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본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도 봤죠. 군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는 호텔 복도를 걸어다니기도 하고 현관에서 밖으로 나간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곤지키야샤金色夜叉
‘이번 달 오늘 밤’을 의미하는 ‘곤지키콘야(今月今夜)’와 발음이 비슷해서 하는 농담. 『곤지키야샤』는 오자키 고요가 쓴 메이지 시대의 대표적 소설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강력한 무력을 지닌 군부의 국정에 대한 발언권이 현격히 증가했고, 이내 일본은 군부 독주에 의한 전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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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아까, 이층 비상계단에 있으셨죠?"

이렇게 공손한 표현 같은 걸 써 본 적이 없어 이상한 말투가 돼 버렸다.

"내가 피우는 게 없어서. 난 하이라이트밖에 안 피우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정말 비상계단에 없으셨어요? 전 아저씨가 뛰어내린 줄 알고 깜짝 놀라 찾아봤다고요!"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렸다. 둔탁한 소리가 난다. 다카시는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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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굴에서 고려 말의 고승이었던 나옹 대사가 도를 닦았다고 한다. 나옹 대사는 「토굴가」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청산림 깊은골에 일개토굴 지어놓고 송문을 반개하고 석경에 배회하니………… 풍경도 좋거니와 물색이 더욱 좋다"는 내용의 「토굴가」는 유명하다.

그렇다면 왜 도를 통한 당대의 고승이자 스타 도인이었던 경허선사가 18세의 여자를 데리고 이 깊은 산중의 오지 절까지 왔는가? 이유는 전옥련이 경허의 조카딸이었기 때문이다. 조카딸? 경허의 여동생이 전봉준의 부인이었다.

근래에 전봉준과 경허의 관계를 밝혀낸 인물이 홍현지 박사이다.
수년 동안 미친 듯이 이 관계를 추적하여 밝혀냈고 결과물을 박사논문으로 정리했다. 나는 홍 박사로부터 둘 사이의 관계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허의 고향은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암리이다. 이 동네에 거북바위라고 불리는 큰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의 정기를 받고 경허가 태어났다고 한다. 이 동네에서 전봉준의 아버지도같이 살았다. 경허의 아버지와 전봉준의 아버지는 친구 사이였다.
그래서 가족들도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경허의여동생이 전봉준에게 시집을 갔다. 시집갈 때 신랑 측에 보내는 여러 가지 문서를 경허가 친필로 써주었다. 경허 아버지는 경허가 여덟 살 때 죽었기 때문에 여동생이 시집갈 때 오빠인 경허가 친정아버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

산은 절로 푸르고 물도 절로 푸른데맑은 바람 솔솔 불고 흰구름 두둥실 흘러가네하루 종일 반석에서 놀아본다내가 세상을 버렸으니 다시 무엇을 바라겠는가

山自青水自綠
清風拂白雲歸
盡日遊盤石上
我舍世更何希

평창 오대산 상원사
앉은 채로 육신을 벗은
한암 선사의 발자취를 따라

한암 선사는 입적할 때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가셨다. 백 마디의 법문보다 더 무게가느껴지는 사진을 남기고 가셨다. 선사의 좌탈입망의 생생한 장면을 찍은 사진이다.
앉은 채로 턱을 약간 뒤로 젖히고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모습이다. 좌탈입망은 앉은채로 육신을 벗고 고요의 세계로 들어감을 뜻한다. 그야말로 고도의 경지이다. 이 사진은 6.25전쟁 때 종군기자로 활동하던 선우휘 씨가 우연히 상원사에 들렀다가 선사께서 홀로 입적해 계신 모습을 포착해 찍은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수도의 세계가 관념이 아닌 실존의 세계라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신라 불교의 전형적인 모델이 남아 있는 오대산배낭 하나 지갑 하나 달랑 들고 오대산으로 간다. 오대산은 집 떠난나그네의 외로움을 안아준다. 전나무 숲이다. 오대산에는 전나무가 많다.

나는 오대산에 와서야 비로소 전나무가 소나무 못지않은 품위와 아늑하고 고요한 향기를 품은 나무라는 것을 알았다. 모자 벗고, 셔츠의 앞 단추도 열고 전나무 숲을 천천히 걸어보라.

토착화란 무엇이냐? 한마디로 말한다면 부처님이 인도나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믿음이다. 우리나라가 바로 불국토라는 굳건한 신념이 바로 불교의 토착화이다. 인도, 중국의 불교가 아니라 한국의 불교가 된 것이다. 속되게 표현한다면 불교의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동쪽에 인자한 관음을 배치한 까닭은  동쪽이 인仁을 상징하는 목木의 방향이기  때문이고, 서쪽에 아미타불을 배치한 까닭은 서방정토가 서쪽에 있기 때문이고, 지장을 남쪽에 배치한 까닭은 지옥이 아래쪽에  있기 때문이고, 아라한을 북쪽에 배치한 까닭은 북쪽이 서늘하고 외진 곳이어서 수행하기 좋은 곳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수를 오행의 중앙에 배치한 것은 가장 중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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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다카시는 그 순간을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만약 비상구 쪽을 돌아보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자신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었으리라. 그건 다름 아닌 자신의 생사가 갈리는 지점이었던 것이다.

다카시가 숨을 꿀꺽 삼키려는 찰나, 눈앞에서 십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비상계단에 있던 중년 남성이 사라졌다.

저 아저씨,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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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나 혼자가 된다는 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 있으니 어떻게든 예비교에 꼭 합격하고 싶었다. 오늘 시험을 잘 치른 것 같아 해방감을 느끼는 이유도 그런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낮에도 하늘이 맑았지만 밤하늘도 구름 한 점 없어 별이 반짝이고 있다. 도쿄의 밤하늘도 그렇게까지 형편없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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