인하고는 직지보다 더 오래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옛날과 현재의 예의와 법규를  문장으로 상세히 정리한 책인 '고금상정예문'과 HCD+ 227이란 비밀코드같은 '왕오천축국전'을 찾아 나선다.하지만 박사의 바람처럼 책은 현존하지만 실체를 들어내지 않는 것으로 끝이난다.아마도 현존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이 잘 나타나 있는것 같다.
 
이 책은 한국의 고서를 가지고 살인과 비밀단체 보이지 않는 암투가 벌어지지만 한국은 병인양요때 외규장각 비소를 지키던 인물인 조경환이라는 사람의 책에 대한 집념과 우리것을 지키려는 굳은 결심이 약간 버무려질뿐 모두가 해외의 이야기로 정현석박사의 실제 모델은 1967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하여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우리의 금속인쇄술이 더 발전했다는 것을 증명한 박병선 박사가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작가의 바람처럼 책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우리 선조들의 훌륭한 유산인 '고서'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과 관심이 생겼다.
 
책의 내용은 <다빈치 코드>와도 약간 비슷한듯 하지만 다빈치 코드보다 우리것을 소재로 하고 구성이 더 치밀하면서도 긴장감이 잘 들어나 그보다 더 읽는 재미가 있다. 우리것을 가지고 이런 손색없는 대형추리소설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을 보는듯 하다. 읽는 내내 티비 프로에서 한참 방영하던 우리 문화재 반환에 관한 것이 생각이 났다.그때만해도 우리모두 하나가 되어 해외에 있는 문화재를 하나라도 더 돌려받기 위하여 하나로 단결하던 것이 어제일같은데 우린 벌써 잊어버리고만것 같다.이 작품을 계기로 해외에서 아직도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는 문화재에 좀더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며 앞으로도 이런 류의 소설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BNF의 방대한 장서 가운데서 한국의 금속활자본은 단연 눈길을 끈다.금속활자로 인쇄한 이 책의 연대는 1377년이다. 그런데 유럽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라틴어 성경의 연대는 1455년이다.이 한국의 고서는 고딕체 글씨의 우아함,새 것 같은 흰 종이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보다 더 정교하고 완벽에 도달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직지>를 바라보는 알렉스의 눈길에는 알 수 없는 희한이 복잡하게 스며 있었다. -47p
 
우리군이 철수하기 전날 왕실 서고 지하에서 이상한 동굴을 발견하였다.이곳은 사람이 대여섯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그안에는 대략 70여권에 이르는 책이 수장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오랜 선교활동을 벌였던 리델 신부는 이 책들이 한국에서 매우 오래된 고서라고 일러주었다. -97p
 
이라 함은 인간의 생명과 달라 영혼과 육신이 하라로 된 효험한 영물이다. 그러나 이런 영생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본뜻을 저버리는 이가 있어 귀인의 경전을 해하려 하니 이 어찌 가만히 볼 수 있단 말인가.하여 이 책의 영생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피난의 길을 모색하던 바 강화 외각이 적당하여 이곳에 부득이 비소를 만들어 보관토록 한다. 그것이 세도의 칼날으로부터 벗어나 책을 아끼는 자의 책무이며 도리가 아니겠는가. -129p
 
 
외규장각
1782년 2월 정조(正祖)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치한 도서관으로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졌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는 지난 1975년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박병선 씨가 베르사유 별관 파손 창고에서 처음 발견, 세상에 알려졌으며, 92년 7월 주불 한국대사관이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요청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로 간의 입장 차로 합의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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