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앤 레크레이션>에서 미워할 수 없는 똘아이 역을 맡고 있는 크리스 프랫이 한동안 출연하지 않길래 어디 간 것일까? 이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을 정도로 바쁜 일이 설마 그에게 있을라고? 했더니만, 글쎄, 이 영화를 찍고 있어셨던 것이렸다. 이런 이런 이런~~~! 그걸 몰라 보다니... 영화를 보면서, 이게 정말 <팍스 앤 레크레이션>의 크리스가 맞나요 하면서 눈을 비벼댔다. 천연의 허당 분위기는 그대로인데 어찌나 매력적으로 변신을 했던지, 그간 그를 너무도 몰라본 나를 자책해야만 했다. 평생 멍청한 루저 역할만 할 줄 알았던 그가 영웅이 되어서 나타날 줄 그 누가 알았으리요. 난 정말 크리스 프랫이 이렇게 잘 나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몰안목을 비웃기라고 하듯, 그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데 깜빡 넘어가고 말았다. 어쩜 이리도 배역을 잘 뽑았던지, 누가 캐스팅을 한 건지 모르지만, 굉장한 안목을 가지신 분임이 틀림없다. 같은 사람임에도 그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말해준다고들 하지, 그런면에서, 크리스 프랫은 최고의 역활을 맡아 제대로 포텐 터져주신 배우가 되시겠다. 이런 행운을 거머쥐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그 행운을 기적으로 만들어 내는 배우는?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가히 크리스 프랫을 재조명하게 해준 영화라고 할 것이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마블의 새로운 영웅 시리즈의 포문을 자신만만하게 열어준 작품. 이 작품이 어디가 맘에 드냐고 물으신다면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캐릭터의 성공이다. 범죄자에 루저들이 모여서 우주를 수호하는 수호대가 된다는 발상 자체도 신선하긴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서말이라고, 아무리 기발한 발상이라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구슬을 차근차근, 서두르지도 않으면서 군더더기 없이 우리에게 설명하고 있더란 것이다. 거기엔 주인공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점도 유용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라서, 갸우뚱하면서 지켜봐야 할만한 등장인물이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캐릭터가 확실하다는 것은 관객들이 설득당하기가 쉽다는 것이고, 그만큼 작품을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해서 초등학생이 같이 봐도 전혀 이해 못할 것이 없는 쉬우면서도 재밌고 재치 넘치는 그런 작품으로 탄생하게 됐다. 두번째는 70년대를 풍미하던 미국 올드 팝송이 면면히 흐른다는 것이었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니, 우주라는 광활하고 낯설은 공간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더군다나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지금이다. 난 우주의 수호대라고 해서 몇 백년 뒤의 가상 공간을 설정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마블...그들의 자신만만한 상상력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나 공간 쯤은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니까. 풍부한 상상력이 뒷받침 되어 준다면 말이다. 세째는 주인공들이 넘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캐릭터가 확실해도 그들이 다 사랑스럽기는 어려운 법인데, 이 작품은 그렇더라. 분명 잘난건 하나 없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우주를 휘젖고 다니는데는 부족함이 없는 우리의 매력남 스타 로드, 킬러라는 숙명을 지니고 있지만 알고보면 정의파인 가모라, 아내와 딸을 위해서라면 무서울 것이 없는 무식파의 대표주자 드랙스, 자화자찬의 대가이자 지략의 천재 너구리 로켓,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보다 잊기 힘든 인상을 남기는 그루트까지...이 매력 넘치는 다섯 명의 주인공 때문에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볼 수 있었다. 2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끝나고 나오는데 아쉽더라. 영화의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걸 본 그 순간부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판국이니, 이 영화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시리즈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점에서 합격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할 작품. 마블 시리즈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하도 기가 막혀서 어안이 벙벙하던데, 한동안은 마블의 영화를 보는 것으로 우리의 낙을 삼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기도 하고...그들의 상상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이런 작품성을 따라가기엔 우린 이미 늦어 버린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하여간 결론은 재밌게 봤다는 것. 분위기 진지해질만하면 텨져주는 유머에 등장인물들의 캐미는 최고, 배우들이 즐기면서 연기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도 좋았다. 하긴 이런 작품을 하면서 누가 즐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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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8-1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어로 물,,은..어쩐지 애니가 아니면, 당췌...손이 ,눈이 안가진다는...ㅎㅎㅎㅎ
슈퍼맨 이 애정물이라고 하는 말에 퍽 신선해 웃긴 했는데,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애정물이 아니면...누가 인류를 그토록 진하게 사랑씩이나 할까요..그쵸? 하하하~!^^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밤...단 꿈 되시길!

이네사 2015-08-17 10:32   좋아요 0 | URL
히어로물을 싫어하시는군요. 요즘은 히어로물이 넘 쏟아지는 통에 하긴 새로운게 나온다고 해도 식상하게 느껴지죠. 이건 히어로물 중에서도 코믹이라고 보심 되요. 아마도 히어로물을 싫어하신다고 해도 코미디를 싫어하시진 않을테니까,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싶긴 한데요.
요즘은 히어로도 분야가 각양각색이라서, 잘 골라서 보면 취향이 맞는걸 찾으실 수도 있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요.^^
 




재치 만점의 각본과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100% 공감하면서 본 작품으로 한 편의 훌륭한 소설을 보고 난 듯한 기분이 들게하던 수작이다. 줄거리는 이혼녀 에바는 딸이 대학 갈 시기가 되자 마음이 심난해진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이제 서서히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날 것이라는것을 알기 때문이다. 파티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혼남 알버트를 만나게 된 에바는 데이트에 나서게 되고, 생각했던 것보다 그가 괜찮은 사람이란걸 알게 된다. 중년에다 날씬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몸매를 가진 알버트가 그다지 매력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에바 역시 까다롭게 굴 처지가 아니긴 마찬가지. 오히려 알버트는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진국이라 간만에 괜찮은 상대를 만난다는 것에 에바는 마음이 들뜬다. 에바의 직업은 마사지사, 여러 고객들을 만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는건 그녀의 직업상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같은 파티에서 만난 고객 마리안에게 털어놓는다.에바가 뚱뚱한 남자와 사귄다는 말에 마리안은 자신의 전남편도 뚱뚱했다면서, 자신은 그를 견딜 수 없었다고 말한다. 시인인 자신의 우아하고 고상한 생활에 전남편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면서 경멸감을 숨기지 않는 마리안, 진절머리 치는 그녀의 모습에 에바는 그녀의 남편이 정말로 끔찍한 사람이었나 보다 하면서 맞장구를 친다. 문제는 마리안의 결점 투성이 전남편이 알고보니 그녀가 현재 사귀고 있는 사랑스런 알버트라는 것! 에바는 혼란에 휩싸인다. 과연 엘버트는 어떤 사람인것일까? 자신이 보는 그런 듬직하고 사랑스런 사람이 맞는 걸까? 아니면 마리안이 알고 있는 혐오스런 인물이 그인 것일까? 결혼생활이 두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한번 겪어봤던 에바는 자신의  느낌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시간이 지나면 마리안처럼 생각하게 될 것인지 두려워지게 된다. 과연 그녀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탁월한 각본에 50점, 그걸 재치있게 표현해준 배우들에게 50점, 만점을 주고 싶었던 영화였다. 중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긴 하지만, 아무래도 등장인물들의 나이가 나이다 보니 그와 더불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력있는 답을 보여주고 있었지 않는가 한다. 멍청하지 않는 로맨스 영화를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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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타 저염식 다이어트 레시피& 타니타 직원 식당

★☆☆☆☆


나도 한번 근사한 요리를 해볼까나, 이왕이면 몸에도 좋은 음식이면 좋겠네 싶어서 읽게 된 책. 결론만 말해보자면, 시도해 볼만한 요리가 없다. 처음엔 일본과 한국의 차이인가 싶었는데, 두 권이나 읽고서 내린 결론은 어쩌면, 타니타 회사 직원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은 맛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는것. 백보 양보해 일본 사람들에게는 맛이 있다고 해도, 강한 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식단에서 보자면 굉장히 심심하다. 소금이 덜 들어가서 심심하다는게 아니라, 재료나 재료를 가지고 하는 요리들이 거반 거기서 거기라서 심심하단 것이다. 일주일만 먹고 나면 더이상 기대할게 없다 싶을 정도. 우리나라 사찰 음식도 이것보단 맛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자주 쓰는 식재료도 우리나라완 달라서 어쩔 수 없이 활용도가 낮을 수밖엔 없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이런 음식들이 아니니까. 결국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대로 활용하는데는 무리가 있을 듯.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은 아마도 우리들이 생각해서 만들어내야 하는가 보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미스다 마리


 ★★☆☆☆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스다 미리의 수필집(?) . 수필집이라고 써 놓고 물음표를 그려 놓은 것은 수필이라고 하기엔 좀 글자 수가 작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대신 글을 쓰신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 거의 차이가 없다. 아마도 작가분이 워낙 길게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듯, 아니면 그쪽으로 재능이 없으시거나..글로 쓰건 만화로 그리건, 그녀의 특징들이 다 들어가 있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된다는 것이 장점. 읽어도 해가 되지 않고, 안 읽어도 해가 되지 않는 그런 책이 되겠다. 그나마, 어른이 되었다는걸 문득 깨달았다는 말처럼, 조금은 어른스러운 접근이 나를 안도하게 했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보다 나중에 쓴 책이 아닐까 싶던데, 왜냐면 그 책보단 철이 들어보였기 때문...어쩜 이 책을 쓸당시에는 더이상 두근거리지 않네? 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때론 나이가 경험을 따라가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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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스타가 된 남자친구 데이브 따라 뉴욕에 온 그레타는 믿고 있던 그가 변심을 하자 집에서 나오고 맙니다. 뉴욕 쪽방에 살고 있는 친구집에 잠시 살게 된 그레타는 상심한 마음을 달래려 나선 까페에서 노래를 하게 되죠. 아무도 집중해서 듣지 않는 그녀의 노래를 그러나 누군가는 듣습니다. 그가 바로 댄이죠. 한때 뮤지션계의 혁명을 가져온 천재적인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린 그지만, 명성이 퇴색한지 이미 오래... 연이은 음반 실패와 이혼, 그리고 알콜중독은 그를 벼랑끝까지 몰아 넣었고, 이제 그에겐 더이상의 희망은 없어 보입니다. 그때 그레타의 노래가 들려온거죠. 갑작스럽게 떠오른 영감에 그는 황홀해집니다. 무심한 청중들의 반응에 뻘쭘해져서 내려온 그레타를 붙들고  댄은 함께 음반 작업을 하자고 매달립니다. 황당한 그레타는 그를 믿어야 할지 아니면 알콜중독자의 주사로 봐야 할지 헷갈립니다. 우여곡절끝에 자신이 창립했지만 어제부로 잘린 회사로 그레타를 데리고 간 댄은 그녀를 동료들에게 자신있게 소개합니다. 기립박수를 치며 이런 천재를 어디서 데리고 왔냐고 환영해줄 줄 알았건만, 그들의 대답은 음반을 직접 만들어 오라는 것입니다. 그게 마음에 들면 계약을 하겠다면서요. 문제는 음반을 만들만한 돈이 그들에겐 없다는 것이죠. 비록 지금은 영락한 신세이긴 하지만 한때 임기응변으로 무에서 유를 창출한 과거가 있는 댄은 다시 한번 예전처럼 돌아가려 합니다. 그들은 스튜디오가 아닌 뉴욕 거리를 돌면서 그들의 노래를 녹음하려 하는데요, 과연 그들의 시도를 먹힐 수 있을까요?

 





맨처음 그레타가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를 들려주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가 그다지 썩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서 있는 그레타가 내 친구라면 노래 잘한다고 박수를 쳐줄지 모르지만서도, 가수 지망생이라는데 노래 실력이 그 정도라면, 우린  모두 민망함을 감추며 시선을 딴데로 돌려야 할 것이다. 까페 안 손님들이 집중을 못하는것은 그러니까 당연한 것이었단 것이다. 그래도 음악 영화인데, 노래를 잘하는 배우를 섭외하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앞으로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댄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그레타의 노래를 들려준다. 그의 직업은 프로듀서, 말하자면 음악을 주무르는 요리사다. 그는 그레타라라는 훌륭한 재료에 어떤 양념을 치면 맛있는 음악이 탄생할지 곧바로 떠올리게 된다. 그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그레타의 노래를 들어보니, 댄이 난리를 치는 것도 이해가 가더라. 같은 노래라고는 생각되지 않게 노래가 다르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적어도 귀가 고생하진 않겠구나 싶어 안도했다. <원스>의 감독, 혹시나 전작처럼 감정 과잉이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도 절제를 잘 했다.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아내에게 버림 받은 두 사람이 만나 음악으로 치유를 받는다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최대한 진부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하려 노력한 것도 마음에 든다.. 이래 저래 아슬 아슬, 흠을 잡으려고 한다면 보이는게 많아서,  완벽한 영화라고는 하기 힘들었지만, 이 작품엔 어떤 단점이 있건 간에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키는 최강의 카드가  있으니, 바로 음악이다. 영화 중반에 댄이 언급하듯, 음악은 단조롭고 진부한 일상을 꿈같은 세상으로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남녀 노소 가리지 않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거리를 거닐고, 지하철을 타며,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일상을 잊게 하는데 그보다 더 좋은 약은 없으니까. 그런 음악의 장점을 이 영화는 최대한 부각시켜 활용하고 있었다. 음악과 함께라면 뉴욕도 그냥 뉴욕이 아니다. 뉴욕거리가 , 지나가는 사람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음악과 함께라면 전혀 이해되지 않던 아내도 외계인처럼 구는 딸도 친근해진다. 음악과 함께라면 상심한 마음도 추스릴 수 있고, 미쳐 말하지 못한 진심도 전달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음악의 힘이다. 치유자로써의 음악, 단지 돈벌이나 성공을 위한 음악이 아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음악에는 그런 치유력이 있고, 그런 진정성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이 영화는 설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에서 영화는 성공이었다.  104분이 지나는 사이에 감독의 시선에 나도 모르게 동조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간혹 어설픈 구석들이 없었던 건 아닌데, 그래도 이만하면 성공작이지 않는가 한다. 열정이 사라져 희망이 보이지 않던 루저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 것만으로 신나서 방방 뛰던 댄 역의 마크 버팔로의 연기가 특히 좋았고, 우려했던 애덤 리바인의 연기가 못봐줄 정도는 아니여서 놀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그를 주목하게 되는건 그가 노래할 때다. 유니크한 보이스와 안정적인 음정은 그가 달래 가수가 아니란걸 알수 있게 해줬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는 맨처음 언급한대로 그녀의 목소리만 듣는다면 굉장히 어색할 것 같은데, 이 영화의 장점이 부족한 가창 실력을 어떻게 다른 것으로 커버하는지 잘 보여준다는 점에도 있어서, 어떻게 음악을 편집하고 다듬는가에 따라서 같은 사람이 부른 것이래도 현저하게 다른 노래 처럼 들려오게 하더라. 해서 나중에 녹음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노래하는 장면을 보면 진짜 노래를 잘 하는 것처럼 들려온다. 실제로 그녀가 영화를 찍는 과정을 통해 노래를 잘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무언가의 도움을 받은게 아닌가 라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뭐, 이 영화를 보다보니, 목소리는 노래의 일부분이더라. 그외 많은 것들이 더해져, 매력적인 노래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게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게, 요리처럼 음악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재료 자체만 먹는다면 우리 식탁은 얼마나 심심하겠어. 해서 우린 이런 저런 요리법을 연구해내고, 양념을 가미하는 것이겠지.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은게 있는데, 어쩜 음악은 남자들이 더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은 것이었다. 영화가 여성 취향의 전개라 집중하기 그닥 좋은 작품이 아님에도, 음악만 나왔다 하면 남자들이 조용해지는 거다. 꼼지락대지도, 무언가를 먹지도 않으면서 집중해 화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 재밌단 생각이 들었다. 음악은 역시 우리를 꼼짝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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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에 살고 있던 히라야먀 부부는 자식들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동경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동경 변두리에서 개업의를 하고 있는 장남 코이치, 미용실을 하고 있는 장녀 시게코, 그리고 언제 사람 구실 할지 알 길이 없는 막내아들 쇼지까지...장성한 아이들이 독립해서 자신의 삶을 꾸려 가는걸 보는 것만큼 부모에게 흐믓한 광경이 있을까, 히라야마 부부는 그래도 자신들이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라고 , 그렇게 생각한다. 부모의 첫번째 동경 나들이를 하는 반기는 자식들, 하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자 다들 각자의 스케줄로 부모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동경 구경 한번 시켜드리겠다고 나선 장남은 갑작스런 환자의 호출에 서둘러 불려 나가고, 둘째 딸은 가뜩이나 좁은 집에 미용실 운영과 이런 저런 일정으로 챙겨드릴 여유가 나지 않자 짜증이 난다. 교사인 아버지로부터 뭘 해도 안 될 놈으로 어렸을 때부터 찍한 막내 쇼지는 눈만 마추지면 요즘 뭘 해 먹고 사냐고 다그치듯 물어보는 아버지가 영 불편하다. 자식들 보겠다고 큰  맘먹고 나선 길이건만, 얼마되지 않아 눈칫밥 신세로 전락한 히라야마 부부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진다. 자식들이 살아가느라 바빠서 그럴 수 밖엔 없다는걸 어른답게 이해한다고 해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다들 제자리를 찾아 잘 살아가고 있는걸 봤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홀가분하다고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고비를 맞이하게 되는데...

일본 영화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영화보다 일본적인 색채가 두드러진 영화였다. 절제된 감정과 대사, 흐트러짐이 없이 정갈한 배경,  한편의 화보 모음 같은 영상, 조곤조곤 언성 높아지는 법 없이 상대의 감정을 추하지 않게 정리하는 그들만의 대화법, 감사하다거나, 다행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아무리 바쁘고 슬퍼도 절도 있게 절하는 것만은 포기하는 법이 없는 일본인 특유의 미학을 광고하는 듯 보였으니 말이다. 일본의 문화는 이렇다고, 만약 일본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심 된다고 말이다. 아직은 끈끈한 부모 자식간의 정, 부모 자식 세대간에 존재하는 갈등을 그래도 이해하는 시선에서 바라보려 하고, 과거의 관습과 현대의 편리한 삶 속에서 그들이 지키려 하는 것과 그럼에도 흘려 보내야 하는 것들에 대해 그들이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점들은 정말 훌륭한 유산 아닌가요?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선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라는 현재의 모습을 잘 포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거기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않은 채 현재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특징. 일본 특유의 관조적인 태도랄까, 그런 것이 반영된 듯하다. 과거 인기 있었던 작품을 현대에 와서 다시 만들은 것이라고 하던데, 그만큼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던 작품이라고 말이다. 보니 이해가 간다. 우리가 보기엔 한없이 심심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들에겐 간직하고 싶은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엄하고 이해심이 부족한 남편을 다독이면서 자식들에게 헌신한, 그래서 자식이 잘 살아가는 모습에 이보다 더 다행일 순 없다고, 자신의 모든 행복이 다 실현된 듯 미소짓던 할머니의 모습 말이다. 아마 일본인들이 그리워 하는건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은 그 어머니의 사랑 아니었을런지...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궁금해졌다. 영화속 배우들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듯 보이는 극도로 절제된 연기를 펼치던데,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아서 놀랐던 것이다. 과연 어느것이 더 힘들까? 미국처럼 리얼하게 연기하는 것이 더 어려울까? 아니면 일본처럼 어떤 틀 안에서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어려울까? 분재를 보는듯하던 일본 배우들의 연기가 더 힘든 것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연기를 해냈으니까. 부자연스러운데도 그게 하도 흔연스러워서 자연스러운 것을 보는 듯 착각이 일어났다고나 할까.  해서 정작 보는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연기하는 당사자는 힘들어 보이지 않는, 과연 어느게 진짜일까 싶은...얼핏 보기엔 하도 리얼해서 현실과 구분이 가지 않는 미국 배우들의 연기가  훨씬 더 잘 하는 듯 보이지만서도, 어쩜 연기 하기는 일본 배우들이 더 힘든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틀 안에서 연기 하는 것이 더 힘들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틀은 아마도 가부끼인가 그런 전통의 영향을 받은 듯하고. 거기에 생각이 미치다보니, 과연 30년 뒤엔 일본인들은 어떤 연기를 펼치려나 궁금해진다. 그들은 그때도 여전히 이런 연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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