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 쿨닥터 - 대한민국 멋진의사 50
김민아 지음 / 청년의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의사는 사람, 사람은 각양각색! 당연히 잘생긴 의사도 있고, 수다스런 의사, 샌님 의사, 얄미운 의사, 섹시한 의사, 의사같지 않은 의사.. 별 의사 다 있다. 여기 나오는 50명은 '별걸 다 하는' 의사다.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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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하기 보고서 - 은지와 호찬이 1 사계절 저학년문고 53
심윤경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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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지.
"나는 우리 이모처럼 예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침에도 고기반찬을 먹고 싶고요. ..."

오우~ 은지 이모 좋겠당~ 흐흐
우리 조카두 학교 들어가기 전엔 곧잘
"이모, 난 이모처럼 되고 싶어. 이모처럼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더니 학교 들어가더니 돌변했다.
이모 보다 선생님이 더 똑똑하다나 뭐라나? 띠용- @.@
아 누가 뭐라 그랬냐고오~ 흥!

강은지 엄마.
강은지, "우리 엄마는 백화점에 다니고 아빠는 교도소에서 일하는 교도관이에요. 그런데 엄마랑 아빠랑 싸우면 언제나 엄마가 이겨요. 우리 집 정말 신기하죠?"

음~ 엄마도 일하시고 아빠도 일하시는군? 은지는 동생은 없나보네?.. 아니다. 은지 동생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다 같이 산다. 읽다보면 중간에 가족 다 등장한다. 아무튼 오늘의 주인공은 강은지와 강은지 엄마!

자 여기는 강은지네 집이구요.
은지 엄마가 바쁘게 어딜 다녀 오시네요?^^

은지가 쓴 일기.
오 이런.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 비밀?
무슨 일인지 쓰면 엄마가 또 화내면서 고치라고 할까봐
비밀! 억울해도 참는수 밖에 없다니. 음.
엄마한테 혼나는것 보다는 억울한게 나은가보군.

그런데 엄마는 은지 일기를 보고 가슴을 탕탕 친다.
은지는 억울한 것도 참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엄마는 은지 일기를 보고 "아이고, 내가 못살아. 창피해서 못살아."
한다. 이럴 때 엄마는 그냥 엄마가 아니다.
'엄마 고릴라'다. 하하하. 그렇지 엄마 고릴라.
그것참 재미있군. 맞아 맞아. 가슴을 탕탕 치면서
화를 내고 있으면 고릴라 되는거지. 맞아 맞아.

엄마 고릴라를 피해서 커튼 뒤에 숨은 강은지

잘못한 일 반성은 안할 망정
일기장에 엄마 흉이나 잔뜩 봤다고 화가 난 엄마.

어어? 엄마 고릴리가 갑자기 천사 얼굴로?
이건 또 뭔 일이래? 음~ 엄마가 종이와 연필을 들고 와서는
"그러지 말고 우리 차근 차근 정리를 해보자."고 한다.
으후~ 천사가 아니라 판사 엄마네?
차라리 고릴라가 낫지. 판사 엄마는 어려운데??
음... 강은지, 잘 할 수 있을까?

자 그럼, 지금부터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은
그림으로 대신하겠음.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그림만 봐도 분위기 파악은 가능하리라 생각함.
^^ (부족하면 책으로 직접 읽어보시공~ㅎㅎ)

오호~ 역시 해피엔딩!!!
좋아 좋아. 나는 해피엔딩이 좋더라.
그렇지 결국 화해하고 뽀뽀하고 사랑하고 잘 먹고 잘 살았더라~~~

....???

엉? 아니야? 끝이 아니라구?

하기야. 내일은 또 내일 싸움을 하고
싸우면 다시 화해 하고 자고 나면 또 싸우고
또 화해하고!!!!
강은지와 강은지 엄마의 화해하기 보고서는
언제 끝이 날런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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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1-1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좋아요~~~~~
애 키울 때, 밖으로 내쫒는 비열한 짓을 나도 했더랬어요.ㅜㅜ
이 책 주문해서 어제 오기로 했는데, 여태 안 왔어요~~~ 이달의 좋은 어린이책 추천도서죠.^^

잘잘라 2011-11-12 13:16   좋아요 0 | URL
흐흐흣.. 저도 비짜루로 맞고 쫓겨나 본 적이 있는지라.. ㅋㅋ
그때 제일 후회됐던게, 급해서 그냥 커다란 아빠 슬리퍼 신고 나온거였다는~~
절대로 잘못했단 말을 안해서 '독한년' 소리 쫌 들었다는~~ㅋㅎ
이달의 좋은 어린이책 추천도서 세 권 중에 두 권만 샀는데
아무래도 한 권 마저 살까봐요. 생각해보면,
어린이책 읽을때 제일 많이 웃어요.^^

아이리시스 2011-11-1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은지한테 두 표!

잘잘라 2011-11-14 10: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ㅎㅎ
 
@좌절+열공 - 우리 시대 멘토 9인이 전하는 좌절 극복과 진짜 공부 이야기
강신주.강풀.김진숙 외 6인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조국, 정혜신, 김진숙, 도종환, 강풀. 다섯 명은 '좌절'에 대해,
'좌절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말하고

강신주, 정희진,엄기호, 김진혁. 네 명은 '열공'에 대해,
'이 시대, 우리가 진짜 열나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나는 가수다'를 보는 느낌이다.
알던 가수도 있고 몰랐던 가수도 나온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참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고.
어떤 노래는 가슴을 울리고
어떤 노래는 미소를 짓게 하고
어떤 노래는 따라 부르게 한다. 

'알던 가수 =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는데
'어? 저이가 저런 노래도 부르네?'하며 새롭게 본 가수도 있고
이름과 유명한 타이틀곡만 알았던 가수도 있었는데
살아온 이야기 듣고 보니 그 노래가 더 절절하게 들리고
감동을 주는 가수도 있다. 

'나는 가수다' 끝나면
나왔던 가수 노래 찾아서 더 듣고싶듯이
『@좌절*열공』 다 읽으니
강사로 나온 사람들이 낸 책 더 찾아서 읽고 싶다. 

이 책을 읽고 고마운 점.
1. 아, 다 똑같진 않구나. 좋아하는 대상이 생겼다는 점.
2. 아, 좀 더 자신있게 살아도 되겠구나. 용기낼 수 있다는 점.
3. 아,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다음'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  

나가수 출연한 가수 중엔 두 사람을 좋아한다.
김범수, 인순이. 당연히 노래를 잘 해서 좋아하고
노래를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감동을 주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는
두 사람이 좋다. 다른 가수들이 그렇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고
이 두 사람은 특별히 그런 마음까지 진심으로 다가와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
그냥 '좋구나~ 잘한다~'로 끝나지 않고
'아, 나도 내가 하는 일을 저렇게 철저하게 잘 해내고 싶다'
는 생각이 든다.  

『@좌절+열공』을 읽고 마음에 남은 강사는 정혜신, 엄기호, 김진혁.
정혜신 강사의 말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도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엄기호 강사의 말은 방구석에 쳐박혀 책이나 읽고 싶은 나를 찔러 주고
김진혁 강사의 말은, 글쎄, 그가 직접 그렇게 얘기한 건 아닌데
묘한 위로를 준다. 아, 내가 적어도 노예로 살아오진 않았구나, 하는.  

 

덧) 책은 처음 서점에서 봤고 알라딘에서 사려고 보관함에 넣어뒀다가
뭣때문이었더라 하루 이틀 밀려 안보이는데까지 밀려났다가 못사고
동네도서관 신간 책장에서 이 책을 보고 웬일이니~ 하면서 빌려다
읽고 이렇게 호들갑 떨며 리뷰를 쓴다. 

강사별로 인상깊은 구절 몇 개씩 베껴쓰기하고 책은 사지 말까 하다가
아니야. 그래도 올해 읽은 책 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책을
그렇게 대접해선 안되지~ 아무렴.
이래서 장바구니 마를 날이 없다는 거여~ 흐으..

 

사람이 진짜 좌절을 느끼는 때가 언제인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을 정신의학적으로는 1차 트라우마, 2차 트라우마라고 구분 합니다. 제가 실제로 상담한 케이스를 예로 들어 볼게요. 한 여대생이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1차 트라우마입니다. 이 사실을 혼자 끙끙 앓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서 엄마한테 털어놓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깜짝 놀라면서 하는 말이 앞으로 이 사실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2차 트라우마입니다. 그 여대생을 결정적으로 좌절시킨 것은 성폭행을 당한 사실보다 엄마가 한 말이었습니다. 며칠 후 그 여대생은 자살 시도를 했어요. 

엄마 입장에서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여대생은 엄마의 말을 듣고 남들도 자신을 그렇게 바라볼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세상 누구도 내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러면서 손을 놓게 되는 겁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상처도 받을 수 있고 패배할 수도 있고 모멸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앞서 빨갱이로 몰려 끔찍한 고문을 받은 분들도 말씀드렸지만, 그런 분들도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 살 수 없냐면 내 주변 사람들이, 내 아내가, 내 자식이 자신의 경험을 부정적으로 손가락질할 때입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2차 트라우마에 결정적으로 무너지는 겁니다.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이 취업도 안 되고 노력해도 되는 일이 없다며 좌절감을 털어놓을 때 솔직히 난감하잖아요.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줄 방법도 없잖아요. 하지만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그런 도움이 아닙니다.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65p.) <정혜신_좌절의 심리학>

 

자살하러 옥상에 올라가는 사람 있죠? 그 사람은 수만 가지 생각을 할 겁니다. 그 사람에게 누군가가 "저 아저씨 이 짐 좀 들어 주실래요?" 라고 묻는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무관심 때문에 자살하는 겁니다. 어쩌면 자살이라는 건 마지막 외침 같은 것입니다. "나 있었다"라는 마지막 외침이라서 절망스럽습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죽을 수 없습니다. '저 사람을 내가 업고 가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있으면 죽을 수 없습니다. 자식이 자살 안 하게 하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야, 짐 좀 들어 줘라. 엄마 힘들어 죽겠다." 이러면 자살하려다가도 짐 들어 줘야 되기 때문에 못 죽습니다. 누군가에게 내가 필요하다는 느낌처럼 강한 건 없습니다.  

누군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자기 연민에 빠집니다. 자신한테 존재의 이유를 찾으면 찾을수록 나는 가벼워집니다. "나는 왜 살까? 왜 살지?" 이것만 반복하면 단순해지고 가벼워집니다. 그럴 때, 자살하러 올라가는 사람한테 "오늘은 스킨 냄새가 참 좋아요" 라는 한마디로도 안 죽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이렇게 됐다는 건 심각한 일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관계로 안 만들어 놨어요. 신자유주의가 경쟁만 만들어 놨습니다. 사실 '모든 자살은 타살이다' 라는 얘기는 의미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꼭 얘기하고 싶은 건 그래도 모두 죽지 않는 것은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카이스트 학생이 성적이 떨어져 자살했을 때 내 성적이 최악으로 떨어져도 품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자살 안 합니다. 1등이 갑자기 50등 되었을 때, 나의 존재가 날아가 버렸을 때 안아 주지 못한 사람이 죽인 거고, 카이스트 총장이 죽인 거고, 사회 구조적으로 보면 이명박이 죽인 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자살하게 만드는 대통령이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인간이 사회를 만드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경쟁을 통한 효율은 몇몇 자본가들이나 원하는 거죠. 살아가는 사람의 행복은 사랑 때문입니다. (95~96p.)  <강신주_철학하는 즐거움>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우리 사회의 지식인, 혹은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 사람들의 사고 체계가 산업혁명 이전에 있다는 말입니다. 공간적 사유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사고방식은 한국이 아니라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 리버풀에 부근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지금 언어로 지금 현재 현상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서구의 시각으로 차근차근 서구가 거친 단계를 우리도 밟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근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얘기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를 설명해야 하는데 저쪽의 시각으로 여기를 설명하는 건 식민성입니다. 제가 말하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건 다른 말로 하면 재현의 위기 혹은 언어의 위기입니다.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고 혼란에 빠진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게 촛불 시위 때입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촛불 시위 때 여러 사람들이 엄청나게 혼란에 빠졌죠. 촛불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정신이 멀쩡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완전 혼란에 빠졌습니다. 촛불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70퍼센트 이상이 이명박 씨를 찍었는데 그 사람들이 왜 반정부 시위를 하냐는 겁니다. 그리고 진보 진영은 "아니, 이명박 찍은 사람이 왜 데모를 하는 거야." 내지는 "어, 왜 기존의 시민들은 안 나오고, 왜 여고생하고 아줌마가 유모차 끌고 나온 거야. 도대체 이게 뭐야?" 암도 해석을 못했습니다. 우파, 좌파에 따라서 한쪽은 국민, 한쪽은 시민으로 정체성을 한정하니까 혼란에 빠진 겁니다. 

제가 생각할 때 촛불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기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의 시민이자 소비자로 생각했다고 봅니다. 글로벌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이명박 정부는 일종의 도매상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도매상의 역할이 뭘까요? 좋은 고기를 뗴다가 파는 것은 굉장히 기본적인 상도덕이고 경제의 기본 원리죠.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너희들은 우리 무기를 많이 사고, 우리 핵우산 아래에 있으니까. 3년 이내에 도축한 것 줄게." 이렇게 얘기를 하자 우리 대통령은 "아니에요. 우리는 3년 지난 것도 잘 먹어요." 이렇게 얘기를 했단 말입니다. 

당연히 소비자는 화가 납니다. 종간에서 좋은 물건으로 무역을 해야 되는데 이건 상도덕의 기본이 안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항의를 하는 건데 이걸 반정부 데모로만 해석해서는 절대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지금 시대에서는 국가의 역할도 고정된 게 아닙니다.(213~214p.) <정희진_'인문학 위기 '담론'의 위기> 

우리나라 학생한테는 학교 다니는 게 억압입니다. 자살까지 하게 만들 정도로 심한 억압이죠. 그런데 어떤 제3세계 어린이한테는 교육이 욕망입니다. 이 두 가지를 똑같이 일률적으로 강요할 수 있을까요? 억압으로 느끼는 아이한테 제3세계 어린이의 예를 들이대면서 "어떤 애는 공부를 못 해서 카펫 짜고 있는데 너는 복 터진 거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게 바로 인문학의 위기, 소통의 위기입니다. (219p.) <정희진_'인문학 위기 '담론'의 위기>

 

우리가 학생들한테, 자녀들한테 노동을 시키는 이유가 뭘까요?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고 하는 것이지만 사실 돈의 소중함만 꺠우치는 것이 아니라 돈이 폭력이라는 걸 깨우치게 만듭니다. 돈이 사람의 노력을 완전히 무화無化시켜 버리는 거죠. 돈은 돈의 뒤에 있는 인간들의 역사, 각자 개인들의 역사와 각자 개인들의 수고와 눈물과 땀과 기쁨을 가려 버립니다. 

원주에서 제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이 이걸 재미있게 설명하더군요. 군대에서 주는 월급 몇만 원은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 안 했는데, 군대 마치고 복학하기 전에 등록금을 모으려고 막노동을 해 보니 돈 만 원이 같은 만 원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학생이 끝까지 주장한 게 뭐냐면, 그때 돈 만 원과 엄마한테 받은 돈 만 원은 절대 같은 만 원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학생이 돈 만원을 받아서 은행에 예금하러 가서 보니까 너무 허망한 거예요. 자기는 그렇게 열심히 해서 땀에 젖은 돈을 딱 보냈는데 통장에는 '10,000원' 이렇게 찍혀 나옵니다. 숫자잖아요.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하는 게 사라져 버립니다. 내가 누구랑 관계를 맺고 있었던 건지 이 돈을 준 사람은 누구인지 어떻게 그 돈을 번 건지 다 감추어져 버립니다. 이 학생이 '이 만 원이 그 만 원이 아니다'라는 표시를 하고 싶어서 입금할 때 입금자 이름을 '수혈'이라고 했습니다. 내 피라는 거예요. 대단하지 않나요? 그걸 통해서 아무도 모르지만 자기가 봤을 때는 이때 찍힌 만 원은 완전히 다른 만 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겁니다.  

(............) 

막노동으로 번 돈을 통장에 '수혈'이라고 입금한 학생은 몇 년이 지나고 통장을 버릴 수가 없을 겁니다. 통장에 '수혈, 수혈, 수혈' 이렇게 되어 있으니 어떻게 버리겠어요? 나중에 자기 부인이나 자식한테도 그 통장을 보여 주며 말하겠죠. 할 말이 생기잖아요. 내가 해 줄 이야기, 이 이야기가 바로 경험입니다. 

경험은 전수될 수 있을 때, 이야기될 수 있을 때, 남에게 전달될 수 있을때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학생이 왜 필사적으로 '수혈'이라는 단어를 썼겠어요? 자기의 경험을 삭제당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즉 경험이라고 하는 건 보편화, 일반화되는 것에 굉장히 격렬하게 저항하는 걸 말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걸 경험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 삶에서 이런 경험이라고 하는 게 가면 갈수록 점점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정말 우리 삶에 경험이 남아 있나요? 극단적인 인문학자들은 현대를 '경험이 죽은 시대'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경험은 우리 스스로 죽여 버린 겁니다. 내가 들려줄 이야기가 없는데, 내가 들을 이야기가 없는데,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럼 경험은 왜 죽어 버렸는가? 그렇다면 경험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무엇인가? 이게 지금 제가 '열공'하고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엄기호_인문학, 길 잃은 세상에서 길 찾기>

 

그러나 분명한 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최소한 내 자신이 의식적으로 내린 판단의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을 내리면 그것이 어떤 결정이 되든 나의 결정이라 할 수 있고 다라서 거기에 대해서책임을 지는 것도 내 책임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내려진 결정은 내 결정이 아니기에 책임도 안 지려고 합니다. 향후 어떤 결정에 대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사람은 자기가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속아서 이렇게 했기 때문에 이건 내 책임이 아니야'라고 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자기가 생각하지 않은 결정을 하고, 거기에 대해 책임도 지지 않고 다시 결정을 하고, 다시 책임 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흔히 이런 상태로 평생을 사는 걸 노예라고 합니다.  

'지식'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권한도 책임도 행사하지 않는 건 지적인 노예라고 할 수 있죠. (276~278p.) <김진혁_지식채널e 탄생과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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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6: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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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6: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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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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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7: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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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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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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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19: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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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2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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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도종환 지음, 이철수 그림 / 한겨레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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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참, 표지에 저 꽃잎 말예요, 진달래 말예요, 이른 봄에 피는 꽃 말예요, 아직 가을 밖에 안됐는데 말예요, 겨울 나야 피는 꽃이 왜 벌써 저렇게 펄펄 피어 나서 마음을 설레게 하시냔 말이죠. 아아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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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열공 - 우리 시대 멘토 9인이 전하는 좌절 극복과 진짜 공부 이야기
강신주.강풀.김진숙 외 6인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8월
품절


머리말- '좌절' 권하는 사회에 건네는 유쾌한 치유법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좌절 속에 살아갑니다. 열심히 달려갔는데 바로 눈 앞에서 버스를 놓쳤을 때,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는 야심찬 결심이 며칠 만에 흐지부지 되었을 때. 이럴 때 느끼는 소소한 좌절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좌절의 원이도, 극복 방법도 알고 있으니까요. 실연을 했다든지, 승진이 안 되었다든지, 병에 걸렸다든지 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오는 좌절도 있습니다.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런 경우에도 스스로 이유를 찾아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사회가 우리에게 안겨 주는 사회적 좌절입니다. 언제부터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깊은 좌절의 그림자가 슬금슬금 주위를 맴돌면서 우리의 심신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꽃같은 생명을 스스로 던지고,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밀려나 거리로 나오고, 사람들은 집단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이 좌절의 심연을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005쪽

이 책은 정동문예아카데미가 작년 말과 올해 초, 두 번에 걸쳐 열었던 팔로우 특강의 강연들을 모은 것입니다. 첫 번째 강연 주제는 '@좌절' 이었습니다. 희망 곱빼기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좌절'이라니요. 의아하게 바라보는 분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주변에 만연한 이 좌절 바이러스의 근원을 먼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과 싸우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으니까요. 일단 좌절이 주는 공포심부터 몰아내면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좌절'을 맡은 다섯 분 강사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지만, 이분들이 겪은 좌절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006쪽

때로는 웃음이 넘치기도 하고, 심리치료실 비슷한 심각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함녀서 청중과 강연자 사이에 짧은 시간 동안 든든한 공감과 유대의 다리가 놓이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만화가 강풀은 '연재 중 외부 활동 절대금지'라는 원칙을 깨고 강연에 참여했고, 심리학자 정혜신과 도종환 시인은 바쁜 일정 때문에 몇 번이나 시간을 조정하면서도 기꺼이 나와 주었습니다. 지금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강연은 최고로 많은 웃음과 눈물을 주었는데, 강연이 끝나자마자 '내일도 출근 투쟁을 해야 한다'며 바삐 달려 나가던 그 뒷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일정 문제로 처음에는 고사했던 조국 교수도 간절한 마음을 담은 메일 한 통에 흔쾌히 강연을 허락했습니다.-006쪽

이 다섯 분들과 신나게 '좌절'의 근원을 파헤치고 보니 대안까지는 아니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다음 강연 주제는 '@열공'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자' 혹은 '열라 공부하자'는 거지요. 취직이나 승진이나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공부를 하자는 것입니다. 좌절을 호시탐탐 부추기는 세력들의 정체를 알려면 공부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공부라고 하면 혹시 지루하거나 어렵다고 여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좌절' 강좌와 마찬가지로 '@열공' 강좌의 열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공부하는 즐거움에 대해서, 정말 유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시간이었습니다.-007쪽

메일로만 연락 가능한 여성학자 정희진은 종횡무진 강연장을 누비다가 정곡을 콕 찌르는 요점 정리로, 철학자 강신주는 반바지 차림으로 자유롭게 청중들과 소통하는 강연을, 김진혁 PD는 <지식채널 e>에 얽힌 여러 가지 뒷이야기들 까지 덧붙여 흥미진진한 강연을 해 주었습니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강연에서 얘기했던 주제에 집중해서 새로운 책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좌절과 열공' 두 가지 이야기를 엮고 보니 제법 어울려 보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아무쪼록 좌절을 극복하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흠뻑 느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1년 8월
정동문예아카데미 원장 김윤수-0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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