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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평점 :
책을 가지고도 오래도록 펼치지 않았던 건 작가 소개 때문이었다.
일레스트레이터. 작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뒤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하다가 어느 날 그림에 빠졌다. ...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며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그의 여행기를 읽지 않아도, 그의 이력 두 번째 줄에서 세 번째 줄까지의 이야기만 해도 벌써 책 한권이 나올법하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면서 먹고 사는 것이 가능하다. 이 책은 그의 여섯 번째 책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 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한 가지의 재주만 있더라도, 단 하나의 재능만 있더라도 그것은 축복받은 일이며, 축하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작가는 웬지 시작부터가 좋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을 읽기 시작한다. 에세이 분야 15기 신간평가단에 빛나는 나, 단발머리는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써야 한다. 그것이 지금 나의 일이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선물 받은 사랑의 묘약, 파니스 마르티우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물론, 나는 세계 지도를 확인했다. 헬싱키와 발트 해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그 에스토니아라고 하는 나라는, 핀란드 바로 밑에 있다.) ‘파니스 마르티우스’는 라틴어로 ‘3월의 과자’라는 뜻인데 아몬드, 설탕, 달걀을 섞어 만든 마지팬이라고 한다. 사랑의 고통을 아물게 하고 기억을 되살려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61쪽) 사랑의 묘약 이야기를 하면서 지은이는 밸런타인데이에 대한 이야기도 꺼낸다. 그것 자체가 특별한 역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은근슬쩍 초콜릿 파는 사람들이 만든 기념일이 아닌가 싶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서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쓴다.
밸런타인데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본 없는 이벤트라고 애써 무시해봐야 사랑받을 기회만 놓칩니다. 밸런타인데이가 지나면 화이트데이, 그 뒤로 생일, 100일, 200일, 크리스마스까지 챙겨야 할 날들은 계속됩니다. 그래서 남성들은 여행을 떠날 때면 굳이 무슨 날이 아니어도 면세점에 들러 여성 화장품과 향긋한 차를 고르고 명품 가방 매장을 영혼 없이 기웃거려야 합니다. 만약 그게 싫어서 못 살겠다, 때려치우겠다면 뭐 나 홀로 지내야죠. 그뿐입니다. 하지만 뉴기니의 극락조도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반짝거리는 유리조각을 주워 모은다는 것만은 알아두면 좋겠군요. (64쪽)
바로 이 지점, 64쪽에서부터 나는 작가를, 밥장을 좋아하게 됐다. 결국 어떤 책을 읽느냐는 것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가, 좋아하지 않는가의 문제이다. 소설이라면 작가가 그려낸 인물에 애정을 느껴야만 끝까지 읽을 수 있고, 여행기라면 작가 그 사람을 좋아해야만 마지막 책장까지 넘길 수 있다. 이 단락을 읽고 나서, 나는 이 여행기를 더 읽어나갈 흥미를 느꼈다. 나를, 화장품과 향수 선물 받기 좋아하는 속물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뉴기니의 극락조도 수컷이 가져다주는 반짝거리는 유리조각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나.
여행에 대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홉 가지이다. 행운, 기념품, 공항+비행, 자연, 사람, 음식, 방송, 나눔, 기록. 몰스킨에 대한 이야기는 대충 알고 있는것보다 더 자세했다. 나도 집에 놀고 있는 몰스킨을 몇 개 가지고 있는데, 밥장이 몰스킨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몰스킨에 쓸 수 있는 무언가, 그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부러웠다.
주요 키워드는 여행과 뉴기니의 극락조와 몰스킨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