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로쿠는 그런 시대였습니다. 긴 전국 시대를 지나 평화와 부가 세상에 찾아 온 첫 번째 시대였던 셈입니다.

오하쓰는 쇼군의 행동 때문에 세상에 평지풍파가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딱 와 닿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쇼군이 화가 나거나 정신 이상인 것보다는 쌀 시장의 쌀 도매상이 다 함께 쌀값을 올리거나, 교토에서 물건을 운반해 오는 배가 에도 항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는 쪽이 훨씬 더 큰일일 듯한 기분도 든다…….

공무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이 세상에 신도 부처님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건과 부딪히게 되는데 이번만은 신이나 부처님이 오하쓰와 우쿄노스케의 편을 들어 주신 모양이다..

리에는 한동안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세월도 치유하지 못하는 고통─떠도는 영혼의 고독을 생각하니 오하쓰도 할 말이 없었다.

‘나이토의 얼굴만 보고도 저는 주군을 모실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음을 알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남편의 마음이 부서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눈. 세상의 사악한 것을 전부 모아 썩혀서 만든 시커먼 기름이 남편의 눈 속에 고여 있는 것 같았어요. 시커먼 기름이 불꽃을 피우며 타올라 남편의 눈을 번들거리게 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세력을 늘려서 저택의 방비를 단단히 하기 위해 아무리 서두르고 있었다 해도, 기라 님 역시 미친개는 필요 없었고 미친개를 파수견으로 삼을 만큼 어리석은 집안은 아니었다는 뜻일 테지, 오하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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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봐도 소용없는 일이다. 말이란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 오하쓰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나리
곡식의 신. 이나리 신사에는 이나리 신의 사자인 여우상이 있음

유젠 염색
손으로 그려 색칠한 다채로운 그림을 물들인 일본 고유의 염색

번藩
에도 시대 다이묘의 지배 영역 및 지배 기구의 총칭

도코노마
다다미방 정면 상좌에 바닥을 한 층 높게 만들어 족자나 꽃병 등을 장식하는 자리

나가노리는 그날 바로 할복, 아사노 가는 멸족되었다. 그에 비해 기라에게는 전혀 아무런 문책도 없었는데, 이 처분이 소위 말하는 ‘싸움을 한 자는 양쪽 모두 똑같이 벌한다’는 가마쿠라 막부 이후의 대원칙에 위배된다고 해서 두고두고 화근을 남기게 되었다.

조루리
인형 조루리. 이야기를 음곡에 맞춰 부르며 인형을 놀리는 전통 인형극

성안의 칼부림과 이듬해의 기라 저택 습격을 한 덩어리로 해서 ‘주신구라’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된 것도 이 연극에서 유래하였다.

요닌
주군 가까이에 있으면서 실무를 담당하는 문관

나무와 석등의 그림자가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어디선가 바람이 운다. 꽤 넓은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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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집
다이묘들이 영지 내에서 생산된 쌀이나 특산물을 팔고자 설치한 곳간과 거래소를 겸하던 건물

"네. 어르신의 말씀으로는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 무시무시하게 강한 마음을 품게 된대요. 살아 있는 동안에 했던 생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격렬한 마음이지요. 마치 불을 붙인 향이 다 타서 떨어지기 전에 화악 밝아지는 것처럼."

가나데혼 주신구라
아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로, 서민극인 가부키의 대표 공연물

기치지의 좁디좁은 집 안에 뭔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무게는 있지만 형체는 확실하지 않은 요괴 같은 것이 슬쩍 숨어들어 온 것처럼 느껴졌다. 손끝이 차가워지고 관자놀이와 이마 한가운데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조키배
지붕 없이 가늘고 작은 배

우로우로배
유람선 사이를 오가며 음식을 팔던 작은 배

지키산
쇼군가 직속 가신단인 하타모토와 고케닌의 총칭

"오라버니, 가장 알 수 없는 것, 가장 큰 수수께끼는 기치지 씨의 시체에 대체 누구의 혼이 씌어 있었는지가 아닐까요. 이제 결코 알 수 없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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